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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박연철 · 엄상익의 담소 (1)
김주미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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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6  13: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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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의 6월호에 실리는 글입니다 ※

박연철 변호사와 엄상익 변호사.
이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법조인이자, 법조공익재단 사랑샘의 이사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소리에 굳이 색깔이 있다고 한다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일선에서 활동했던 박연철 변호사를 ‘진보’로,
주요 월간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엄상익 변호사를 ‘보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조 현안을 두고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서는 어떤 내음이 날까.
그것이 궁금해 매달 이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정리 김주미 기자 / 사진 조병희 기자

 

   
 

Q.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도 탄핵된다.’는 사실로 우리가 세계인을 놀라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수감 중인 지금의 상황은 그저 놀라고만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이렇게 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 박연철 변호사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끝까지 존중받는 지도자가 되지 못한 점은 안 된 일이다. 대통령이던 사람이 10평 남짓 되는 좁은 방에서 지내게 된 것에 연민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족조차 의지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르긴 많이 다른 것 같다. 왕과 같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것만으로 다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를 너무 위대하고 영예로운 분으로 생각했다. 그 일에 지나치게 열중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일들이 있다. 그 역풍을 맞은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이렇게 되리란 걸 전혀 몰랐을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알면서도 그들은 박 전 대통령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그 나름대로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취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수감 중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다. 부디 현직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 이들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보다는 ‘부강한 나라’, 즉 ‘경제개발’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렀는데 환경 훼손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초기 과단성 있게 원전 건설을 중지했다. 환경의 관점에서 나는 이를 아주 고무적으로 봤다. 그런데 얼마 후 UAE의 원전 건설을 수주하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이는 국내외적 모순이 우려스러웠다. 우리 원전 건설은 중단하면서 타국의 원전을 지어주는 것, 이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 70여 년을 돌아보면 우리의 국가도, 국민 개개인도 많이 누추했다. 의식 수준이 낮았고, 그래서 혼란이 컸다. 지도자든 개인이든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부족했고, 실수가 많았다. 역량이 안 되니 완전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과정도 그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과거를 재단할 땐 그 점을 아울러 생각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 엄상익 변호사

“나는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안 됐다’는 연민의 감정이 들지는 않는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수많은 ‘안 된’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과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이 그리 안 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 해도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왕이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그 분들에게는 세종대왕과 동급인 존재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왕’이던 아버지를 보며 자랐기에, 태생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관념이 잘못 잡힌 사람이었다.

촛불은 그런 점에서 혁명적이었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공화정’으로 나아갈 길을 열었다. 대통령도 이제는 국민의 한 사람, 시민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 대통령이어도 잘못하고 무능하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게 했다.

나를 우파라고 하지만 나는 요즘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우파는 진정 우파인가’를 생각해 본다. 우파라는 사람들의 중심에 사상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빈곤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사상과 체계가 없었고, 휴머니즘에 대한 철학도 없었다.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에 뜻을 두지 말고 대통령으로서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좌표가 있었어야 했다. 확고한 철학이 없으니 휘둘렸다. 철학이 없는 사람은 휘둘리게 되어 있다.

어릴 때, 학창 시절에 참 많이 듣던 단어들이 있는데 ‘전산, 수출, 건설’이다. 심지어 만화책을 보면 그 안에서도 튀어 나오는 단어들이다. 대학생들의 꿈은 18평 아파트에 살면서 포니 자동차를 모는 것이었다. 나도 그랬고 말이다. 그렇게 국민 모두의 꿈이 그저 ‘잘 살아보세’였다. 잘 사는 게 어떤 건지, 어떻게 해야 잘 사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이제 와서 그것을 생각해 보니, 어느 개인이 내 할 말을 자유롭게 다 하고, 상관·부하·위·아래 없이 인간으로 대접받는 사회, 그것이 잘 사는 사회다. 특히 공직자, 나라를 대표하는 자들은 우루과이 대통령인 호세 무이카와 같으면 좋겠다. 호세 무이카는 대통령 월급의 80%를 기부하고 나머지 20%만으로 부인과 함께 살며 고물차를 몰고 다닌다. 그런 대통령에 비하면 우리의 대통령들은 황제 급이었다고 할 수 있다.”

