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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생생한 형사법 사례와 해결- 이태원 살인사건
이창현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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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18: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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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6월호에 실릴 글입니다 ※

“<법조매거진 LAW & JUSTICE>의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우리나라 법률교양지로서 큰 발자취를 남기길 기대해 봅니다.”

[사건의 개요]

1997.4.3. 21:50경 당시 22세인 대학생 피해자는 자신의 여자 친구와 이태원의 어느 햄버거 가게에 있다가 화장실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 뒤따라 화장실에 들어갔다. 좁은 화장실에서 피해자는 접이식 칼에 목 오른쪽을 2회, 가슴을 2회 연이어 찔리고, 계속해서 목 왼쪽을 4회 찔리는 바람에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 피해자의 뒤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누군가가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라고 말하였다고 하니 살인의 동기는 그야말로 객기였을 뿐이었다.

당시 검찰은 에드워드 리만을 살인죄로 기소하였다. 패터슨에 대해서는 위 칼을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버렸다는 이유로 ‘1997.2. 초순부터 1997.4.3. 22:00경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물건인 휴대용 칼을 소지하였고, 1997.4.3. 23:00경 에드워드 리가 범행 후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버린 칼을 집어 들고 나와 용산 미8군 영내 하수구에 버려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며 증거인멸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로 기소하였다.

에드워드 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20년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반면에 패터슨은 징역형이 확정되었으나 1998년 8·15 특사로 석방되어 미국으로 출국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어 사건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크나큰 한을 남긴 채 세상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이란 영화가 개봉되면서 여론은 검찰에 대하여 사건의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에 검찰은 미국에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인도를 요청하였으나 조속한 송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1.12.경 살인죄로 기소하였고, 2015.9.23. 패터슨이 우리나라로 송환되어 1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패터슨에 대한 살인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7.4.3. 21:50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러 에드워드 리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것이었다. 패터슨은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되었으며, 항소기각에 이어 대법원에서 2017.1.25. 상고까지 기각되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정확히 20년 만에 법적으로 최종 해결이 될 수 있었다.

 

   
▲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한 장면 / 사진 네이버 영화

[법적 쟁점]

이 사건은 처음에 검찰이 에드워드 리만 살인죄로 기소하는 바람에 과연 누가 칼로 피해자를 찔렀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지만, 만일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을 살인죄의 공범으로 기소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패터슨에 대한 살인죄 사건과 관련하여 몇 가지 법적 쟁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공소시효의 문제이다. 97년 당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15년이었기에 만료일은 2012.4.2.이었다. 그래서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을 우려하여 살인죄의 피의자로 조사를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기소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패터슨이 미국 국적자이기에 미국으로 출국하여 계속 그곳에서 생활한 것에 대하여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25년으로 연장되었고, 다시 이는 2015.7.31.까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람을 살해한 범죄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영구히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변경되었다.

둘째로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문제이다. 이미 패터슨은 살인죄로 기소되기 이전에 관련 사건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 등의 확정판결이 있었기에, 만일 이미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공소사실과 살인죄의 공소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기판력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되어 면소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판례가 취하고 있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대한 판단기준, 즉 기본적 사실동일설을 취하면서도 규범적 요소까지 고려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에 따라 이러한 유죄판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만일 이전과 같이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의하였다면, 패터슨에게 이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우범자)죄 등의 확정판결이 있어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을 것이고 이 경우 피해자의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과연 용납할 수가 있었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한편, 에드워드 리에 대해서는 처음 확정된 판결이 단독 살인죄였지만, 패터슨이 에드워드 리와 공모하여 살인한 것으로서 패터슨만 기소하고 에드워드 리에 대해서는 기소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은 단독 살인죄와 공동 살인죄 사이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당연히 인정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소년범에 대한 선고형의 문제이다. 이전에 에드워드 리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되었듯이 이번에 패터슨에게도 같은 징역 20년이 선고된 것은 선고형의 상한선 때문이다. 소년법에 의하면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살인죄와 같은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20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범행 당시 모두 만 18세 미만이었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법정 최고형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한편, 소년에 대해서는 장기와 단기가 함께 선고되는 부정기형의 선고를 하여야 하지만, 연령은 사실심 판결 선고시를 기준으로 하므로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이미 최초의 1심 재판 중에 19세가 되어 부정기형의 선고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 20년을 살펴보면서 처음 수사와 기소의 중요성과 함께 국민적 관심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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