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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법학회, 대통령 개헌안 놓고 찬반 토론회 가져
김주미 기자  |  hova@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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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21: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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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차에 ‘100분 토론’ 연상되는 ‘격론’ 오가
권력구조․기본권․지방분권․경제조항 등 세분화
전반적으로는 대통령 개헌안에 아쉬움 표명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국내 최대의 공법연구 단체 한국공법학회(회장 김유환)가 지난 6일 ‘국민의 입장에서 본 헌법개정’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가졌다.

국내 대부분의 헌법 학자와 행정법 학자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한국공법학회는 “헌법개정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 학자로서 할 일을 다 하기 위해 이번 학술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날 학술회는 특히 이색적인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개헌안을 바탕으로 찬반 토론을 벌인바, 헌법 파트를 크게 ‘권력구조, 기본권, 지방자치, 경제조항’으로 나누어 대주제로 선정, 주제별로 ‘토론자간 주장 및 반론-플로어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했다.

각 파트의 대표적인 발제자들이 맞붙어 격론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으며, 사안에 대한 해석 자체를 달리해 토론자 간 견해의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대화도 종종 전개됐다.

한국공법학회의 김유환 회장은 “2016년 촛불시위로 인해 촉발되어 2017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헌정사적 사건에 이르게 된 일련의 역사적 흐름은 ‘30여년만의 헌법개정’이라는 과제를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제시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정치권의 대립으로 인해 헌법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결국) 헌법 개정이 불발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의 무게는 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 김유환 한국공법학회장 / 사진 김주미 기자

김 회장은 또한 “정치 일선에서 거리를 두고 늘 원리를 연구하는 공법학자들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에 부응하고자 이번 학술회를 마련했다”며 “헌법 개정에서 기본권과 권력구조는 헌법적 관점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지만 지방자치와 경제조항의 경우 구체적 제도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논의가 공허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행정법학자들을 토론자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이날 권력구조 파트 발표자로는 고려대학교 장영수 교수와 연세대학교 김종철 교수가, 기본권 파트 발표자로는 중앙대학교 이인호 교수와 전북대학교 송기춘 교수가 나섰다. 사회는 이화여대 김문현 명예교수가 맡았다.

이어 지방자치 파트 발표는 인하대학교 이기우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이광윤 교수, 경제조항 파트는 서울대학교 홍준형 교수와 연세대학교 김성수 교수가 발표했다. 사회자로는 서강대학교 정하중 명예교수가 나섰다.

장영수 교수 “개헌안에 대통령 권력 오히려 강화됐다”

장영수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의 첫인상으로 “대통령 권력 약화가 아닌 오히려 강화”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권한을 새로이 추가한 것은 없으나 기존 권한들이 사실상 대부분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바뀐 것에서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이번 개헌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장 교수는 먼저 대통령 개헌안 제70조 제1항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지목, 문구만 삭제했을 뿐 실질은 ‘내려놓기’가 전혀 없는 명목에 그치는 개헌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가 원수가 아니라면 설명될 수 없는 조항들, 예컨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임명권이나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임명권, 감사원장을 독립기관으로 구성하면서도 감사원장 및 감사위원의 임명권을 부여한 것 등은, 대통령이 단순히 행정부 수반인 것을 넘어서 국가 원수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 개헌안 제55조 제2항에서 ‘정부가’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거론, 여당의원들 명의가 아닌 굳이 정부 명의로 법률안을 발의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법률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들을 수용하려는 의도였다면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는 것이 마땅한데, 단순히 명의만 여당의원에서 정부로 바꾼 것이 어떤 의미인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장 교수는 권력구조 파트에서 감사원을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것이나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호선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 왼쪽부터 김종철 교수, 김문현 교수, 장영수 교수

김종철 교수 “개헌, 전문가 아닌 국민 눈높이 따라야”

김종철 교수는 먼저 “개헌 논의에서 국민이 중심이 되지 않고 전문가들의 시각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헌법의 저작권자이자 제정권자가 국민이기에, 법 전문가의 견해가 아무리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게 국민 의견이라는 시각이다.

