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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7)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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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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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1,600여 명의 미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논문을 읽었다.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직종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조사의 몇 가지 목적 중 하나였는데, 조사에 따르면 공학,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제치고 선정된 제일 외로운 직종은 변호사라고 한다. 우울증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 역시 변호사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로스쿨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변호사에 익숙해져 있으면 굉장히 의아한 결과일 수도 있다. 외로운 변호사는 영화나 드라마의,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회의든 재판이든 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변호사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자마자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까지 포함해서 변호사라는 직업은 외로운 직업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막대한 양의 예습, 복습을 제때 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터디그룹을 통해 여럿이서 시험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혼자 공부할 시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바 시험을 준비할 때, 시험장을 향할 때, 드디어 시험을 마치고 로스쿨 기숙사로 돌아갈 때도 전부 혼자였다. 지금도 로스쿨 생활을 회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도서관이나 기숙사 건물 지하 2층 저널 오피스에서 공부를 하던 장면이었다.

로펌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로펌의 1년차 변호사는 큰 팀의 제일 막내로 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는 오피스를 함께 쓰는 오피스메이트도 있었고, 입사 동기들도 많았다. 그러나 변호사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면, 역시 혼자서 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혼자서 일한다는 것은 혼자서 문제를 파악하고, 조사와 분석을 해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을 전부 포함한다. 그 과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팀 차원의 협업이 가능하다. 또한 변호사라는 직업은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 직업이다. 혼자서 일하는 과정이 더욱 힘든 것은 그 과정이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해서이다.

그러면 외로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위에 언급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논문에서는 조직 차원, 관리자 차원에서 조직 구성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방법, 개인 차원에서 사생활이나 기타 취미의 유대를 강하게 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로펌 조직의 관리나 변호사회 차원의 복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논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변호사가 외로운 직업임을 현실로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혼자서 일하는 과정과 함께 회사 내부, 클라이언트, 그 외 회사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변호사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혼자서 일하는 시간과 그 일의 결과물에 대해 소통하는 시간의 균형이 잡힌 직업이라는 생각도 한다.

또 혼자서 일하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인 동시에, 깊이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예전 회사의 여름 프로그램 때 멘토가 되어준 S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시끌벅적한 시간이 끝나면 최소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혼자서 보낼 시간이 필요하다고.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자신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S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평균적으로 많이 긴 업무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도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서이기도 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나 혼자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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