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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2 / 보유세개편과 과세표준 5
이용훈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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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9: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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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봄기운이 완연하다. 겨울 냉기가 자취를 감췄다 싶으면 시계를 가리는 불청객 오염물질이 만연한다. 20년 전 봄날에 흙비와 미세먼지는 기별조차 없던 손님이었다. 그럼 느닷없이 공중에 빽빽해졌을까? 그도 아닐 것이다. 암각이 잠식되듯, 이성 동료에게 마음 뺐기고 사랑에 물들 듯, 알게 모르게 심해지지 않았을까.

부동산 보유세 문제를 논할 때면 과표의 적정성을 탓하는 목소리가 우렁차다. 애초부터 과세표준액이 잘못 결정됐을까, 과표의 적정성을 훼손하는 소소한 문제들이 쌓여가면서 이처럼 부실해졌을까? 답을 찾는 일이 가능은 한 것일까. 누구 때문에 이리 됐다고 단정 짓기가 참 애매하다. 평가하는 측인지, 관리하는 측인지, 아니면 규정의 문제인지. 그래도 공평과세를 지향하는 이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번 기고에서 언급했지만, 부동산을 평가하는 기관을 분산시킨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새롭게 평가를 맡게 된 곳이 예산을 탐내 무수한 로비를 했든, 기존 평가기관의 약점을 잡아 쥐어흔들었든 현재는 그리 됐다. 경쟁이나 견제의 의미가 없는 업무라는 점에서 ‘굳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감정평가사협회에 일임시키고 잘 관리했어도 좋을 일이었다.

부동산의 과세표준액을 결정하는 일을 ‘감정평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매년 초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하는 보고서는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서 준수의무로 정하고 있는 감정평가보고서 양식과 사뭇 다르다. 표준지공시지가만 해도 표준지의 가격을 전산으로 제출하고 있다. 1인 당 수 천 필지의 가격을 결정하는 일이다. 대량평가를 이유로 보고서의 형식을 예외로 정할 수 있다고 둘러 댈 수 있다.

그런데 평가수수료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감정평가라고 보기 힘들다. 감정평가 기관은 감정평가 보수를 정해진 율로 받아야 한다. 어떤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든 기본수수료 20만 원 이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계약된 수수료는 표준지 1필지 당 4-5만 원 선이다. 표준지는 가장역할을 해야 한다. 주변 꽤 많은 개별 토지들이 표준지에 기대어 각각의 과세표준액이 결정된다. 그걸 고려하면 단가가 낮긴 낮다. 그리고 정상적인 감정평가 수수료에도 못 미친다.

과세표준액을 결정하는 업무가 감정평가서 기재 양식 그리고 보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감정평가’ 업무가 되기 위해서는 마지노선으로 감정평가에서 추계하는 ‘가치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 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보유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외적인 입장표명은 ‘감정평가사가 결정한 가격이다.’였다. 시가와의 괴리 또 납세자별 부동산별 불균형의 문제 역시 감정평가사가 떠안아야 했다. 그런데 언제 감정평사 측에서 ‘이 공시가격이 공시기준일 당시의 적정한 시가’ 라고 얘기 했던가? 오해를 넘어 왜곡이 발생했다.

이 대목에서 감정평가사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면 어떨까? ‘시장성 없는 특수부동산은 예외적으로 ‘적정가격’으로 회신하더라도 그 외에 거래될 수 있는 일반적인 부동산은 정식 감정평가를 진행해서 ‘시장가치’로 평가하겠습니다.’ 이렇게. 보유세를 산정하기 위한 부동산의 과세표준액으로서 적정한 가격을 평가하는 업무만큼 애매한 일이 어디 있는가. 감정평가기관은 감정평가액을 통보하는 것으로 손 털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현재의 공정시장가액비율등을 적용하여 최종 과세표준액을 결정하는 일은 현재 공시가격 결정의 주체인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지 않는가.

전년 공시지가가 얼마였는지, 올해 감정평가액 상향 때문에 납세자는 얼마나 세 부담이 느는지, 감정평가사가 고민해서는 안 된다. 감정평가사가 의뢰받은 내용은 ‘과세표준액을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쓰려 하니, 당신들의 전문성, 판단 능력, 합리적인 사고를 동원해 이 부동산의 시가를 판정해 줄 수 있습니까’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신경 쓴 필요도, 민원에 시달릴 세무 담당 공무원의 읍소에 구애받을 이유도 없다. 단지 어떤 합리적인 근거로 이 가격이 이 부동산의 시가로 결정됐는지 설명할 수 있으면 족하다. 소송, 보상, 매각, 교환 등 수많은 감정평가에서 언제 ‘적당한’ 가격을 내 놓은 적이 있는가? 시가, 정당한 보상액을 결정하는 일이 감정평가의 본질이다.

공시가격을 시가의 몇 %로 맞추겠다는 정부 목표보다는, 시가에 부합하는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감정평가액의 일정 비율로 과세표준액을 정하겠다는 전략이 효과적이고 또 합리적이다. 매년 공시가격 발표 때마다 땅 값이, 아파트가격이, 단독주택 가격이 몇 % 오르고 내렸다는 기사는 단골손님이다. 이를 볼 때마다 ‘과표가 그렇게 바뀐 거지, 실제 부동산 가격이 딱 그만큼 변동된 거야?’ 자문하는 게 감정평가사의 일상이다.

해묵은 과표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소해 나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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