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7)-'담쟁이는 서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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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7)-'담쟁이는 서두르지 않는다'
  • 정명재
  • 승인 2018.04.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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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원장(공무원 장원급제)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시인 <담쟁이> 中에서 -

국가직 9급 시험이 끝나고 많은 수험생들은 조금은 우울한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내 주변의 수험생들을 살펴보니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비단, 어느 한 명의 학생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기대를 하며 최선을 다한 후, 그 결과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일에 익숙해졌지만 이번 시험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눈치였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시험장에서 체감하는 시험의 난도는 매우 높았고 모르는 문제에 답을 찾기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연이어 나를 찾아왔다. 이제 어떻게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시험에 직접 응시하고 수험생들과 함께 수험 현장에서 지내온 지도 3년이 넘었다. 때로는 시험이 어렵다고 하고 때론 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이번 시험만이 유독 어렵고 난처한 상황을 수험생들에게 선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되었다면 누구든지 합격의 기대를 할 것이고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보다는 성적의 추이(推移)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는 수험생에게 치명적인 시간 낭비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위기란 기회를 의미하며 어려움이란 인간에게 성숙한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수험생 대다수는 마음이 차분하고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으로 지난 한 주를 보냈을 것이다. 문득 달력을 보니 이제 한 달 후에 있을 지방직과 그 다음 달의 서울시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다. 두 달 동안 두 번의 공무원 시험이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수 있지만, 그 어려움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르는 순간이 바로 지금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자 역시 국가직 9급 시험이 끝나고 직접 시험에 응시하면서 깨친 바가 많았다. 연중 두 세 번의 시험에 응시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험은 촉박하고 경황없는 와중에 본능적이고 기술적으로 대비해야 함을 깨닫는다. 한 달의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결심한 것을 실천해야 할 차례다.

국어, 영어, 한국사는 모든 직렬의 시험에서 공통과목이다. 기본적인 것을 중심으로 공부해야 한다. 변별력을 주는 어려운 문제 위주로 공부한다면 절대로 틀리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문제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국어는 지식국어를 위주로 평소에 보던 책과 문제집으로 정리하도록 한다. 시간을 내서 지방직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보고 문제 유형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공부법이다. 영어는 어휘와 어법을 꾸준히 익히고 독해지문을 하루에 세 문제 정도 푸는 연습을 하자. 한국사는 국정교과서 또는 기본서를 중심으로 공부하자. 지방직에서는 교과서 외 지문이 많이 출제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교과서를 충실하게 보되 올해 출제된 다른 직렬의 기출문제들을 살펴보고 신유형에 적응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지방직에서는 국가직과 달리 지방직 시험에서만 유일하게 선발하는 직렬들도 있다. 도시계획직, 수산직 등의 시험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직 시험은 연중 치러지는 시험 중에서 합격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유는 앞서 여러 번 설명했듯이 전국 경쟁이 아니고 그 지역 거주자에 한해 선발인원을 뽑기에 응시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경쟁이 덜 치열하다. 도시계획직이나 수산직·방재안전직 등 기술직 시험을 살펴보면 10대 1 안팎의 경쟁률이 눈에 띈다. 전공과목의 경우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하기에 조정점수제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영어나 한국사 점수가 저조한 경우에도 전공과목 성적이 높게 나온다면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많은 수험생들의 공통과목 점수는 60점 내외의 점수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일반행정직렬 시험을 응시하여 합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지방직 시험에서 기술직렬을 응시하는 수험생이라면 한 달 동안 최선을 다하여 합격을 하도록 하자.

교육행정직렬 시험 역시 한 달 뒤에 치러진다. 예년에 비해 인기가 급상승한 직렬이어서 경쟁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직렬이고 꼭 합격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원서접수를 했을 것이다. 처음의 그 마음을 잊지 말고 남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한 문제 더 맞힌다는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 우리는 만점으로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합격자 명단에 들어갈 점수를 득하면 합격자가 되는 것이다.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반대로 시험이 쉽다면 쉬운 대로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결과에 연연하며 벌써부터 긴장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평정심을 가진 수험생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금은 아프고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시험을 마주했을 그대임을 안다. 이제 국가직 9급 시험은 잊어라. 다시 있을 지방직 9급 시험을 준비하도록 하자.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그 하루의 휴식이 달콤하리란 걸 믿자. 나는 1년에 있는 공무원 시험 중에서 지방직 시험을 가장 좋아한다. 노량진에서 1년을 하루처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하루의 외출은 내게도 신나고 설레는 일이다. 지방직 시험 전날이면 노량진의 거리는 한산하다. 모두들 지방으로 내려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만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그 길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한다. 너도 힘들었구나. 나도 힘들고 두려운 그 시험장에 다녀온 길이고 이제 조금은 후련하고 아쉬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담쟁이는 절망의 벽에서 고개를 떨구지 않고 있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새벽이면 한 뼘씩 자라나 결국 그 높은 담장을 넘는 것을 지켜보았다. 노량진 길가에 핀 민들레 한 송이는 홀씨를 남기기 위해 모진 환경에서도 견딘다. 담벼락에서 자라난 담쟁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노량진 후미진 담장에 핀 담쟁이는 나의 스승이었고 골목 비좁은 틈에 자라난 민들레는 나를 위로하는 친구였다. 수험생이 되면서 작은 사물에도 생각이 많은 수도승처럼 변해가지만 이러한 시간은 우리를 성숙하고 견고하게 만들고 있음을 믿는다. 세상의 바람은 차고 모질며 거칠다. 이 새벽,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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