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63)-거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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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63)-거래의 기술
  • 강신업
  • 승인 2018.05.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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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다. 믿음을 배반하면 거래는 실패한다. 심지어 동물조차 배신한 자를 기억하고 배척한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인지생물학과 자나 뮐러 박사팀은 2017년 5월 까마귀가 얼마나 오랫동안 배신자를 기억하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훈련된 까마귀과 레이븐 7마리에게 빵을 주고 실험자가 갖고 있는 치즈와 맞바꾸도록 했다. 까마귀가 교환에 익숙해질 때쯤 실험자는 빵을 받기만 하고 치즈를 주지 않았다. 이틀 뒤 연구팀이 같은 실험을 반복하자 까마귀 7마리 모두 배신행위를 했던 실험자와 거래를 하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난 뒤에도 한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까마귀들 모두가 배신자와의 거래를 거부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세기의 거래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노벨평화상도 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비핵화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 트럼프로부터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받아내려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의 패가 무엇인지 뻔히 보이는 거래다. 때문에 성사여부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자기가 가진 것을 얼마나 언제 내놓느냐, 또 상대에게 얼마를 어떻게 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수학방정식이다.

문제풀이의 비결은 두 사람간의 신뢰다. 과거 북한은 핵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약속을 어겼다. 게다가 미국은 전통적으로 악성국가이자 불량국가인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은 비핵화라고 하는 큰 목표에 가려 있긴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모른 척 하기도 어렵다. 북한 또한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일에 간섭하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미국이 과연 장차 핵 없는 북한의 체제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어디까지 경제지원을 해줄지 의문이다. 때문에 트럼프와 김정은 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두 사람 간 신뢰가 얼마나 형성될지, 두 사람이 상대를 믿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내놓을지에 달렸다.

다행인 것은 트럼프가 거래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거래가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트럼프는 그가 지은 책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에서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내게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훌륭한 시를 쓴다. 그러나 나는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 또한 이미 상당한 거래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신년사에서 핵실험 중단을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남북대화에 나선 것은 이제 완성된 핵을 지렛대 삼아 본격적인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지금까지 증거들을 보면 트럼프의 스파링 상대인 김 위원장은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한 것 같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맨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에게 트럼프의 책들을 선물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어쩌면 김정은이 『거래의 기술』에서 트럼프가 강조한 ‘크게 생각하라(Think Big)'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다.

두 사람 간 거래의 성공은 거래의 기본을 지키느냐에 달렸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는 게 거래의 본질이다. 미국이 일본의 옵션까지 원샷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북한은 완성도가 높은 체제보장, 경제제제 폐기,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는 그의 책 『거래의 기술』에서 “크게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히라”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트럼프가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번영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통 큰 거래를 할 때다. 김정은 역시 이왕 시작한 거래를 통 크게 마쳐야 한다. 두 사람이 명심할 것은 까마귀조차 거래에서의 배신자를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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