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성립 가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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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성립 가능” 유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8.05.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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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견 “중도금 지급 단계 이르면 신임관계 성립”
반대의견 “자기의 사무…동산과 달리 볼 이유 없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부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법원은 ‘중도금 수령 시’를 기준으로 인정하는 기존 견해를 유지하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7일 부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목적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부동산 이중매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유지하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중매매란 매매계약 체결 후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를 말하며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판례는 ‘중도금 수령 시’를 기준으로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해야 할 신의칙상의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보고 중도금을 수령한 후 제3자에게 이중양도를 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한정된 것으로 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해서는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에 제3자에게 처분해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례(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1심은 기존 판례와 같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배임죄 외에 유죄로 판단된 죄와 경합범으로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배임죄를 무죄로 판단, 그 외에 유죄로 판단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배임죄는 타인과 사이에 그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는 사람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해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침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됐을 때 형사법이 보호해야 할 신임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것인지, 어떤 형태의 신뢰위반행위를 가벌적인 임무위배행위로 볼 것인지는 계약의 내용, 그 이행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의 구속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주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하고 따라서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

다수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판례 법리는 그 동안 부동산 이중매매를 억제하고 매수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그러한 판례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며 “종래의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김창석,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정화 대법관은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해 매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소유권을 이전하는 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며 부동산 이중매매의 매도인은 배임죄의 요건인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히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할 수 없음을 전제로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라고 하려면 문언상 본래 타인이 처리해야 할 사무를 대신해서 처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임죄의 본질상 ‘타인의 사무’의 본질적 내용은 타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중도금이 수수됐다고 해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산의 이중매매에서 중도금이 지급된 후에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을 이행할 채무는 ‘자기의 사무’이며 따라서 매도인에게는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없다고 봤는데 계약 목적물이 동산인지 부동산인지에 따라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 재판관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처리하면 될 사안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허물어가며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부동산의 이중매매에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 거래의 특수성, 거래관행, 매수인 보호의 필요성,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인 제도의 미비 등을 이유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종래 판례의 타당성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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