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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JUSTICE] 청탁금지법의 시작- 세월호 참사로 인한 청탁금지법 제정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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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6  18: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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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변호사)
경희대학교 로스쿨 원장

알쏭달쏭 청탁금지법 해설 (1)

1. 침몰 중인 여객선


법조윤리협의회 이홍훈(전 대법관) 위원장은 2014. 3.경 각종 범죄로 얼룩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자는 취지로 판사, 검사, 변호사의 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선언문” 또는 “헌장”을 제정·시행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의사의 직업윤리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법조인의 핵심적 가치를 담은 내용의 고도의 직업윤리규범을 만들어 준수해 가자는 것이었다. 전관예우의 금지와 사건브로커를 통한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법조윤리협의회가 부패한 법조계의 근본토양을 바꿔보자고 의욕적으로 나선 것이다.

사실 규율할 법이 없어서 법조계가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는 법관윤리강령, 검찰에서는 검사윤리강령, 대한변협은 변호사윤리장전을 제정·시행 중이다. 그 내용을 보면 어느 곳에 내놓아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렇지만 그 몇 조문 안 되는 내용이라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니, 정의롭고 깨끗해야 할 법조계가 독직행위와 불공정함으로 얼룩진 부패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홍훈 위원장의 제안으로 로스쿨 교수, 판사, 검사, 변호사, 언론인, 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기구가 발족되어 회의를 시작했다. 변협 추천으로 온 변호사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새로운 규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법조계 각 직역의 특성에 맞는 직무규범이 있는데도 새로운 선언문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뜨거운 토론도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현재와 같은 부패한 상태의 법조계 문화로는 신뢰받는 법원, 검찰, 변호사가 될 수 없으므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그리하여 ‘법조인윤리선언’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직무규범을 만들기로 했다. 2014. 4. 16. 오전에도 서울지방변호사회관 1층에서는 선언문의 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회의 중 10시경 쯤에 핸드폰을 슬쩍 보았더니 “여객선 침몰 중”이라는 속보가 떠 있었다. 그 순간 도서벽지를 오가는 조그만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여객선은 세월호였다.

2. 외면당한 법조계 비리척결 운동

그 후 2014년 거의 1년 동안에 걸친 노력 끝에 법조인윤리선언의 초안이 마련됐다. 그리고 법원행정처와 법무부에 선언문의 내용에 대한 의견조회를 하였다. 그런데 두 기관에서는 전관예우와 같은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는데 대하여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문구에 대하여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조인윤리선언은 법관·검사·변호사윤리강령과 같이 추상적인 미사여구의 나열과 같은 방식을 취하지 않고, 무엇을 금지하는 것인지 직설적이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예컨대 “우리는 전관예우를 행하지 아니하고, 이를 위하여 각종 인연을 이용하지 아니한다.”는 식으로 금지대상 행위의 내용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런 문구를 순화한다는 이름으로 수정하다 보니, “우리는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지 아니하고, 경력과 개인적 인연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아니한다.”로 변했다. 도대체 어떤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추상적 문구의 나열로 변하게 되었다. 그러니 기존에 있던 각 직역의 윤리강령과 차이가 나는 독특함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과연 법원, 검찰이 법조윤리협의회가 팔 걷고 나서 법조계를 쇄신하자는 노력에 호의적으로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모든 국민이 알고 지적하는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 애써 감추고 숨기려는 태도를 보면서 전관예우야 말로 현직과 퇴직 판, 검사 사이에서는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성역임을 알게 되었다. 존재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계속 유지해 가려는 태도로 보였다. 전관예우가 법조계만의 부패현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특혜성 악습의 퇴치 없이는 끝없이 발생하는 법조인의 범죄행위를 근절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아무튼 2015. 11. 25. 법조인윤리선언은 선포식을 갖게 되었고, 그 선언문은 그 날 이후로 오간데 없게 되었다. 2016년에 이르자 법조인윤리선언이라도 제정하여 예방해 보고자 했던 전관예우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범죄들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습도박죄로 구속된 피고인으로부터 재판부 청탁 등으로 수임료 명목 50억원을 받았다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1년에 100억 가까이 벌어들인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큰 수익을 올린 현직 검사장, 사건관계인으로부터 자동차를 받았다는 부장판사, 동창으로부터 향응을 누린 부장검사 등의 사건이 줄을 이었다. 법조인윤리선언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음을 확인한 사건들이었다. 다만, 2014년에 머지않아 법조계를 강타하게 될 대형 법조비리의 발생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던 법조원로의 혜안과 경륜이 돋보일 뿐이다.

 

   
▲ 사진 출처 : 정형근 원장 페이스북

3. 청탁금지법의 제정 배경 : 금품 받은 검사에 대한 무죄판결

한편, 행정부에서도 부정부패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국민권익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2013. 8. 5. 부패한 공직문화를 척결하여 청렴한 사회를 만들고자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성안하여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하였다. 김영란 위원장이 제안하였다고 하여 “김영란법”으로 호칭된다. 정부에서 이 법률안을 제출하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과잉입법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부처의 의견도 강했다. 정부에서 이 법률안을 제출하기 전에도 유사한 내용의 의원입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 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으로 인하여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공정사회 및 선진 일류국가로의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인바,”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을 법조계에서 찾아보면, 특히 검사들의 범죄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주식대박 검사 등과 같은 명예롭지 못한 검사들의 범죄행위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검사가 일반인보다 못한 준법의식과 도덕성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 사건들이다. 뿐만 아니라 공직기강이 무너졌음을 반증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현직 검사가 금품을 수수했음에도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까지 나오자 온 국민은 법을 비웃었다. 그런 비난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형법상 뇌물죄의 공백을 보완할 새로운 규제입법의 제정이 요청되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의 제정 배경에 검사들의 범죄행위가 그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런 모습으로 어찌 타인의 허물을 정죄할 수 있겠는가. 국법질서를 확립하고 정의로워야 할 검찰의 구성원은 청탁금지법의 제정배경이 될 정도로 부패한 모습을 보여 왔고, 이를 단속해야 할 검찰조직은 구성원의 비리사건을 인지하였으면 추상같이 의법 조치해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비호·은닉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 세월호 대국민담화에서 청탁금지법 제정촉구

정부에서 만든 법률안이 어렵사리 국회에 제출되었음에도 검토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국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법의 제정에 대하여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그간 형법의 뇌물죄로 규제할 수 없었던 영역의 금품 수수까지도 규제하고 있고, 그 적용대상자가 국회의원 본인들인 여파도 있었다. 물론 그 법률안이 법리적으로 과잉입법으로 위헌이라는 논란도 컸던 탓도 있다. 이런 기류는 이미 정부의 관련 부처협의 과정에서도 형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거나 기존 법률과 충돌한다는 등의 여러 이유로 반대의견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청탁금지법은 고고한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여러 이유로 그 법률안이 국회소관 위원회에 머물러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세월호 정국을 수습하고자 당시 대통령 박근혜는 2014. 5. 19. 참사 34일 만에 세월호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그 때 박근혜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국회에 해당 법률안의 통과를 요청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청해진 회사와 공무원들 사이의 유착관계로 인한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지적과 비판 때문이었다. 그제야 국회는 비등한 여론을 의식하면서 청탁금지법 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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