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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61)- 트럼프와 김정은, 핵무기와 인간이성
강신업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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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1  1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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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간 이성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 믿음은 몇 번에 걸쳐 총 맞은 것 같은 충격을 겪었다. 그 첫 번째 충격은 코페르니쿠스(N. Copernicus, 1473~1543)의 지동설이 발표되었을 때로 지구가 천체의 중심이 아니라는 깨달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이성의 한계를 절감케 했다. 그 두 번째는 다윈(C. Darwin 1809~1882)이 진화론을 주창했을 때로, 인간이 신의 섭리에 의한 특별한 피조물이 아니라 하등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주장은 기독교 사회뿐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 특별한 기원을 갖고 있다고 믿었던 인류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그 세 번째는 정신의학자 프로이드(S. Freud, 1856~1936)가 인간 정신 속에 깃들어 있는 무의식의 세계와 인간 정신의 비합리성을 드러냈을 때로, 인간의 언행이 통제 불가능한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주장은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 왔다.

인간이 겪었던 세 번의 충격적 경험 못지않게 인간에게 충격을 가한 또 하나의 사건은 핵폭탄의 개발이다. 핵폭탄의 개발은 지동설, 진화론, 정신분석론에 의해 인간의 자기애(自己愛))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인간이 다시 한 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사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의 세 번의 사건은 인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데 그쳤지만 핵무기는 인간의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을 얻는 순간 인간은 신이 아닌 핵을 가진 인간의 가호를 빌어야만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물론 핵은 그 사용 방법에 따라서, 가령 원자력 발전소나 의료용으로 사용되면 인류의 삶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 이성이 달성한 과학적 쾌거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핵무기는 단지 전쟁 억지력을 가진 방어용 무기이고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낙관론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의 범위와 한계다. 인간 이성 자체는 고결하고 위대한 것이고 다른 피조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임이 분명하지만, 인간은 바로 그 위대한 이성을 인간 파멸의 지름길을 찾는 데에도 똑같이 사용하는 역설적 존재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의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인간의 언행은 무의식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인간의 인식조차도 의식의 주관적 산물이므로 인간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칸트에 이르게 되면 인간이 설마 같은 종족을 죽이는데 핵무기를 쓰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은 정말 근거 없고 어리석은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김정은이 무모하게 핵무기를 개발해서 한반도와 동북아 심지어는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비이성적 상황을 목도했다. 트럼프 역시 비이성적 공격성을 드러내며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었다. 다행히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 간에 핵협상을 위한 사전 조율이 진행되며 위기가 진정되고는 있지만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그리고 자칫 어느 한 순간 비이성적인 인간의 비이성적 상황판단에 의해 핵단추가 눌러지는 순간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아비귀환을 목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인간은 비록 신에 의해 창조된 특별한 피조물은 아닐지 모르지만, 인간이 사는 지구가 천체의 중심은 아닐지라도, 인간은 비록 의식보다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성은 오류와 한계를 넘어 인간을 공존과 번영의 길로 이끌어왔다는 믿음을 우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하고 싶다. 인간은 핵무기라는 치명적 살상무기를 만들만큼 무모하지만 또한 동시에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이성적이라는 사실도 확인하고 싶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인간은 이성적 존재임을, 인간은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이성의 작동을 통해 끊임없이 더 나은 미래를 기획해 갈 수 있음을 증명해주길 기대한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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