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광주지법 세월호 재판, 피해자 보호·배려 어디까지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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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광주지법 세월호 재판, 피해자 보호·배려 어디까지 했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04.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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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소송법학회 공동학술회
‘형사재판에서의 범죄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주제로
임정엽 부장판사, 한제희 부장검사, 이진국 검사 발제

※ 이 글은 일부 재구성되어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6월호 ‘이슈 프리즘’ 코너에 실릴 예정입니다 ※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형사 재판의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다. 피해자는 ‘증인’으로서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하나의 증거로만 다루어질 뿐이다.

이에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회장 김종호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23일, ‘형사재판에서의 범죄피해자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8년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에서 임정엽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세월호 재판에서의 피해자 권리 보장과 한계’를 발제했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한제희 부장검사는 ‘프랑스 형사재판에서 범죄피해자의 지위와 역할’을 발표했으며 아주대학교 이진국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형사재판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지위와 역할 : 피해자 참가제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재판 절차에서 피해자 배려를 적극 모색한 국내의 대표적 사례인 세월호 1심 재판을 면밀히 살펴보는 한편 프랑스, 독일, 일본의 상황을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피해자 지위 관련 논의를 다각도로 심도 있게 이루었다는 평가다.

이날 지정토론자로는 세명대학교 남선모 교수, 서울중앙지법 표현덕 판사, 서울중앙지법 변성환 부장판사가 참여했다.
 

▲ 형사소송법학회 이상원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 김주미 기자

세월호 재판에서 행해진 여러 조치들

발제자인 임정엽 부장판사는 2014년 6월 10일부터 2015년 2월 12일까지 약 8개월 동안 진행된 세월호 사고 관련 48명의 피고인들에 대한 총 9건의 1심 재판을 재판장으로서 지휘했다.

그는 “광주지방법원과 재판부는 비극적인 사고로 고통을 받고 있던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배려하고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시행하였거나, 시행을 고려했던 조치들을 크게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노력 △재판 방청권의 보장 △피해자 진술권의 보장 △증인신문 및 피고인신문 절차의 참여 보장 △피해자 변호사의 권리 보장 등으로 구분했다.

첫째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노력’으로서 그는 2014년 5월경 대한변협이 설립한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 공익법률지원단’의 재판 시작 전 면담요청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재판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소방관을 초빙하여 법원직원들에게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정신과 전문의를 초빙하여 세월호 재판에 관여하는 검사, 국선변호인, 법원직원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피해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에 대한 증인신문의 시행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염려한 검사의 제안으로, 안산지원 법정에 직접 가서 공판기일외 증인신문을 실시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둘째 ‘방청권 보장을 위한 조치’로는 보조법정의 운영 및 안산지원에 대한 재판중계가 행해졌다. 이는 1심 형사재판으로서는 처음 시행된 사례였다고 임 판사는 전했다.
 

▲ 김주현 전 대검 차장이 참석하여 경청하고 있다.

셋째 ‘피해자 진술권 보장’과 관련,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은 피해자 진술’에 있어서는 종이 또는 사진을 보여주는 행위, 피해자 진술의 공판조서 기재, 공소사실 또는 증거가치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허용 여부, 제1회 공판준비기일 또는 재판 초기에 이루어지는 피해자 진술 허용 여부가 문제됐다.

당시 법령이 명확치 않거나 미비되어 해석상 논란이 될 여지가 있었으나, 재판부는 당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모두 허용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증인신문에 의한 피해자 진술’과 관련하여 재판부가 허용한 조치로는 추모 동영상 재생 등이 있다.

넷째 ‘증인신문 및 피고인신문 절차에 대한 참여 보장’은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요청이 있었는데, 임 판사는 먼저 검사들에게 유가족들의 질문을 사전에 취합하여 주신문 형식으로 질문하는 방식을 권했다.

이에 검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재판부는 직권신문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 검사, 변호인, 재판장의 신문이 끝난 뒤 피해자 변호사가 유가족들의 질문사항을 취합해서 재판부에 제출하면, 재판장이 질문을 선별하여 증인 및 피고인에 대하여 묻는 형태로 행하였다.

끝으로 ‘피해자 변호사의 권리 보장’에 대해서는 먼저 피해자 변호사들의 요청이 있어온 바 그 중 ‘피해자 변호사 1~2명을 검사석에 앉게 해 달라는 요청’ 및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기록의 열람⸳등사 요청’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기일 절차에서 피해자 변호사들과의 소통에는 적극성을 보였다. 피해자 변호사들과의 연락을 통해 다음 재판에 출석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수, 관련 의견들을 파악했고 재판부에서는 재판절차에 관한 결정들을 피해자 변호사에게 알림으로써 절차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세월호와 구조 및 크기가 유사한 오하마나호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에 대하여도 피해자와 유가족들, 피해자 변호사들의 참석을 허가함으로써 재판의 쟁점에 대한 피해자 측의 이해를 제고했다고 말했다.

