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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3 / 감정평가와 공공서비스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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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4  11: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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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포장의 위력.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다. 여자의 화장은 겸손한 거고, 중년의 염색도 주변인을 배려한 거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신드롬이 일고 있는데, 이것도 여주인공 누나가 밥만 잘 사줬으면 인기가 이렇진 않았다. 눈부시게 예뻤기 때문이다. 포장 하면 또 정치인이다. 그들의 화술만한 게 있을까? 툭 하면 ‘국민’을 들먹이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친다. 그럴 때면 목까지 울화가 치민다. ‘포장 좀 그만 합시다’ 외치고 싶다.

편법 경영권 승계, 노조와해 시도 등 국민의 눈총 받는 대기업 소식을 보노라면, 그들의 다채롭고 활성화된 사회공헌활동은 영 낯설다. 돈 잘 버는 회사의 겸손한 섬김일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속 보이는 짓은 아닐까.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

감정평가 업계의 이미지는 어떨까. 일단 지명도가 낮다. 뭐 하는 직군인지 모르는 사람 천지다. 벌써 이 업에 몸담은 지 10년 됐어도, 만나는 사람 누군가에게는 감정평가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귀찮게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선뜻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고 손들면 오히려

불안하다. 은행직원과 결탁해 대출사고를 유발하는 파렴치한? 재개발구역 세입자 피눈물 나게 만드는 쥐꼬리 보상액을 결정하는 장본인? 그도 아니면 빈곤한 노인 가구에 보유세와 건보료 폭탄을 안기는 공시가격 평가자? 편견과 오해의 산물이려니 생각하지만, 이렇게 몰아갈 때면 이런 이미지가 언제 씻길까 한숨 가득이다.

일단 이런 모습도 있다고 홍보하고는 싶다. 몇몇 전문자격자 집단과 달리 대부분의 감정평가법인이 주식회사로 운영된다는 것. 그래서 수입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어떤 탈세의 노력도 안하고 성실하게 법인세와 소득세를 납부한다는 정도? 감정평가법인이 주식회사 형태라는 사실에 놀란 교수의 반응이 생각나 적어 본 말이다.

최근 감정평가사협회의 움직임을 보면, 이미지 제고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협회장 직속 기구로 신설되는 ‘공공서비스위원회’를 홍보하는 기사가 몇 검색된다. 협회장과 외부 인사를 공동위원장으로 했는데, 추진하겠다는 일을 보면 전략은 나쁘지 않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자를 위해 무료 감정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단다. 파산(회생)대상자의 자산 가치를 확인해 줄 용의도 내비쳤다. 청소년 대상 부동산 교실 운영도 넣어놨는데, 큰 인기는 없으려니 하지만 제공 서비스 목록에 포함시키기 괜찮다.

이미지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울 항목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시 시가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국민 입맛에 딱 맞는다. 시가와 괴리되는 공시가격으로 재산을 축소해 신고하는 관행은 눈속임에 가깝다. 관련법에서 공시가격을 시가로 인정해준다고 해도, ‘시가는 훨씬 더 될 텐데’ 의혹은 눈덩이고, ‘이것도 시가로 본다는데 무슨 문제 있어요?’ 반문하는 건 비겁한 변명인 줄 모두 안다. 정부와 보조 맞춰 잘 정착한다면, ‘신의 한 수’일 수 있다.

그런데, 여태껏 공공서비스 많이 해 왔다. 재개발구역 현금청산평가 하다가, 염산을 뿌리는 손길 보고 기겁해 줄행랑친 경험담이 유통되고 있다. 표준지의 현황을 파악하려고 차량 진입이 아슬아슬한 지역에 들어갔다가, 도랑에 빠져 견인트럭을 불렀던 난감함도 공유 대상이다. 그 토지 평가하면서 수수료로 4만 원 받았다면, 자원해서 했을 리 없다. 법률대리인에게서 받는 무수한 사실조회 통지서에 넌더리 난 적도 많다. 분쟁 있는 평가 건은 반려하고 싶은 마음 수차례 억누르면서 잘 버텨 왔다. 이런 게 공공서비스가 아니면 뭔가?

따라서 이번 감정평가사협회의 움직임은, 그간 한낱 탐욕스런 경제인이었는데 이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멸사봉공의 전향적 조치가 아니다. 그동안 조용히 공공에 기여해 왔는데 이미지 좋아질 기미 안 보이니, 앞으로는 눈에 띄게 더 애써 보겠다는 재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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