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 정부의 거시기 발걸음과 삼성증권의 머시기 유령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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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문재인 정부의 거시기 발걸음과 삼성증권의 머시기 유령증권
  • 오시영
  • 승인 2018.04.2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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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미시와 거시는 백지 한 장 차이이다. 아니 동전의 양면처럼 미시와 거시는 하나이다. 하지만 한 장의 차이, 동전의 양면은 하나이면서도 천지 차이이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고 승패가 하나 차이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100점과 99점은 1점 차이 같지만, 이 차이는 영원히 극복될 수 없는 차이이다. 당락이 결정되고, 승패가 결정된다. 담 하나를 사이에 놓고 담 안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담 밖에 내쳐질 수밖에 없느냐의 차이이다. 미시의 세계에 머물면 현미경처럼 사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시의 한계는 거기까지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개미 쳇바퀴 돌 듯 뫼비우스의 띠 주위를 무한반복 돌 뿐이다. 도토리 키 재기 하듯 자아의 늪에 빠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세상의 흐름을, 시대정신이 변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스스로 난장이가 되어 자꾸 축소지향적 가치관에 함몰되기 쉽다. 거시의 세계라고 반드시 옳은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시의 세계는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주는 미래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시대변화에 민감하고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가 거시의 세계와 미시의 세계로 완전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남북평화정착을 기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이 거의 거인의 발걸음이다. 좌고우면함이 없이 오직 하나의 일념으로 뚜벅이 걸음을 걷고 있다. 남북평화통일이라는 거대한 목표방향성은 남북이 분단되는 순간 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데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난 70여년 세월이었다. 다가가는 듯하다가 멀어지고, 멀어지는 듯하다가 다가가기를 반복하다가, 이제 비로소 얼굴을 마주 하고 손을 마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같은 방향으로 걷게 될 것 같다. 대립과 갈등, 분열과 반목이 거듭되는 부정의 단계에서 대화와 화해, 평화와 통일을 향한 긍정의 단계로 사고와 방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의 총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이전투구가 계속되고 있다. 난장판이고, 흙탕물이다. 비틀기가 계속 되고 있다. 결국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스스로 사퇴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신의 19대 국회의원 재직 당시 남은 정치후원금 처리 문제에 대해 법위반사유가 있다고 내린 유권해석에 책임을 진 것이다. 국회 피감기관으로부터 부당한 해외 출장비를 지원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하였다. 김 원장의 사퇴는 국회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피감대상 국가기관 및 민간단체로부터 해외 출장 경비를 조달받은 국회의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그러한 출장경비 지원을 받아왔고, 그들은 그것을 관행으로 당연시 해 왔다. 수많은 야당의원들이 김 원장을 그 문제로 비난했지만 그들 역시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문제인 것이다. 그들이야 이제 김 원장이 사퇴한 마당에 출장경비 지원 문제가 잠잠해지겠지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문제에 대한 전면조사를 해 상응한 법적 조처를 내려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20만 명을 벌써 넘어섰으니, 정부로서도 이에 대한 전수조사 및 상응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놓여 버렸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를 형국이다.

입법부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입법부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찌할 수 없이 검찰의 수사권과 사법권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깊은 속마음이야 들여다보지 못해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에 올인해도 부족한 형편이라 이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쳐지게 되면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기회에 그 동안 관행이라며 묵인되어왔던 불법행위(외유성 해외출장경비조달)를 단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슨 사유로든 다른 기관으로부터 출장경비를 지원받은 것은 위법행위이다. 국회의 경비로 가든지, 아니면 사비로 가든지 해야지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가는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물론 출장경비를 지원하는 국가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은 국회의원의 현지 출장을 통해 자신들이 입법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예를 들면 출장 간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제도의 국내도입을 위한 정보 수집, 제도 개선 등의 결과를 도출해 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출장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뇌물증여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행위가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었고, 이에 대해 별 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 또한 잘못이었다.

