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2)-어땠을까?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32)-어땠을까?
  • 정명재
  • 승인 2018.05.21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지난 토요일, 지방직 9급 공무원시험이 끝났다. 올해는 유난히도 시험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신(新) 유형 문제가 다수(多數) 등장하여 수험생들을 당황시키기도 했으며, 4월 국가직에서의 충격으로 지방직 시험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지방직 시험은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확신에 찬 합격예감을 하는 것이 어렵다.

어느 수험생은 전체적인 과목점수는 상당히 높지만, 과락(科落)이 있어 불합격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고, 시험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하여 자신감이 붙은 상황에서 한 과목의 저조한 점수로 합격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기다리고 기대하던 시험은 막을 내렸다. 수험장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들던 그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텅빈 교정과 교실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연극이 끝난 객석처럼 우리들 가슴에는 그날의 기억만이 남았을 뿐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졌다. 시험이 끝난 주말은 유난히도 무기력하고 지루하다. 특별히 재미있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봐도 그냥 그렇다. 무심히 시간을 보내려하지만 시계 초침은 느리게만 흘러간다. 시험이 끝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 같았는데, 무심히도 세상은 그대로다. 수험생의 뜨거웠던 열정이 너무나 빨리 식어 그 열기를 기억해내는 것조차 힘들다. 시험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간 것이다. 시험이 끝나도 기억은 시험 당일 그날로 돌아가 모든 것이 정지된다.

‘2번하고 3번하고 헷갈렸는데, 그때 내가 미쳤지. 분명 아는 문제였는데 왜..’오답으로 마킹한 문제를 곱씹고 또 곱씹는다. 시험 전에 한 번 볼 시간이 있었는데, 시험에 나온 부분을 보지 못한 걸 자책하기도 하고, 멀쩡히 아는 문제를 잘못 읽어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의 구분을 못해 실수한 걸 땅을 치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시험 후유증(後遺症)을 앓게 된다. 적게는 하루 내지 이틀이지만, 때로는 일주일 넘게 시험트라우마(trauma)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이란 100분 동안 치른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시험이 끝난 후유증은 계속 우리 주위를 맴돌기도 한다.

시험이 끝나고 불합격을 확인한 경우 시험장에 괜히 갔다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떨어질 시험인데, 자존감만 떨어지고 마음고생만 심해지니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시험결과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빨리 다음 시험일정을 준비해야 한다. 시험에서의 실수와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여 할 귀중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각자가 염두에 두는 시험이라고 해 봐야 일 년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있는 것이 공무원시험이다.

2018년 4월 국가직과 5월 지방직 시험은 이제 안녕이다. 남은 시험인 서울시 시험에 전력(全力)을 다해야 한다. 만일 시험을 잘 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방직 시험을 잘 본 경우라면 자아도취에 빠져 남은 시험에 대한 열정은 식게 마련일 테고, 면접에 대한 관심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최종면접 때까지는 마음을 놓지 못한다. 누구든지 면접에서 탈락을 할 수 있기에, 필기 합격 때보다 심한 기다림과 통증을 안고 지내야 한다. 수험생에게 위험은 어느 경우라도 상존(常存)한다.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면서 이번 시험이 처음이 아니라면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회복탄력성을 누가 더 빨리 성숙하게 완성하느냐가 다음 시험의 승패(勝敗)를 가르게 된다. 보통의 수험생이라면 서울시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올해처럼 문제의 난도가 높고 신유형이 많은 해[年]는 시험발표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커트라인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바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바로 이런 경우에 적절한 말임을 명심하자.

그러나 많은 수험생들은 아직도 지난 시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을 아쉬워하는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다.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잘 봤더라면, 그때 조금 운이 좋아서 찍은 문제가 정답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내내 지난 시험장으로 돌아가 앉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지향적인 향수(鄕愁)는 수험생에게 절대 이롭지 않다. 단연코 현명한 이는 지난 시간을 거울삼아 다음에는 이러한 실수를 줄이고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수험생일 것이다. 시험장에 가기 전 그대는 혹시 두려움에 떨지 않았는가? 시험장에 가기 며칠 전, 그대는 단권화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않았는가? 시험장에서 그대는 시험이란 늘 반복되는 패턴이고 1분에 1문제를 푼다는 것이 어떠한 느낌인지를 실감하지 않았는가? 평소에 꼼꼼히 문제를 풀던 그대가 시험장에서는 시간에 밀려 대충 문제만 보고 답을 찾지는 않았는가?

그래서 시험장에서 결심하기를 시험은 기술(skill)이고 이러한 깨달음을 다음에는 꼭 기억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지 않았는가? 시험에 나오는 부분은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시험이 두려운 것일 수도 있고, 그 범위가 넓다고 생각되기도 한 것이다. 시험을 본 수험생만이 공무원 시험에 대한 안목과 실패를 통한 훈련을 하게 되는 것이어서, 시험이 끝나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조용히 가져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에게 화두를 던져 그 실마리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 시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실패를 연거푸 했더라도 괜찮다. 시련과 실패 없이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실패의 다른 이름이란 성공의 어머니이다. 그대의 시간은 어김없이 6월 23일로 맞춰져 있다.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건, 아쉬운 마음에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하루를 보내건, 도서관에서 공부에 몰입하건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히 흘러갈 것이다.

오늘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시험은 잘 보았는지? 시험이 끝나고 그대의 밤은 편안한지? 혹여 지난 시험의 아쉬움과 남은 시험에 대한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는지?’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약간의 통증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환절기 감기처럼 조금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평생을 안고 가는 질병은 아닌 것처럼, 시험 후유증(後遺症)이 빨리 그대에게서 지나가도록 한잠 푹 자고 다시 일어나 예전 그대의 열정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수험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고, 수험생과 함께 생활하며 그대의 열정과 노력의 땀방울을 기억하는 나의 마음이 그러하다.

오늘 실패한 것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용기를 잃은 그대를 본다. 그러나 내일 그대를 볼 때는 환한 웃음과 밝은 표정으로 지난 오늘을 담담히 이겨낸 그대의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모든 합격자들이 걸어간 길이란 것을 증명해 줄 또 한 명의 희망의 증인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