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조인이 되려는 청춘들과 못난 기성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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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조인이 되려는 청춘들과 못난 기성세대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4.13 10:03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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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마음이 착잡하고 심히 우울하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보기가 참으로 안타까워서다. ‘법조인력양성제도’를 두고 하는, 기자의 푸념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한지 10돌을 맞이하지만 우리사회가 이를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 버거워 보인다. 달콤할 것 같은 낙원을 향해, 대책없이 소위 ‘무대포’로 도하하다가 거센 급류에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삭발식에 이어 한강 양화대교 고공단식투쟁을 하던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는 로스쿨생들이 가두집회에 이어 삭발식을 하고 나섰다. 지난해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 일원화라는 양면구도의 극한 대립이었다면 지금은 로스쿨과 정부, 또 로스쿨 구성원간의 대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머지않아 편입학여부를 두고 로스쿨간에도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을까 싶다.

하나가 잠잠해 지니 또 다른 논란이 봇물 터지듯 솟구쳐 오른 격이다. 그런데 지금에서의 논란거리가 아니라 애초부터 폭탄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로스쿨 제도 입안 때부터 변호사시험의 성격에 대해 명료한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로스쿨이 출범했고 변호사시험법이 제정됐다는 것이다. 2009년 3월 1기 로스쿨생들이 입학한 후에도 논란을 지속하다가 3개월여 지난 5월 하순이 되어서야 변호사시험법이 제정, 통과됐다.

당시 합격률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별도의 예비시험을 둘 것인지 등등 꽤나 복잡하고 난해한 과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법이 통과됐다. 합격률은 소위 ‘어떻게 되겠지’라는 우연성에 맡겼고 예비시험은 ‘3년 후 재논의’라는 무책임한 부대의견으로만 남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같은 상황을 지켜봐 온 기자는 ‘머지않아 터질 뇌관’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법에 명시할 수는 없지만 법학계와 법조계만이라도 최우선적으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했어야 했다.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등과 같은 애매한 법률규정만 담았을 뿐, 구체적인 해결은 “그 때 가서 알아서 하라”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해석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이 결코 자격시험이 아닐 수 있고 선발시험일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결단이었던 셈이다.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예비시험 도입 여부 역시 “3년 후에...”라는 부대의견이 무슨 효용이 있었을까. 그 3년 사이에 국회가 바뀌었고 당시 핵심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교체됐다. 너도나도 건드리기 싫은 민감한 사안을 3년 후로 넘겼으니 누가 그 부담을 안고 ‘내가 해 보겠소’라고 나설 수 있었겠는가 싶다. 기억으로는 박영선 의원만이 외로이 발버둥 쳤지만 그의 법률안은 로스쿨, 법과대 어느 측의 환영도 받지 못하고 폐기됐다. ‘재논의’라는 기대감은 ‘사법시험 존치’라는 확장적 희망을 갖게 했고 그것은 9년간 지속됐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3월 청구된 헌법소원 2건이 그것을 방증한다.

로스쿨의 운영은 어떠한가. 로스쿨 출범 당시 한 로스쿨 교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일본처럼 20%대로까지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럼에도 2010학년도부터 전국의 모든 로스쿨은 ‘결원보충제’를 통해 전년도 결원을 충원해 왔다. 그 결과 올해까지 총 9백여명이 정원 외로 입학했다. 적성이 맞지 않거나, 기타 사정으로 로스쿨을 떠나는 자연감소분까지, 재정적 문제 등의 사정을 들며 결정보충을 강행해 왔다. 2013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을 2016년까지 법개정을 통해 연장했고 이를 다시 영구적 운영으로 개정하려다 반발에 부딪쳐 결국 2020학년까지로만 운영하는 것으로 개정돼 시행 중이다. 이는 가랑비에 옷 젖듯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영향을 끼쳐왔고 결국 합격률 50% 유지여부 논란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춘들이 눈물을 머금어야 하는 작금의 법조인력양성제도는 ‘책임자’가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국가차원에서의 강단 있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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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적 2018-04-14 10:14:50
변시생-입학도 어렵고 공부 따라가기는 더어렵고 등록금은 더럽게 비싸고 변시는 정말 어렵고
고시생- 이제는 꿈을 접어야 함
이들의 적은 변협이 아니라 로스쿨 협의회와 로스쿨 교수들이다
현실적으로 합격자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분모가 줄어야 한다
법학부+로스쿨의 연계된 교육과정과 로스쿨 입구를 줄이는게 최선이다
법학수업이 뭐길래 그 비싼 등록금을 내야하는가?
변호사시험응시권 부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니기미 2018-04-13 14:28:25
로스쿨 문제가 딱한 경우인지는 따져봐야겠으나
딱한 경우라 치더라도 세상에는 노동.연금문제등
이보다 더한 경우가 수도 없이 널렸다.

모든 로스쿨 학생이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한 후에 선택한 것이기에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허고 사시나 로스쿨이나 폐해는 있기 마련
어느 것이 더 중한지 연구된 바는 있는지?

한편,우리사회의 일부분 지나지 않는 로스쿨 문제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고 법률개정에 권한 있는
국회가 발벗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

12 2018-04-13 14:01:09
고시생들이나 로스쿨출신들 모두 피해자야
로스쿨교수들 국회의원들 정치인들 니들은 진짜

ㅋㅋㅋ 2018-04-13 13:03:28
애초에 만들어질때부터 사학법과 거래하면서 통과되었으니...

결간 2018-04-13 12:57:06
기자님 말쓰대로 국가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줘야 됩니다.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겁니까. 예비시험제도, 로스쿨 통폐합 및 입학정원,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 산적해 있는 현안들에 대해서 교육부 및 법무부, 대법원, 법전협 등 유관기관 협의체를 꾸려서 조속히 논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됩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지도 벌써 10년짼데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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