임 판사는 “광주지방법원과 재판부가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 시행했던 여러 가지 조치들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 향후 입법적으로 개선될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더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프랑스 사소제도 검토 여지 있어”

‘프랑스 형사재판에서 범죄피해자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발제한 한제희 부장검사는 “프랑스 형사절차에서 범죄피해자가 갖고 있는 형사절차상 권리로는 크게 고소권, 사소권, 검찰항고권이 있다”고 소개했다.

범죄피해자는 우선 경찰 또는 검사에게 고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경찰이 고소를 접수한 경우 이를 수사한 후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한다. 피해자가 고소를 제기할 수 있는 단계는 여기까지다.

만약 검사가 고소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면 이에 불복하는 피해자는 ‘사소 당사자 구성 고소’라는 것을 예심수사판사에게 제기하거나, 재판법원에 직접 소환하여 사소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직접 소환 방식은 가해자의 인적사항과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가해자를 법원에 바로 출석시켜 재판이 열리게 하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소제기가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과를 가져온다.

즉, 형사절차에서 검사가 제기하는 ‘공소(公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범죄피해자는 ‘사소(私訴)’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한제희 검사에 따르면 이 사소 제도는 범죄피해자의 형사소추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결합한 제도라고 설명된다.

범죄피해자가 사소권을 행사하는 경우 단순한 참고인 등이 아닌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획득,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피의자나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당사자로서의 여러 권리를 부여받게 되는 것.

끝으로 검찰항고권에 대하여는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40-3조가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어떤 사실을 고소한 모든 사람은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고등검사장에게 항고(recours)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04년 3월 9일 신설된 규정인데, 함께 신설된 제40-2조의 취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신설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 검사는 말했다.

그는 특히 사소제도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손해배상 판결로 신속하게 범죄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대부분의 범죄피해자로 하여금 수사와 재판 단계 전반에 직접 참여하여 당사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며 적극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형사절차상 권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프랑스 사소 제도에 비근한 제도로서 (우리는) 배상명령 제도와 재정신청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으나 대상범위가 제한적이거나 인용범위가 협소하다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범죄피해자를 위한 배려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소를 제기하는 방식의 사소 제도는 형사소송 남발, 피고인 인권 침해의 우려 등으로 인해 바람직하지 않으나,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에 부대적으로 참가하는 방식의 사소 제도는 배상명령 제도 확대 및 필요한 권리의 적극 부여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날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의 모습

“우리 실정에 맞는 피해자 참가제도 설계해야”

아주대학교 이진국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피해자 참가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공판절차상 피해자참가제란 범죄의 피해자가 공판절차에 참가하여 신청이나 의견진술 등 특정한 소송행위를 수행함으로써 피고인의 책임전가나 비방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이 교수는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 피해자참가제를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제화되지 못한 것은, 피해자참가제의 본질과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이 그 원인이었다고 파악했다.

피해자참가제의 이해를 위하여는, 100년 이상의 시행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의 부대공소제도와, 독일 부대공소제도를 자국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조응하여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피해자참가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먼저 독일 형사소송법상 피해자참가제는 부대공소라 부르고, 부대공소란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나 그 상속인 등이 당해 사건의 공판절차에 참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의 본질은 ‘형사절차상 피해자 보호’이나 내용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당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부터 피해자 보호(보호기능) △검사의 공소유지 활동을 피해자가 불신하는 경우 검사의 소극적 공소유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통제기능) △피해자가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응보감정이 피고인에 대한 형 선고에서 충분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등(보상기능)의 기능을 한다.

한편 일본의 피해자참가제도에서는 보호 기능이 일차적인 동시에 주를 이룬다. 독일과는 달리 공판절차에서 검사의 소극적 공소유지활동을 통제하는 기능은 인정되지 않으며, 형사공판절차에서 피해자참가인이 주체적인 지위를 향유하지도 않는다.

공판절차에서 소송의 주체는 여전히 검사와 피고인이고, 결국 일본의 피해자참가제도는 검사와 피해자 간 협력모델로 이해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비교법적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의 사정에 맞게 관련 절차를 최적의 상태로 구성하여 피해자참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견해도 소개하였는바, 반대의견은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검사에 준하는 당사자 지위를 가지면서도 검사와 같은 객관의무는 부담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은 두 명의 대립당사자와 싸우는 상황이 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하며, 형사절차가 불필요하게 복잡하고 장기화되어 시간과 경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진실발견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하여 이 교수는 “피해자참가제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따라 극복될 수 있으며 법원의 소송지휘를 통해서도 해결될 수 있고, 피해자보호를 위해 일정한 시간과 경비의 과다소요는 감수해야 할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진실발견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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