그러니 이번 김기식 원장 사퇴를 계기로 그 동안 여야 국회의원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어온 불법, 편법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여 제도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은 그러한 출장을 다녀온 후에도 출장비를 지원한 기관의 로비활동에 휘둘리지 않았다고 변명하며 자신의 깨끗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출장비 지원 문제가 합법으로 둔갑되지는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의사일정 조율, 한미관계, 북미관계, 한일관계 등 수많은 난제를 어떻게 처리할까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불거진 드루킹이라는 김 모씨의 사이버 댓글조작사건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함으로써 국내가 시끄럽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개요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였는데, 당선되자 선거 과정에서의 자신의 사이버 댓글 지원에 대한 대가로 오사카총영사 및 청와대 행정관 등 보은인사를 청탁했다가 거절되자 앙심을 품고 매크로를 이용하여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코자 반대자들의 댓글에 공감표시를 대량으로 닮으로써 사이버여론을 호도하였다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수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보은인사청탁 거절에 대한 앙심을 품고 해로운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민주당 반대 댓글에 대해 찬성 수를 늘려 마치 보수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여론”을 조성한 후 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역공격을 가할 빌미를 만들려고 했다(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게 되면 민주당에 여전히 우호적 세력으로 활동한 것이 된다)고 변명하고 있다지만, 민주당에서 드루킹을 형사고발하여 이루이진 수사임에 비추어 그의 위 말은 변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은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되었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은 자신들이 드루킹의 부당댓글조작으로 피해(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댓글의 공감자가 대폭 증가하였으므로)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당비(매월 1000원)를 내는 민주당 진성당원인 드루킹이 대선 전부터 사이버 여론 조작에 나섰고, 그러한 과정에 현재의 여권이 드루킹을 사주하였거나 자금 지원 등을 하지 않았느냐며 이를 밝히기 위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 등 여권은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자고 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그러한 사실이 있다면 이를 밝혀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엄중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검도 도입해야 한다. 그게 촛불민심이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그러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민심이 분노하여 촛불혁명을 이루어냈는데, 문재인 정부와 여당도 그러한 행위를 하였다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수사기관은 성역없이 드루킹의 자금 운영 실태를 수사하여 수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 운영비 등의 조달경위를 밝히고, 중심세력들이 행해 온 사이버 댓글 조작 관련 범죄사실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삼성증권의 유령증권 발행을 둘러싼 비위사실이 며칠 사이에 여론에서 사라져 버렸다. 주식을 발행할 경우 회사는 “주권(株券)”을 발행해야 한다. 모든 주권은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화폐에 고유번호가 붙어 있는 것처럼 고유번호가 붙게 된다. 주식이 상장되면 주식이 한국거래소(증권거래소)에 위탁이 되어 보관되지만, 어찌 되었든 한국거래소를 통해 주식을 사고 팔게 되면 특정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는 특정 주식(증권번호가 특정된)을 취득하게 된다. 그런데 유령증권은 주권(유가증권)이 발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고유번호도 없는 말 그대로 유령증권인데도 거래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주식을 매수한 주주는 “없는 증권”을 소유하게 된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유령증권일망정 한국거래소를 통해 정상적으로 거래가 되었으므로 한국거래소에서는 그 거래를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매수자가 주권 실물을 보지 않고 거래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증권에서는 거래된 유령주식 수에 해당되는 501만3천주를 누군가로부터 매수하여 유령주식을 매수한 주주에게 그 실재주식을 유령주식과 대체하여 교환하여 주고, 그들이 샀던 유령주식을 환수하여야 한다. 아니면 바로 그 501만3천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들로부터 그 주식을 환수하여야 하는데, 이 방법은 유령주식이라 유령주식임을 안 상태에서는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도 없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함정들에 대한 수사나 조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무슨 꿍꿍이수작이 한국거래소와 삼성증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상태에서 오늘도 삼성증권이 한국거래소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문제는 그 유령주식이 계속하여 거래될 경우 새로운 유령주주가 수없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유령주식이 거래된 날 투매현상(주가폭락)으로 피해를 본 다른 실재 주주들의 피해차액을 보상해 준다고 밝히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등록이 되어 이미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총수를 초과한 유령주식 501만3천주를 매집하여 소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천억 원 가량의 매입자금이 필요하고, 문제는 유령증권을 가지고 있는 유령주주들로부터 유령증권을 건네받고 실재주식을 교환해 주려면 501만3천주를 한국거래소에서 매집을 해야 하는데, 삼성증권이 501만3천주를 매집한다고 하면 주식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증권시장을 교란하게 되어 증권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거시와 미시는 모두가 중요하다. 미시 없는 거시는 공허하고, 거시 없는 미시는 무망하다. 남북평화체제 구축이나, 국회의원들에 대한 입법부 개혁이나, 드루킹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여론조작을 근절하고 유령증권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것은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고, 중요성에서 경중이 있다. 이번 한 주는 그 어느 한 주보다 중요하다. 남북이 각기 독립정부를 수립한지 70년이 지났다. 지난 70년 동안 남북대치상황으로 얼마나 우리 민족이 고통 받고 힘들었었는가? 필자는 몇 년 전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정치지도자로 나설 때 오히려 남북평화협력체제가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고 진단한바 있다. 성정 급한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의 단순함과 솔직함이 한반도평화통일의 단초를 가까운 미래에 제공해 줄지도 모르겠다고 예단한 바도 있다. 지금은 국력을 남북정상회담에 모을 일이다. 보다 거대한 거인의 위대한 족적이 남겨질 수 있도록, 민족이 하나 되어 스스로 거인이 되어 보자.

거인의 발걸음이 필요한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하며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분탕질이나 훼방은 놓지 말자. 계속해서 좁은 우물 안 미꾸라지가 되어 맑은 우물물을 진흙탕물로 만들지 말자. 거시와 미시 중 지금은 거시에 온 국민이 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모으고, 행동을 모을 때이다. 거시에 집중하면 그 뭐냐 거시기가 좀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시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통큰 거시의 세계로 나와 손을 맞잡기 바란다. 머시기 하면서 자꾸 거시기 하면 거시기 하려는 사람 좀 거시기, 머시기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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