김 교수는 “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국민의 뜻은 결코 현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게 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은 국회를 불신하는 마음이 더욱 크며, 따라서 개헌 논의는 대통령 권한 분산보다 국회 권한 통제에 더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제왕적 대통령을 낳은 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제 자체가 아니”라면서, “제왕처럼 대통령 권한을 그릇 행사했던 이전 정권의 대통령을 국민이 물러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이 예정하는 대통령은 제왕일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던 권한을 조정하는 한편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입각하여 정부의 법률안제출권을 제한하고, 예산 관련 국회의 주도권을 강화했으며, 조약 등에 대한 동의권을 강화하는 등 국회의 국정통제권을 강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행정부 내 국무총리의 지위를 강화했으며, 대통령이 다른 국가권력에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3권과 평행적 권력의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중심으로 인식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이로써 획기적 지방분권과 직접민주제의 확대와 병행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충실한 민주공화적 헌정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인호 교수 “신국가주의 내세운 개헌안, 퇴행적이다”

이인호 교수는 먼저 대통령 개헌안이 “현행 헌법이 보편적인 가치로 중시하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라는 자유주의의 헌법가치를 ‘새로운 국가주의’로 대체”했다고 봤다.

그는 “제안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이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헌법개정안이 지향하는 ‘신국가주의’는 새롭기보다는 오히려 퇴행적인 것”이라며 “‘착한 국가주의’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변호할지 모르나 어쨌든 국가주의라는 본질은 동일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 헌법개정안은 특히 복지와 경제 영역에서 사회통합과 정의의 명분으로, 개인의 책임과 자율보다 국가의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사회복지와 실질적 평등을 위한 국가의 과도한 책임과 국가주도 경제정의는 필연적으로 국가권한의 확대를 요구하고, 결국 개인의 자유를 희생으로 해서만 달성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송기춘 교수, 김문현 교수, 김인호 교수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대통령 개헌안이 ‘지방분권의 원리’를 헌법상 기본원리의 하나로 채택한 것에 대해 용납될 수 없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지방자치 강화와는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며, “그럴 경우 지방정부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회 입법권이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단일의 주권을 훼손하는 일이자 현행 헌법의 정체성을 침해하여 헌법개정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발안제를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대의민주주의를 흔드는 위험한 실험의 시도’라고 비난하는 한편, 대법관추천위원회 및 법관인사위원회에게 인사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사법부 구성방식의 변경에 대해서도 ‘사법권의 정치적 독립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입헌민주국가 헌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려 섞인 시각을 나타냈다.

송기춘 교수 “헌법 규범력 담보할 수 있는 조건 갖춰야”

송기춘 교수는 먼저 “박근혜 탄핵이나 관련 권력자 처벌은 헌법과 법규범의 집행이 정상화 또는 엄정해진 것일 뿐 체제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겨울 추운 아스팔트 위에서 시민들이 외친 것은 법제도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기를, 대의기관의 의사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의사에 따르기를 바라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사회나 정치의 잘못된 부분의 원인은 헌법보다는 법률과 정치의 관행에 있고, 헌법 자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송 교수는 “개헌논의에서 시대에 역행하는 개헌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적다면 (그때가) 개헌의 적기일 것”이라며 “지금이 바람직한 개헌안을 만들고 제안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송 교수는 개헌에 있어 견지해야 할 원칙으로 첫째, 헌법의 조문이나 문장과 단어, 그리고 가운데점이나 쉼표 하나까지도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며, 그것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증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둘째로는 법률 개정에 의하여 해결되는 게 적절하거나 법률사항에 불과한 경우, 즉 헌법 개정이 장식적인 것에 불과할 경우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말했다.

