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60)- 노벨상과 외교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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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60)- 노벨상과 외교영웅
  • 강신업
  • 승인 2018.05.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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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있어 왔고, 수많은 전쟁이 정의를 표방했고, 수많은 전쟁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영웅이 탄생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의 대부분은 전쟁이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전쟁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너무 밋밋하고 무미건조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악을 징치하는 불가피한 방법일 때조차도 최선일 수 없다. 정의를 위해, 불의를 타파하기 위해 전쟁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대개의 경우 정의를 표방한 때에도 전쟁은 외교의 실패를 내포하는 것이어서 전략전술이라는 측면에서도 상책일 수 없다. 전쟁은 심지어 그것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일 때조차 비효율적이다. 특히 한쪽이 상대방을 제압할 정도로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선 오히려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의 발발은 이미 양측의 치열한 공방에 의한 막대한 피해를 의미한다. 때문에 중국 춘추시대의 손자(孫子)는 《손자병법》의 〈모공편〉에서 “용병의 방법 가운데 나라와 군대, 병사들을 파괴하는 것보다 그것을 온전히 하는 것이 더 상책”이라고 했다. 그는 “백전백승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도 했다. 군대를 동원해 적을 치는 것은 지모나 외교를 통한 방법에 비해 하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쟁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그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쟁의 피해는 현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인류의 과거를 지우고 미래를 파괴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핵전쟁은 인간의 과거는 물론 미래까지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것이 분명하다. 인류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 놓은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문명을 파괴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쟁이 국가 간, 민족 간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이유는 한편으로 인간 종족이 가진 폭력성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어떤 사람들에겐 전쟁이 여전히 매력적인 자기 과시방법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만든 인간의 계획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면 국민을 위한 것이지 일부 계급이나 정치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가 존재해야 한다면 오로지 국가를 구성하는 인간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를 내세워, 애국심을 내세워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굳이 죽기로 전쟁을 치러야할 이유가 있다면 인간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다. 전쟁은 적어도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톨스토이는 “영웅은 존재할 수도 없고 또 존재해서도 안 되며 오직 인간만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톨스토이적 관점에서 수많은 ‘영웅’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많은 ‘인간’이 희생되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로지 ‘영웅’을 위한 시대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거둘 수 있는지, 의심을 거두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일단 뒤로 하고 적어도 그들이 핵 버튼을 책상위에 올려놓은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아닌 외교로 인류 역사에 ‘영웅’이 아닌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는 데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일방적인 요구나 위협 대신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끈기 있게 추진함으로써 전쟁이 아닌 평화를 향한 행진을 계속해야 한다는 당위를 각인시킨 점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의 최대 성과다.

트럼프 노벨 평화상 얘기가 나온다. 가능한 얘기다. 전쟁이 아닌 외교로 인류평화에 공헌한다면 노벨상을 받을만하다. 그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는 전쟁 영웅이 아닌 외교영웅이 될 것이다. 물론 진정한 외교영웅이 트럼프인지 문재인 대통령인지는 나중에 다시 판단을 필요로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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