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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 / MB의 영장실질심사 포기
신종범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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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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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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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sjb629 

이명박 전 대통령(MB)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집에 머물렀다. 그날 밤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야 검사들에 의해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현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다. 안희정 전 충남 도지사도 처음에는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았다. 두번째로 구인장이 발부되자 영장실질심사에 참여 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법원의 구속영장기각 결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안희정 전 지사처럼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후 구속여부가 결정되기까지 구치소 등에 수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 번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기각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영장실질심사 후 기각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구치소에 있어야만 했다. 그러면, MB처럼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구속영장발부 전까지 아무 곳에 있어도 되는 걸까?

영장실질심사의 법률 명칭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다. 피의자를 구속하기 전에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고 심문하여 구속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방어권보장을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체포된 피의자의 경우에는 체포의 효력에 의해 피의자를 출석시켜 지체없이 심문하도록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 반면, MB와 같은 미체포된 피의자의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그러한 이유가 없다면 심문을 할 필요도 없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될 것이다)에는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을 하여야 한다(‘할 수 있다’가 아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2항)

그렇게 인치된 피의자를 법원에 유치한 경우에는 법원사무관 등은 피의자의 도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법원 외의 장소에 유치하는 경우에는 구인장에 유치할 장소를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1) 피의자를 인치한 다음에는 가능한 빠른 일시로 심문기일을 지정하여야 하고(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2), 피의자가 심문기일에 출석을 거부하거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출석이 현저히 곤란하고, 피의자를 ‘심문 법정’에 인치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때 피의자의 출석없이 심문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13). 이러한 형사소송 관련 법령에 의하면, MB의 경우처럼 미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의 경우에 구인장을 발부하여 법원에 인치한 다음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심문을 한 후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구치소 등에 수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의자가 심문기일에 출석을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구인장을 발부하여 법원에 인치는 하여야 하고, 출석거부 등으로 출석 없이 심문을 진행할 것인지는 그 이후 판단할 문제이다.

그럼에도, MB가 출석을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구인장을 집행하지도 않고, 그의 출석없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것은 형사소송 관련 법령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일각에서는 영장실질심사가 피의자를 위한 제도이고, 피의자 스스로 방어권을 포기한 이상 굳이 구인장을 통하여 강제로 출석시킬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실제 그렇게 운영된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는 무죄추정의 원칙,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피의자가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일명 B규약)은 형사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 신속하게 법관에게 인치할 것(shall be brought promptly before a judge)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피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가 구속절차에서 '자동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automatic obligation)를 규정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 형사소법은 영장실질심사를 ‘구속 전 피의자심문’으로 규정하고, 피의자의 신청 여부와 관계 없이 피의자를 의무적으로 심문하도록 하면서, 피의자의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피의자를 인치함으로써 구속영장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피의자를 강제적으로 구인하지 않으면,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크게 때문이다.

MB는 결국 구속되었다. 그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음으로써 판사가 구속여부를 결정하기가 한결 쉬웠을 것이다. 그의 유무죄 여부는 이제 법원에서 판단되겠지만, 전직 대통령으로 사법절차에 따르지 않는 모습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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