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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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8)
  • 박준연
  • 승인 2018.04.20 10: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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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왜 글을 쓰는가

미국 로스쿨에서의 경험에 대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로스쿨 3학년때였다. 글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뭔가를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할 뿐더러, 오만하지만 로스쿨에 관련된 글, 특히 한국인이 쓴 글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면서 영문 자료뿐만 아니라 국문 자료도 많이 찾아봤다. 모든 자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국 자료의 번역에 가까운 내용도 없지 않았고, 특히 아쉬운 것은 개인적인 체험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 사회생활도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후 유학을 고민하는 처지에선, 나와 비슷한 선배들이 로스쿨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이런 체험담을 접할 기회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적인 체험부터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글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싶었지만 의외로 독자도 늘어나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독자분, 내가 이전에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독자분들이 댓글을 남겨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인 만큼, 독자에게 도움이 되고싶다기 보다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성찰의 과정에 가까웠다.

이후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역시 비슷한 아쉬움을 느꼈다. 게다가 우리말로 된 로펌 체험담은 로스쿨 준비 자료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미국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이 적어서일 수도 있고, 변호사로서 업무에 대해 구구절절 쓰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또 무엇보다 로펌 생활은 업무 시간도 길고 불규칙적이어서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일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로펌 생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점점 뜸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법률저널에서 흔쾌하게 지면을 허락하여 주셔서, 로펌, 로스쿨에서의 체험을 포함한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과정과 비슷한 것은, 법률저널 측의 배려로 비교적 자유로운 소재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블로그와는 달리, 내 이름으로 소속을 밝히고 쓰는 글에 부담이 아예 따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짧은 글이라도 일주일에 한번, 늘 찾아오는 마감시간 역시 때로는 무겁게 느껴졌다. 일이 바빠도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 금세 초고를 마치는 주가 있는가 하면, 이번주는 무슨 얘기를 쓸까 길게 고민하는 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연재를 시작했을 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매주 글을 써 올 수 있었던 것은, 글 쓰는 과정 자체에서 얻는 것이 많아서였다. 좋아하는 작가가 무엇인가를 창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고 해서 걸작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욕구가 들면 창작을 시작하는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는 따끔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글 자체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았다. 내가 강하게 느꼈던 감정, 굳게 믿었던 신념도 글로 표현하려면 설명을 빠뜨려서는 안된다. 그 설명을 생각하면서 그러한 감정과 신념이 혹시나 편견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문학 작품과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문학 장르에 고백적 글쓰기(confessional writing)라는 장르가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자신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은, 내 체험을 순전히 주관적으로 쓴 결과물이 독자들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필자의 이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자기 만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글이 자기 만족에만 그치고 끝나는 것은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나의 글이 로스쿨, 로펌에 대한 정보로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분투에 대한 기록으로서 읽힌다면 매주 컴퓨터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자판을 두드린 보람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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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8-04-23 22:32:04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매주 이렇게 해를 넘길 시간만큼 꾸준하게 연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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