Q. 대통령이 개헌안까지 마련했는데도 6월 개헌이 무산된 상황입니다. 최근 2년 간 굵직한 헌법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헌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는데요. 바람직한 헌법의 모습, 개헌의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 박연철 변호사

“내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69년에 헌법을 배웠다. 그때의 헌법이란 장식에 불과했는데, ‘장식적 헌법’이라고들 하지 않나. 헌법이란 것은 책 안에만 있을 뿐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존재였다. 헌법상 박정희는 ‘영도자’였고, 영도자 한 명의 무게가 국민 전체의 무게보다 중할 때가 있다고 이야기하던 그런 헌법이다.

헌법을 개정할 때가 온 것은 맞다. 우리는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으로 국민들이 크게 피해를 보고, 또 피해 입는 국민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경험을 해 왔다. 그런데 이 개헌에 대하여, 학계는 늘 준비를 철저히 해 오고 있는데 정계나 법조계는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특히 국회는 언제나 티격태격 한다. 정말 들어볼 만한 의견과 채택해야 할 의견들을 정쟁 때문에 다 놓친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찬성하지 않는다. 나온 것을 보니까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 부분이 너무 약했다. 개헌안에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국회를 설득할 만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정부 개헌안 발표를 법무부장관이 아니라 민정수석이 하는 것은 왜 그런 건가? 어설프게 느껴졌다. 이왕 기일이 늦춰진 마당에 정말 개헌 준비를 잘 해서 이뤄냈으면 한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은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다”라고 말을 하는데,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자유, 평등, 복지의 사상이 다 녹아있는 개념이다. 자유한국당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부터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보수의 문제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라는 특수한 자원의 성격에 대해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불로소득인 임대료는 경제를 왜곡하는데, 이같이 자본 소득이 근로 소득을 크게 앞서는 현상은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대표적인 국가가 중국이다. 거기는 ‘임대료’라는 개념이 없다. 이는 국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 등을 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북한도 중국과 같은 경우기 때문에 추후 북한에서 경제개발계획이 이뤄진다면 굉장한 발전가능성이 있다. 헌법에 ‘공개념’을 강조해 놓는다는 것은 양극화 해결의 여지를 마련해 놓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 엄상익 변호사

“개헌이 여러 부분에서 이뤄질 수 있는데, 권력구조 같은 것은 다 정치인들 세 싸움이다. 나는 개헌의 본질은 기본권 영역과 체제를 정하는 헌법 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자유민주주의가 확고한 헌법이 되기를 바란다. 자유 민주주의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갈 여지가 있는 헌법, 이를테면 사회주의의 시도가 가능한 헌법이 되는 것은 절대 반대다. 이런 우려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강력하고 확실한 막스 레닌주의라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운동권 시절부터 이 사상을 가져온 것으로 아는데, 이 사상은 인간 중심적이라고는 평가할 수 없는 생각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확고한 사상으로 무장한 좌파에 비하면 우리의 보수 우파는 그저 ‘반공’을 위해 형성된, 단지 반대를 위한 그룹이라고 볼 수가 있다. ‘반대’와 ‘기득권 유지’, 이 두 가지를 위한 세력이랄까. 반성이 있어야 한다.

개헌에서 두 번째로 원하는 부분은, 말에 불과한 내용이라 걸러 냈으면 하는 규정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토조항이다. 현재 우리 남과 북은 세계적으로 별개의 나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상 영토조항은 북한을 마치 우리 영토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상징적이고 장식적인데, 현실을 왜곡하는 조항일 뿐이다. 우리는 각각의 나라로서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관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하여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규정이 그저 이상과 이념을 제시하는 것에서 그치도록 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이 헌법 규정으로 인해 어떤 논의들이 가능해지고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까지 세밀하게 고심해야 한다. 장식적인 규정으로 그치지 않게 말이다.

지금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보면 핵심을 터치하기보단 서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말꼬리 잡으며 싸우는 모양새다. 내가 ‘민주주의’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는 유신헌법을 공부한 세대인데, 그 유신헌법마저 민주주의를 선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북한은 민주주의가 아닐 것 같은가, 거기는 ‘인민 민주주의’다. 이렇듯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자유란 굶어죽을 자유 같은 걸 말하지 않는다. 즉, 평등과 복지에 의해 뒷받침되는 자유를 예정하고 있다. 평등과 복지가 자유와 함께 양 날개처럼 작용하여 대한민국을 ‘좋은’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민주주의다.

서로 다른 수채화 물감이 섞이고 어우러지는 것처럼,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 다른 듯 보여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이념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다 ‘좋은 대한민국’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떤 신념을 지니고 있든 우리는 적으로 규정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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