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JUSTICE] 달콤하고 말랑한 재판 상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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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달콤하고 말랑한 재판 상식 (1)
  • 임수희
  • 승인 2018.04.29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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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희 부장판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 이 글은 법조매거진 <LAW & JUSTICE>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우리 사장님이 피고가 아니라구요?!”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준생 김씨.
여름 내내 치킨집 주방 보조 알바로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기름 속 치킨이랑 더운 여름을 보냈지요. 시급 7,000원에 10분만 지각해도 벌칙금이라며 알바비 10,000원씩 깎이고, 손님 많은 날은 새벽 3, 4시까지 10시간을 넘겨 서럽게 일하던 알바 김씨.

드디어~! <맛있는 치킨집> 주방 보조 알바 생활 6개월 만에 원하던 회사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맛있는 치킨집> 사장님이 글쎄, 축하는 커녕, 갑자기 알바를 그만두면 가게는 어떡하냐며 성질을 부리지 않겠어요? 그러고선, 가게 손해가 막심하니 마지막 1달치 알바비랑 까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을 해 버렸어요.

억울하고 분한 김씨. 못 받고 떼인 알바비 1달치를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의 주먹을 시원하게 날리자! 맘 먹었죠.

뒤늦게 최저임금 시급이 7,530원(2018년 기준)이고 8시간 넘겨 일한 것은 연장근로수당으로 1.5배를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그동안 억울하게 못 받은 알바비를 다~ 받으리라 다짐했습니다. 물론 사장 맘대로 지각 벌칙금이라며 깎고 안 준 돈까지 몽땅 받아내겠다고 말이죠.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소장을 낸 김씨. 며칠 후 법원에서 날라 온 <보정명령>이라는 서류를 받게 됩니다.

“피고의 표시를 적법하게 하기 바랍니다.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인지, 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인지도 구분하여 피고를 명확히 특정하기 바랍니다. 만약 법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면 법인등기부 등본을 첨부하기 바랍니다.”

대체 김씨가 소장에 뭐라고 썼길래, 법원은 저런 <보정명령>을 보낸 것일까요.
대체 저 <보정명령>은 김씨에게 무얼 어떻게 하라는 걸까요.

김씨가 낸 소장에 피고 표시란을 한번 볼까요?
피고 <맛있는 치킨집> 사장 이계주”라고 적혀 있네요.

자 그럼, 저 피고 표시가 왜 문제인지 보겠습니다.

우선, <맛있는 치킨집>이라는 것은 말이죠. ‘상호’라고 합니다. ‘상호’를 <맛있는 치킨집>으로 쓰는 사업주가 개인일 수도 있고, 법인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맛있는 치킨집> 업주가 개인사업자인 사장 이계주라면, 개인 ‘이계주’가 피고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이 경우 “피고 이계주”라고 쓰고 주소를 쓰면 됩니다.

하지만 혹시 <맛있는 치킨집> 업주가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이라면, 사장 개인이 소송 상대방이 될 수 없어요.
예컨대 <맛있는 치킨집> 업주가 <주식회사 치킨>이라면, 이 경우 피고의 표시는 “주식회사 치킨 대표이사 강치킨”과 같은 방식으로 써야 하는 것이지요.

법원에서는 김씨가 낸 소장의 부본을 일단 김씨가 적어낸 주소상의 ‘이계주’에게 보냈어요.

그런데 김씨가 그동안 <맛있는 치킨집> 사장님인 줄 알고 사장님! 사장님! 하며 불러 온 이계주씨는 아! 글쎄,
“저는 <맛있는 치킨집>의 사장이 아닙니다. 사장은 따로 있어요. 왜냐면 <맛있는 치킨집>은 주식회사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김씨한테 알바비를 주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구요.”라고 써 낸 겁니다.

그래서 결국 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보정명령>을 김씨에게 보낸 것입니다.
김씨가 머리 아프겠다구요? 네, 참 머리 아프겠지요. 그래도 법원이 친절하게 수정할 사항을 알려 주잖아요.

그래도 김씨가 참 어렵겠다구요? 네, 법률용어들이 딱딱하고 이해가 쉽지가 않지요.
억울하고 분해서 법의 이름으로 시원한 정의의 주먹을 사장에게 먹이려고 했던 김씨는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 졌습니다.

여러분~! 법의 이름으로 시원한 정의의 주먹을 날리려면요~!
처음부터 내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 즉 나에게 임금을 주어야 할 상대방이 누구인지 잘 알아야 합니다. 일 해 주고 돈 못 받으면 차라리 일 안 하니만 못 하잖아요.

개인사업자의 경우 그 사업주 개인이 상대방입니다. 그리고 명의상 사업주와 실제 사업주가 다른 경우가 있으니 잘 확인해 보셔야 해요.

그리고 하나 더! 사장님이 사실은 ‘진짜 사장님’한테 고용된 ‘월급 사장’일 뿐이라서, 나한테 월급 주는 ‘진짜 사장’이 따로 있을 수도 있으니, 진짜 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사업자의 경우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회사 자체가 소송 상대방입니다.
이 경우도 체인점 등의 경우는 본점과 지점(또는 가맹점 등)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지점 또는 체인점 점주가 근로계약 상대방이 될 수도 있고, 회사 본점이 직접 고용계약의 상대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구요? 그래서 알바든 취직이든 처음 시작할 때 가능하면 계약 상대방을 정확히 확인하고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안 하면 근로기준법상 업주가 벌금 대상이 된다는 것도 아시면 좋겠지요?

그리고 보통은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인근(관할) 지방고용노동청 고객상담센터에 요청하면 근로계약의 상대방을 누구로 보아야 하는지, 즉 민사소송의 피고를 누구로 해야 하는지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서 침해받은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확인하고 권리구제방법도 차질 없이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법률구조공단이나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또는 법원의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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