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 / 대한항공 이름 바꿀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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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2) / 대한항공 이름 바꿀 수 있나
  • 신종범
  • 승인 2018.04.2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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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세로줄 삭제
http://blog.naver.com/sjb629 

땅콩회항이 잊혀질만 하니까 이제 그 동생이 물컵을 내던지며 나타났다. 이어지는 회사 직원들의 폭로로 오너 일가의 감춰졌던 추잡한 모습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재벌 집안의 갑질 행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당사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신성한 국가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대한'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청원하고 있다. 사실 ‘대한항공’은 '대한'이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상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사람들은 국가에서 인정해 준 항공사로 생각하고 서비스와 안전성 등도 다른 항공사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그 대가를 지급한다. 반면, '대한'이라는 존귀한 그 이름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 등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 때문에 그 의미가 상당히 훼손되고 있다. 이쯤되면 더 이상 '대한'이란 국가이름을 그 항공사가 쓰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할까?

국적기에 대한 오해

국가마다 그 국가명을 지닌 항공사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에어 프랑스', 미국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일본의 ‘재팬 에어라인’ 등. 대한민국에는 ‘대한항공’이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항공사들을 그 나라의 대표 항공사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안전성 등 품질이 최고 수준임을 국가가 검증하였다고 믿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항공사 비행기를 국적기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의 국적기는 국가가 항공사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의 국적기란 그 나라 법에 의해 설립된 항공사에 속해 있는 비행기라는 의미일 뿐이다.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도, ‘제주항공’도 그 비행기는 모두 대한민국 국적기다. ‘대한항공’도 다른 항공사와 동일한 국적기이기 때문에 '대한'이란 이름도 국가가 특별히 부여한 것이 아니어서 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는 오로지 '상표법'에 달려 있다.

상표로서 ‘대한항공’

“상표”란 자기의 상품(지리적 표시가 사용되는 상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비스 또는 서비스의 제공에 관련된 물건을 포함한다)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標章)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상표에 해당한다(‘대한항공’은 주식회사 대한항공이 운영하는데 상호와 상표가 동일한 경우다).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공사를 한진그룹이 인수를 한 후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문자와 태극문양을 이용한 도안 등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다.

대한항공 상표권을 실효시킬 수 있는지

‘대한항공’ 상표는 현재 등록된 상표로 상표등록무효심판 또는 상표등록취소심판을 통해서 상표권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지 문제된다. 현재 우리 상표법에 따르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구성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고 등록된 상표는 무효사유가 된다. ‘대한항공’의 '대한'은 대한민국을 나타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 특히, 특허청의 상표등록심사기준에 따르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업종명칭이 단순결합된 표장은 식별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그러한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대한'에 업종명칭인 '항공'이 단순결합된 표장으로 위 심사기준에 의할 때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된 상표라도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상표등록 후 그 등록상표가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도 상표등록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2008년 상표심사기준 개정 전에는 지리적 명칭과 상법상 회사 명칭이 결합된 경우에는 상표등록이 가능했다. 대한항공은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후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하여 사용함으로써 식별력을 얻었고, 출원 당시 상표심사기준에 따라 상표등록을 하였으므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통해서 상표권의 효력을 무효화 할 수는 없다. 또한, 상표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표등록취소심판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들이 ‘대한항공’의 이름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국가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대한항공’이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한 오너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개인 기업이 아닐진데, 그 명칭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바꿔야 할 것은 수 많은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고,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로 믿은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오너 일가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족벌 경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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