이어 “개헌에 즈음하여 상당히 많은 개정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조항이 완결적이지 못하거나 전체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또한 예산 마련의 어려움을 도외시하거나 시행되기 어려움에도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개헌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넷째로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야기시키거나 미시적 쟁점이 제기됨으로 인하여 개헌문제가 특정한 쟁점의 찬반논쟁으로 전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송 교수는 한편 이번 대통령 개헌안의 주요 내용을 ‘국민주권의 실현, 인권보장의 강화, 권력 상호간 견제와 균형 강화, 지방자치의 강화(제헌 수준의 개정), 삶의 환경 개선, 국민의 헌법 만들기’로 정리했다.

그는 “2018년 대통령 개헌안이 많은 부분에서 그 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며 “헌법의 개정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헌법 규정의 규범력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과 정치적 현실의 형성이라는 조건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단체사진 / 사진 김주미 기자

이기우 교수 “지방분권,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여러 차례 약속함으로써 지방분권개헌에 관한 기대수준은 매우 높아져 있다”는 상황 인식을 보인 이기우 교수는 “왜 지방분권인가?”라고 자문한 후 “국가의 문제해결능력 향상, 경제발전, 지역발전, 국민행복을 위해서”라고 자답했다.

그는 “1990년대 한국이 서서히 지식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니라 선두주자 반열에 올랐다”며 “더 이상 따라할 선두 주자가 없게 되면서 목표가 불분명해지고, 정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정답을 찾으려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것이 시행착오이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위험을 분산시켜야 하고, 따라서 국가로 집중되어 있는 위험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되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아닌 지방이 혁신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한 지방이 실패하면 다른 지방에서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며, 한 지방이 성공하면 다른 지방에서 벤치마킹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따르면, 위험의 집중을 가져오는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체제는 문제해결의 다양성과 속도 면에서 지방분권적 국가운영체제를 따라갈 수가 없다. 즉, 70년대 발전 모델인 중앙집권적 운영체제는 오늘날의 지식정보사회에 더는 적용될 수 없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한편 그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입법권의 분권인데, 입법권의 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 행정권이 15% 정도, 사법권이 5% 정도이기에 입법권의 분권 없이 행정권만 분권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15% 분권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화려한 지방분권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방에게 입법권이나 행정권 또는 사법권을 이양한 것은 전혀 없다”고 혹독한 평을 내렸다.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부여하고,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는 법률의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태도는 오히려 현행헌법보다 지방분권을 더 후퇴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방분권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며 “단순한 국가권력의 배분 문제를 넘어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운영체제에 관련된 문제이자 대한민국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광윤 교수 “지방분권 주장 자체에 많은 문제 있어”

 

   
▲ 왼쪽부터 이기우 교수, 정하중 교수, 이광윤 교수

이광윤 교수는 지방분권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제시하는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개념의 혼동 내지 오해가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른 것을 마치 같은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지방 분권에 대한 대통령 개헌안은 연방제에 준하는 행정권과 입법권의 분권을 주장하고 있기에, 이것을 단순히 ‘지방 분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연방제를 하려고 하면서 ‘분권을 하겠다’며 개념의 혼동을 불러 일으켜 국민에게 정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오해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한편 지방 분권 주장에 대해 “시대정신이라는 이유로 이를 무조건 밀어붙이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가 말하는 시대정신이란 것이 이제는 오히려 낡은 것이 되어 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비용 절감을 위해 분권을 축소하는 경향”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나아가 “지방 분권은 국민과 주민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고 지방 권력자들의 자리와 권한만 증대시키는 점, 모든 사회적 갈등과 저출산 및 고령화 등 문제의 원인이 지방 분권의 미흡 때문인 것으로 말하는데 이런 문제가 지방 분권이 이루어지면 다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세계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중심의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북경, 광동, 상해 및 일본의 동경, 오사카에 비해 서울은 인구나 생산력 면에서 절대 약세에 있는데 더욱이 지방 분권까지 해서는 국제 경쟁력 면에서 한층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지방 분권에 반대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는 국민들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성질이기에 집권적일 필요가 있는데, 각 자치단체의 재정능력에 따라 의료와 교육의 지원 범위가 달라지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대통령 개헌안 제121조가 ‘지방정부의 자치권은 주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는 것은 마을 자치 권력이란 게 있어 본 적이 없고 오늘날 군 단위 이하 마을 단위는 지방행정조직이 아니었던 우리 역사상 성립될 수 없는 ‘주민 자치’의 개념을 내세우기에 비상식적이라는 점” 등을 반박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특히 “개헌안의 태도와 같이 우리나라 지방행정권이 국가로부터 전래되지 않고 주민자치에 기반한 고유권이라고 설명하는 문헌을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홍준형 교수 “경제헌법, 구체적 입법 없다면 상징정치로 끝날 것”

