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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의 고슴도치 전략과 비핵화가능성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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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4  11: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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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쉴 틈이 없다. 4월 27일 정상회담이후. 지금 한반도 정의는 “빠르다.” 대북 확성기 해체와 철도와 도로 관련 주식들의 가격 상승과 군대안가도 되냐는 질문들. 이런 상황보다 더 빠른 것은 감정의 과잉이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최종 종착지는 북미정상회담이다. 이 회담에서 비핵화가 합의되어야 한반도평화체제구축과 남북 경제협력이 가능해진다. 모든 것은 비핵화를 하고자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향후 한반도 역사가 그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의지에 대한 다른 이들의 해석은 엇갈리기 마련이다. 남한 내에서 “이번에는 다르다”고 북한의 의지를 믿자는 입장과 “이번에도 속을 수 없다”는 입장이 갈리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우리가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할 것인가이다. 현재 불확실한 국면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린 변덕스러운 개인의 의지보다는 개인을 둘러싼 구조와 환경을 보아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를 둘러싼 환경이 많은 것을 결정할 때가 있다. 구조적인 압력이 강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인간 김정은의 ‘의지’가 아닌 그를 둘러싼 ‘구조와 환경’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인 김정은의 행동은 그 이전에 우리가 보았던 김정은과 다르다. 짧은 시간 동안 개인이 달라졌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김정은이 변한 것일까? 전략적 관점에서 북한 김정은의 변화 이유는 단순하다. 북한의 전략이 바뀐 것이다. 북한의 외교 전략은 ‘고슴도치 전략’이다. 고슴도치전략은 영국 사상가인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유추한 전략이다. 원래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비유 속 고슴도치와 여우는 철학의 일원론과 다원론을 대표한다. 세상을 짜개고 짜개면 결국 모든 것은 한 가지로 수렴되기 때문에 그 단 한 가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철학적 일원론이다. 고슴도치는 그 한 가지에 매달리는 철학자이다. 반면에 여우는 다방면에 능한데 이는 철학적 전제가 다원론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다원론에 따르면 세상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구성되어 작동하기 때문에 철학자는 이런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런 철학적 입장은 국가의 외교정책과 전략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고슴도치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외교를 하는 반면 여우는 다재다능한 외교를 한다.

북한의 현재 전략은 고슴도치 전략의 전형이다. 북한의 외교는 과거 ‘권력추구’에서 현재 ‘생존추구’로 단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왔다. 탈냉전 이후 생존을 위해서 북한은 방어와 억지의 논리로 무장하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이것으로 미국을 위협하여 생존을 보장받고자 한다. 그리고 북한은 핵이 완성되어야 생존을 할 뿐 아니라 협상도 가능해진다고 보고 시간벌기전략을 써왔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미국을 협박하여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오랜 국제적 제재의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체제를 이끌고 있는 김정은과 김정은 참모진과 북한 내의 소수 엘리트들에게 제재의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이 상황은 몇 개월 안에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생존을 위해 만든 핵과 미사일이 자신의 목에 칼이 되어 돌아오는 형국이다. 북한의 평범한 민간인들은 장마당을 통해서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런데 최고 권력층은 다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북한 내부에서 만들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것들을 구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본래 국제 경제제재는 민중들의 불만을 야기해서 지도자와 민중을 분리하고 봉기하게 만들고자 한 전략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 민중들은 각자 도생하고 있어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런데 제재의 표적이 바뀌면서 북한 엘리트층이 직접적으로 압력을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북한 처지는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 이전 군국주의국가 일본의 처지와 유사하다. 미래전망이 매우 어둡다. 주변상황은 점차 불리해지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현재 북한은 1941년 일본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 일본처럼 미국을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틀어지면 미국으로부터 심각한 군사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기습공격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선제공격을 받고 지도자만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 120만이나 되는 대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야 말로 마비가 된다. 일인 독재국가인 북한은 자신들이 그간 써온 기습공격과 선제공격 전략에 대해 가장 취약하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북한은 중국처럼 전면적인 개방정책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넓은 영토와 거대한 인구가 자본주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개방 이후 쉽게 자본주의에 점령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경제제재 해제와 이후 개방을 당기게 될 경제 지원을 간절히 원한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왜? 너무 급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지금 추진하는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은 김정은에게는 엄청난 모험이다. 하지만 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것 말고 딱히 방법도 없다. 급사(sudden death)를 피하기 위해서 질식사(slow death)할지라도 뛰어들어야 하는 판이다. 안 죽고 살려면 우선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독사과라도. 그래야 다음 전략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대하는 북한의 입장은 명확하다. 김정은은 최대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또한 비핵화와 군축을 이야기하면서 경제적 보상을 챙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 1994년 이후 북미관계의 학습효과도 있다. 북한이 장난을 치고 싶어도 치기 어렵다. 국제제재를 가하는 국제사회가 있어 미국도 쉽게 판을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북한 고슴도치 전략의 결론은? 북한은 현재 평화공세에서 주도권을 쥔 척 하지만 사실은 비핵화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평화공세를 통해서 좋은 이미지와 생존을 위한 실익 모두를 챙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시적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그 행동이 북한 전략의 모든 것을 말한다. 군사분계선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상징화하려는 평화주의와 함께 미국에 대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고슴도치는 한 가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북한은 외교에 목숨을 걸었다. 평화공세의 극대화와 생존을 위한 실리극대화. 게다가 전략적으로 만든 평화이미지는 국제여론을 움직이고 있다. 미국이 더 많이 양보하여 평화를 만들라고 말이다. 옥류관 냉면은 우리 시대 평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불쌍한 비둘기.

한반도는 현재 역사적 변곡점에 서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긍정적으로 진행되든 판이 깨지든. 이런 중대국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보다는 전략이다. 1970년대 데탕트시기 핵과 미사일개발이라는 고슴도치전략을 이미 사용해보았던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도 북한 보다 한 수 위다. 게다가 북한 전략을 빤히 꿰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많다. 역사는 생존을 위한 고슴도치의 가시가 자신을 찌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러니 북한은 예전처럼 까불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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