[기자의 눈] 로스쿨 출범 10주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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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 출범 10주년, 그리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5.25 10:4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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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09년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 지난해 12월 31일부러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2018년부터는 법조인이 되려면 올곧이 로스쿨 과정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로스쿨 출범과 사법시험 폐지를 두고 득실을 따지는 평가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열 돌이면 ‘될성부름’을 가늠하기에 족한 세월이라는 지적이 있고 여기에 ‘시기상조론’이 맞대응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1963년 태동했던 사법시험 시행기간이 55년이었던 것과 대비하면 그리 짧은 역사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숱한 비판과 우려, 긍정과 낙관이 공존하는 가운데 로스쿨 제도의 구심체이자 전국 25개 로스쿨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기념식에는 교육부 장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로스쿨 유관기관의 장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고 역대 협의회 집행부, 전국 로스쿨 원장, 교수,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테이블을 채웠다.

로스쿨 태생부터 10년간 로스쿨을 출입해 온 기자에게도 애정이 쏠린 기념식이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이날 행사를 눈여겨봤다. 축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그냥 축하만 하고 끝날 10주년인가”라는 의문과 아쉬움이 꼬리를 물었다. 현 로스쿨 제도에는 가시 같은 옹이가 적지 않아서다. 전국 평균 연간 1,500만원이나 하는 등록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무교원 충원율, 학생들의 교육 불만족, 특성화 및 다양화 교육의 붕괴 등이 쾌속 질주하고자 하는 로스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로스쿨의 자생적 발전 의지 부족 등이 한 몫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제도 출범 초기 “과다한 교육시설 강제, 교수 1인당 학생 15명이라는 지나친 교원 충원 등 물적, 인적 이행평가기준이 로스쿨을 옥죄고 있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로스쿨은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모 로스쿨 교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다른 교수는 “인가신청 당시 모든 대학들은 예상한 인원을 감안하고 이행을 약속한 것이지만 실제 인가된 정원은 턱없이 줄어든 결과에서 발생하는 괴리 때문”이라며 “정부는 법에 명시된 로스쿨 지원의무를 방기한 채, 로스쿨에 대해서만 제재를 가하려고 하고 있다”고 격앙된 비판을 하던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개선은 요원한데 설상가상으로 50%미만으로 추락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로스쿨의 학원화’를 이끌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렇다보니 일부 교수들은 자포자기에 빠져들고 학생들은 경쟁을 넘어 사활을 건 학점전쟁의 늪에 빠지고 있다. 그렇게 혐오하던 학원가의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이 캠퍼스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전공자를 뽑아 교육을 통해,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야무진 꿈들이 포말처럼 부서지고 있는 현실임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인가기준의 물적 인프라는 법학교육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규제일변도의 간섭은 법조인 양성권을 대학으로 넘긴 당초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기념식에서 유관기관의 장들은 축사를 통해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의 획기적 전환점”이라면서 “다만, 드러나는 문제들은 제도본연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라며 각론적 개선을 강조했다.

사법시험 부활 또는 예비시험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은 로스쿨 제도가 그만큼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로스쿨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예비시험이라도 도입해야…….’라는 말이 오고갈 정도라고 한다. 사법시험 폐지로 완벽한 독점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은 윷판에서의 ‘도 아니면 모’가 될 수 있는 위험도 포함하고 있다. 비판을 배척하면 ‘도’가 될 것이지만 따가운 충언으로 받아들이면 ‘모’가 될 것이다. 10년의 ‘자성’을 통해 100년 대계를 이루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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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대기생 2018-05-27 12:29:29
문정권 곧있으면 레임덕입니다. 사시부활 머지 않았습니다. 정권교체와 동시에 사시존치대다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참읍시다! 대선때 콕 찝어서 사시존치공약한 후보도 있었습니다.

추측 2018-05-26 19:10:57
그래도 초시생 합격률이 70프로이고 엔시생 합격률이 20프로 미만인건 신림동 시스템의 실패가 아닌가요?

현실 2018-05-25 15:36:56
점점 피말릴 일만 남았군! 합격률은 계속 하락!

ㅇㅇㅇ 2018-05-25 12:52:04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ㅎㅎ

이미 에러 2018-05-25 11:31:38
로스쿨도입 초기에는 상당히 국민들이 환영했었다. 국민 누구나가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이다. 그러나,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된 요즘도 소위 있는 자들에게는 수임료가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없는집안이라 하는 자 들에게는 여전히 비싸다. 또한, 로스쿨 도입초기에는 시험만능주의가 깨져 정말 시험 잘 보는 인재가 아닌 역량충만인재가 많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있는집안 자제분들을 위한 지름길일 뿐이었다. 이러한 점이 로스쿨을 폐지하고 예비변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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