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9)- 드루킹, 그리고 디지털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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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9)- 드루킹, 그리고 디지털민주주의
  • 강신업
  • 승인 2018.04.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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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인터넷 아이디 드루킹이란 명칭을 쓰는 김 모씨가 대한민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언론은 이 사람을 편의상 드루킹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는 평소 어떻게든 유명해지기를 원했다고 하니 결국은 소원을 이룬 셈이 되었다. 어쨌거나 그는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크게 장식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드루킹은 정치·경제와 관련된 글을 자신의 블로그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올렸고 이 글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누적 방문객 980만 명의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그는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등 카페를 만들어 4,50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을 모으고, 이 회원들을 기반으로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라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런 온·오프라인 조직을 밑천삼아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그는 인터넷 언론의 허와 실을 정확히 알고 이를 이용했다. 그는 언론사 뉴스가 인링크(In-Rink) 방식으로 독자에게 소비되는 포털에서 인터넷 댓글이 가지는 위력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는 또한 뉴스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 또는 비공감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결국 그는 인터넷 댓글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세를 과시하고 유력 현역 정치인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에 고무되었는지 그는 사람들의 앞날이나 미래를 보는 예언자인양 행세하며 추종자들을 포섭하여 소위 ‘두루미타운’이라는 이상적 공동체 건설을 꿈꿨다고 한다. 이 대목에 이르면 그의 실체가 매우 궁금해진다.

그의 본색이 무엇이든 그가 현실정치에 미친 파장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그가 벌인 인터넷 댓글 조작은 소수의 의견을 시민 대중의 여론으로 둔갑시켜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했다. 특정인이 시민 대중의 눈을 댓글로 가리고 매크로 공감수 조작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어내는 인터넷 여론조작에 일반대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대중은 보통 판단기준을 내면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나 상황에 영향을 받기 쉽다, 정치적 선전·선동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인터넷 여론조작은 과거 독재시대에 정치 깡패가 대중연설을 방해하고 독재 권력에 목줄을 잡힌 매스 미디어가 독재자의 나팔수가 되던 것의 현대판 변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루킹의 댓글작업이 가능했던 데는 네이버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네이버는 각 언론사가 보내온 기사를 인링크 방식으로 게재하면서도 댓글 조작을 막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방치했다. 사실 그동안 미디어 소비시장의 중심축이 포털로 옮겨가면서 신문사나 방송사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에 포털은 빠르고 다양한 뉴스로 독자들의 집중적인 선택을 받아 왔다, 하지만 포털은 언론사에 비해 인터넷 윤리 규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느슨했고 댓글 여론조작의 가능성과 그 폐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드루킹은 바로 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인터넷 댓글로 포털에서의 기사 노출 순위를 바꿔 디지털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들이 원하는 기사를 읽도록 사실상 강요했다. 특히 기사에 달린 댓글과 공감이나 비공감의 수는 독자들로 하여금 여론이 이미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드루킹 사태는 디지털민주주의의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태는 또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세력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경각심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여론조작은 민주헌정을 파괴하는 범죄다. 댓글 여론조작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디지털민주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민주주의는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포털이나 언론사 등 관계자들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더 이상 일부 불순 세력이 인터넷에서 여론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그 방법을 강구하고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한다. 미룰 일이 아니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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