홍준형 교수는 현행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경제적 기본질서의 원리적 구조를 ‘첫째, 사유재산권 보장과 자유시장경제 채택, 둘째 사회정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통한 경제민주화’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은 갈수록 심해지는 소득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경제력 집중과 남용 등 왜곡된 시장경제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헌법상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과연 의미 있는, 실효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즉 무엇이 달라질지는 매우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행 헌법 제37조 제2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더라도 입법의 매개, 즉 법률의 근거 없이는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홍 교수에 따르면 대통령 개헌안이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하고, 골목 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소상공인을 보호, 육성 대상에 별도로 규정한 것 등은 결국 구체적인 입법을 통해 실천되기 전까지는 헌법적 상징정치로 끝날 수 있다.

한편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 제3항 및 제122조 등에 근거하여 해석상 토지공개념이 인정되고 있으나 택지소유상한에관한법률은 위헌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전제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홍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했다’고는 하지만 현행 헌법 제122조와 비교할 때 토지공개념 입법의 헌법적 근거를 명문화하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물론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이미 현행 헌법에 정착된 개념이지만, ‘토지공개념 3법’의 폐지 또는 무력화로 토지공개념 자체가 철퇴를 맞거나 정당성을 상실한 것도 아니었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법률들이 위헌결정 등으로 폐지 또는 무력화되었고 그동안 토지공개념 이야기가 수면 아래 잠복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이를 헌법에 명문화한다고 하니, 사회주의 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토지공개념의 재활성화 의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으려면 과거의 위헌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좀 더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토대로 위헌성 테스트를 통과할 헌법합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토지규제입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이번 개헌에 대해 ‘국민개헌’,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라는 말이 무색하고 ‘개헌 당한다’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점을 크나큰 아쉬움으로 지목했다.

 

   
▲ 왼쪽부터 홍준형 교수, 정하중 교수, 김성수 교수

김성수 교수 “양극화 등 해소는 헌법 아니라 국회와 입법의 역할”

김성수 교수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의 흐름에 대해 몇 가지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첫째, 현 정권의 선호와 경향을 반영하여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조항들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특정 정치집단이 헌법 개정을 자신의 이념을 실현하는 장으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 다른 정치세력과의 극심한 이념투쟁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개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따라서 개헌은 가능한 한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지향성을 지양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경제조항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경제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하는 것과 동시에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이를 혁신하는 과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셋째로는, 헌법이 구속력 있는 재판규범으로서 기능하고 그 권위적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선언적 내용이나 단순 원리, 원칙, 정치적 수사 등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은 규범이지 말의 성찬이 아니며 췌언에 가까운 수사와 관형구는 헌법의 규범력과 신뢰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제조항에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자는 개헌론은 집권세력의 정치적 선호를 서투르게 실현하는 자기만족 방식이며, 국민들 사이에 이념적 갈등만을 야기하는 잔가지 증식 농법”이라고 표현했다. 비와 바람에 약해 열매도 잘 맺지 못하는 잔가지에다 개헌안의 경제 조항을 빗댄 것이다.

그는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헌법이 아니라 국회와 입법의 역할”이라며 “헌법은 최대한 간명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며 정치적 선언과 구호는 최소화 하거나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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