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의 “운명”, 홍준표의 “변방”, 품격 있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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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의 “운명”, 홍준표의 “변방”, 품격 있는 대한민국
  • 오시영
  • 승인 2018.05.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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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문화와 품격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 각고의 인내와 훈련이라는 달굼질을 필요로 한다. 이번 4ㆍ27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문화품격 및 문화국민으로서의 민족품격까지 최고임을 보여주었다. 세계에 품격 있는 문화국가임을 자랑하였다. 가랑비에는 옷 젖는 줄 모른다. 강요되지 않는 감동은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 강퍅한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만다. 단단한 빗장을 자신도 모른 채 풀어헤치게 한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따뜻한 봄바람이 스스로 벗기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겨 있던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품위 있는 손님맞이와 따뜻한 마음 베풂이었다. 누군들 이렇게 고품격의 문화와 가랑비 같은, 스토리텔링이 갖춰진 완벽한 봄비 앞에서 녹아내리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 제2장 인생편 “문제아”라는 한 꼭지에서 자신의 고교시절을 반추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피웠던 고등학생으로 자신이 문제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운명을 집필하는 “지금도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면서 “점차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습성은 아버지 덕이 컸다.”라고 자신의 가난했던 경남중학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책 사 볼 돈이 없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고, 장기간 외지 장사를 다녀오시던 아버지가 사다 준 동화책 등에 매료되었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되고 난 후로는 늘 책에 굶주렸다.”고 그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연배의 우리 세대는 대부분 책에 굶주렸던 세대이다. 유일한 문화 흡수 대상이 책이었는데, 그 책마저 별로 많지 않았기에 책과 사상에 굶주렸던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이나 대여서점에서 하루 종일 죽치고 있기 일쑤였고, 그 덕에 성인용 음란소설에서부터 사상계에 이르는 고난도 책에 이르기까지 경계 없는 독서를 섭렵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기도 했었다.

그의 중학교 도서관에서의 생활은 고등학교로 이어졌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갔고, 책을 대출받아 읽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몇 달 동안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사서선생님을 도와 의자 정리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해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하였다. 우리 때, 독서에 열광적이었던 내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게 책읽기에 열중이었고, 일기를 쓰고, 글을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운명이라는 책을 쓰는 시점에서도 자신에 대해 “아니 (책읽기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떨 땐 활자중독처럼 느껴진다. 쉴 때도 손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 덕에 학교 공부에 등한하였고, 가고 싶었던 대학에 첫 번째 실패한 원인이라고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러한 독서열이 “문재인 사상과 철학”을 만들었고, “실천자 문재인”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재인의 자서전 “운명”은 제1장 “만남”, 제2장 “인생”, 제3장 “동행”, 제4장 “운명”으로 나누어져 있는 467쪽짜리 책으로 모두 75개의 꼭지글로 되어 있다. 모든 꼭지글에는 “문제아” 같은 “소제목”이 붙어 있어, 그 꼭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서전 “변방”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였지만, 그가 어린 시절 어떻게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독서에 대한 회고가 전혀 없다. 그가 접했던 문화를 표현하는 장면은 초등학교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1원으로 매주일 “동시상영영화관에서 외국영화 두 편”을 하루 종일 이해될 때까지 보았다는 서술부분과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장면에서 서정주 시인의 “귀촉도”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 미국에서 생활할 때 별로 할 일이 없어 독서로 소일했다고 하는 부분 정도이다. 하지만 독서를 했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책에서 감동을 받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홍준표 대표가 사자성어를 종종 사용(滅私奉公을 滅死奉公으로 잘못 적은 때도 있었지만)하는 것을 볼 때 많은 독서를 나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의 자서전에서 독서와 관련된 부분이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음은 그가 책읽기를 그리 소중한 가치, 높은 의미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해볼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죽음 원인으로 어머니가 한 마디로 잘라 “술병 때문”이라고 했다는 부분이나, 자신의 매형 역시 “술중독으로 길거리에서 동사”했다고 밝힌 부분에서 유추해 보면 어린 시절 가족들의 술주사에 진저리를 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대학생이 되고 이대 여학생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출신고교 문제로 업신여김받은 상처로 그 이후 이대생들을 만나지 않기로 했다거나 검사 시절 자신의 정의로운 수사에 대한 검찰 조직 상부의 외압을 못 넘고 옷을 벗은 사실 등을 가슴 아프게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름 강자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히 강하여 자신이 더 강해져야만 이를 이길 수 있다는 절치부심의 노력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독서의 넓이가 깊지 못해 영민한 머리의 번뜩거림에 비해 천착된 깊이가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는 어린 시절 찢어지는 가난을 겪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길을 걸어 온 동시대의 인물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변호사가 되어 노동자와 민주화운동을 하다 붙잡혀 들어간 학생들의 변론을 맡는 등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따뜻한 인간애를 발휘해온 반면, 홍준표 대표는 열혈 검사가 되어 힘 있는 정치인들 및 세도가들의 불법행위를 처벌하여 사회정의를 바로잡고자 나름 강력한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일부는 성공하였으나, 일부는 조직의 강압으로 성공하지 못한 채 옷을 벗고 나왔지만, 나름 정치의 길에서 야당 대선후보와 대표가 되었으니 성공하였다고 하겠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가난하고 힘없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잊지 않고 계속하여 그 편을 돕는 가치관을 유지해 온 반면, 홍준표 대표는 반대로 강자 쪽을 지향하며 자신도 강자가 되어야겠다는 성공지향적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그의 자서전 변방에서 변호사가 된 후에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총풍사건(한나라당이 북한에게 남쪽을 향해 총을 쏘아 안보불안을 야기해 달라고 청탁한 황당한 사건)과 안풍사건(한나라당이 안기부 기밀비를 한나라당 선거비용으로 불법사용한 사건) 및 세풍사건(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하여 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조달한 선거법위반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 부정한 정치행위를 희석시키는 변론에 집중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자서전 변방에서 그는 당선이 확실시 되는 강남을지역구를 원했으나 송파갑으로 밀려난 부분(그러나 당선되어 최초 국회의원이 되었다)과 대구의 한 지역구 의원을 대구시장으로 차출하고 자신을 대구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지명해 달라고 이회창 당시 총재에게 간청을 하였으나 거절당하고 동대문을구로 차출(이 선거에서도 당선되었다)된 부분이 그의 성격의 일단을 추정케 한다. 