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꼭꼭 숨겨져 왔던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로스쿨 도입 10년 만에야 처음 공개됐다. 예상대로 후폭풍은 거세다. 법무부가 발표한 순위에 로스쿨들은 입장 따라 불만들이다. 입학생, 졸업생, 응시자, 누적 합격률 등 서로 유리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달라고 주장한다. 하위권 지방 로스쿨들은 끙끙 앓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은 지방 로스쿨의 경우 ‘지역균형선발’ 취지 때문에 합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해당 지역 대학 졸업자를 20% 이상 뽑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출신 지역과 사회·경제적 배경의 인재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생각한다면 합격률이 낮다는 이유로 지방 로스쿨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변시 합격률이 공개되면서 이젠 로스쿨간의 치열한 순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각 로스쿨들이 합격률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졸업시험 통과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수한 학생만 골라 졸업시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몇몇 학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로스쿨들이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교육과정을 엄격하게 해서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하겠다는 것은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단순히 분모수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의 ‘변시 학원화’가 더욱 가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원처럼 시험에 도움이 되는 방식의 강의를 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로 인해 일부 로스쿨에선 출제위원 경험이 있는 타 대학 로스쿨 교수를 초빙해 변시 특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학원의 강사들을 불러다가 변호사시험 출제 과목 특강도 하고, 실제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동영상 강의까지 틀어주고 있다. 학교 측이나 학생들에게나 변호사시험 합격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으면 학생들의 원성은 물론 로스쿨 인가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변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변시 출제과목을 제외한 로스쿨 수업도 파행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학점을 퍼주는 이른바 ‘전략 과목’이 명맥을 유지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국제거래 실무, 기업인수합병(M&A) 실무처럼 변호사가 됐을 때 곧바로 도움이 될 실무 과목들도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성화 교육도 상황은 같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출범 당시 IT법, 글로벌 기업법무 등 저마다 특성화 교육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교육이 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택과목 응시자도 빈익빈부익부다. 해당 선택과목을 공부한다고 해서 그 분야에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저 공부하기 쉽고 대세인 과목으로 쏠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양한 전공과 배경의 학생들을 선발해 제대로 된 소양과 인성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뿌리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로스쿨들이 변시 입시 학원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로스쿨의 변시 학원화를 막으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는 묘수 마련이 시급하다. 그 방향은 로스쿨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변시 낭인도 막고 지방 로스쿨들도 살리는 대안이 돼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변시 합격률이 낮아질수록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내몰리게 된다. 결국 로스쿨에도 사교육 광풍이 불게 된다. 더욱이 법학 비전공자가 절대 다수인 학생들은 사교육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로스쿨이 현 시스템으로 간다면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변시 고시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로스쿨 관계 기관은 하루속히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