홍준표 대표는 이 부분에서 “나도 고향에서 좀 편하게 국회의원을 하고 싶었다.”라고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밝히고 있다. 그러던 홍준표 대표는 당대표가 되어 자신을 대구북구을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임명하여 편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길을 열었다. 그의 전투력 가치의 일면을 평가할 수 있겠다. 그의 “변방”은 에필로그까지 포함하여 모두 “50꼭지의 변방”으로 되어 있다. 각 변방 꼭지글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아” 같은 소제목이 없고 모두 숫자로만 되어 있다. “변방1, 변방2...” 같은 형식이다. 모두가 변방이다. 자신이 권력의 중심부에 있어도 변방이고, 진짜 변방에 있어도 변방이다. 언제나 변방에 있는 그는 도전적이고, 현실 수용이 아닌 채 다 채워지지 못한 “성공에의 갈증”으로 목말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품격과 품위는 이런 것이야!” 하는 문화적 수준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여주고 전 세계에도 보여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과 최종적 남북선언문을 서명했던 평화의 집 1층 로비에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을 전시함으로써 “사상 처음 남쪽 땅을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도 한국화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북한산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민정기 화백은 북한산을 위에서 다각도로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그 아름다움을 핵심적으로 둥글게 강조하였다며 이러한 둥긂의 미학을 통해 남과 북이 둥글게 타협하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2007년도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을 어떻게 찾아내 전시할 수 있었는지 감탄스럽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도 모르게 북한산 그림에 매료되어 관심을 표명하게 만들어 대화의 물꼬를 자연스레 트게 만들었으니 대성공이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서울 한 복판에 있는 “북한-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남한과 북한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하나의 공동체임을 밝히고 있으니 이 또한 중의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1층 접견실의 훈민정음병풍 또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즉 글을 몰라 답답한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한 그 사랑을 본받아 남북 지도자가 민족의 답답함을 풀어보자고 우회적으로, 아니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 “천 년의 동행, 그 시작”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통한다는 “사맛디”와 만든다는 “맹가노니”를 합해 “남북을 통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사맛디”의 “ㅁ”이 문재인의 미음이며, 맹가노니의 “ㄱ”이 김정은의 기역을 상징한다며 각각 청색과 홍색으로 표시하였다며 감동을 주었다.

세 번째로 평화의 집 2층 정상회담장에 “금강산 작가”로 불리는 신장식 화백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을 배치하였다. 금강산을 그리고자 10여 차례나 금강산을 방문하여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으로 불리는 금강산을 계절별로 그려온 신 화백의 작품을 김정은에게 보여줌으로써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를 은영 중에 암시하고 있다. 상팔담 위에서 본 금강산은 “하늘에 핀 꽃”과 같다고 하여 천화대로도 불리운다고 한다. 신장식 화백은 “봉우리들이 하늘로 웅비하는 모습을 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백두대간의 에너지를 담기 위해 선을 단순하게 표현하고 푸른색을 많이 썼다.”고 작품기법을 밝혔다. 때마침 신 화백의 금강산 그림 전시회가 5월 20일까지 뉴욕에서 열리고 있으니, 금강산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가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만찬장에 걸린 “서해, 두무진에서 장산곶”은 신태수 화백의 그림이다. 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백령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와 남북대치 상황, 그리고 백령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치유와 힐링을 도모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이 유연해지고 그 확장을 통해 세계평화로 가는 지름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북한 장산곶의 새벽달울음소리조차 들을 수 있다는 백령도 앞바다를 통해 지척인 남북한의 경계를 허물고,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수역선포를 통한 남북어민들의 자유로운 어로활동 보장을 이루어보자는 염원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산과 금강산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통해 남북한이 얼마나 아름다운 산천을 가진 금수강산인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느끼게 만들고, 백령도와 장산곶을 잇는 서해바다를 평화수역으로 발전시켜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 전쟁과 갈등이 얼마나 무망한지를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깨닫게 하였고, 훈민정음의 글씨 하나하나를 통해 애민경천의 세종의 정신을 이어가자고 설득하였다. 도보다리에서의 꿩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나눈 진지한 대화, 소 1001마리를 끌고 올라갔던 길가에 남북정상기념 공동식수로 6ㆍ25휴전협정체결년도인 1953년도를 기린 1953년도산 소나무를 심고 백두산과 한라산의 흙, 한강과 대동강물를 뿌려 남북화합의 정신을 기념하는 등, 곳곳에 소리없는 문화의 함성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심금을 격동시키고 있다. 보는 국민도 고품격 문화에 감동하고, 세계인도 감동하는 문화 품격의 한마당이었다. 평화를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평화로워지는 분위기에 가랑비에 옷 젖듯 문화에 마음이 젖게 만드는 진정성이 돋보이는 남북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남은 후속조처들이 잘 이루어져, 북미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남북미정상회담 등이 모두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 국민의 품격, 나라의 품격이 한없이 높아진 한 주였다. 이런 품격을 느끼게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품격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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