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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시진핑 장기집권과 국제정치 그리고 한반도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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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시진핑 장기집권과 국제정치 그리고 한반도 통일
  • 신희섭
  • 승인 2018.03.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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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연극에는 긴장이 있다. 영화와 달리. 배우도 긴장을 하고 관객도 모종의 긴장을 한다. 정해진 각본대로 진행되지만 그 날 그 날 배우들의 상태는 연극을 매일 다르게 만든다. 반면에 영화는 예상되는 표정으로 예측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 첫 번째 볼 때나 두 번째 볼 때나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화면의 변화는 없다. 예전 동시상영관처럼 필름이 타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연극에는 변수가 많다. 연극에 나서는 배우는 목이 아플 수도 있고 그날 대사가 꼬일 수도 있다. 자신은 기계처럼 연기를 하지만 상대방이 실수를 하거나 공연 직전에 있었던 일들로 웃음이 날 수도 있고 짜증을 부릴 수도 있다. 심지어 관객이 난입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연극은 싱싱하며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것. 이것이 연극무대를 찾는 이유 중 하나겠지.

우리가 살고 있는 국제무대 속의 국가 간의 정치도 굳이 비교하자면 영화보다는 연극에 가깝다. 다소 논리적 비약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비유하자면 연극방식의 국제정치는 행위자들이 변화를 만들 수 있고 특정상황의 우연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면 영화방식의 국제정치는 예외가 없이 기계적으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례로 국제정치학을 체계적으로 만든 학자인 케네스 왈츠(K. Waltz)는 국제정치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인간과 국가를 결정하는 ‘구조(structure)’라고 하는 힘이 있어서 어떤 지도자이거나 어떤 특성의 국가라고 해도 이 힘에 저항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특히 강대국들 간의 정치는 더욱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왈츠의 국가들 간의 정치는 그런 점에서 영화와 유사하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들 간의 관계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행위자의 의지도 우연도 작동하지 않는다.

영화와 같은 기계적인 방식의 접근에 따르면 이번 중국 시진핑 주석의 연임제한 폐지의 개헌안 통과와 이후 국가들 간의 관계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기계적인 논리에서 비민주주의국가 내부에서 지도자가 10년을 집권 하거나 20년을 집권하거나 종신직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성장추이와 미국과 중국 간의 상대적 국력의 격차가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장기집권 서막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인도로 이어지는 국가들 간의 관계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영화처럼 같은 기계적인 접근에 따를 때, 중국이 일정한 퍼센트로 성장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미중간의 경쟁구조 속에서 훨씬 쉽게 미래를 예측할 것이다. 중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과거 냉전기처럼 ‘경쟁하는 라이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의 두 주인공으로 양극질서라는 스토리를 이끌어 갈 것이다.

이미 결론이 예상되는 이런 영화에서는 조연들이 어떤 주인공 아래로 줄을 서야 하는지가 명확하다. 이런 논리가 북한이 미국을 대할 때 미-중 대립의 예측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또한 이 논리는 러시아가 중국과 자원과 함께 군사무기를 거래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과연 국가들 간의 정치가 영화처럼 각본 그대로 스크린에 투사되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국가들 간의 정치는 너무나도 많은 주연과 조연들이 있고 자신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관객까지 있다. 북한을 보라. 국제무대에서 완전 조연이지만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쏘아서 미국을 끌어들였고, 능수능란하게 미국과 중국을 대립하게도 만든다. 1990년대 말 동아시아와 무관하게 여겨지던 파키스탄은 북한과 엮여서 농축우라늄기술과 탄도탄 기술을 맞교환하였다. 2016년에서 2017년 북한은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판매하고 미얀마에는 탄도탄 기술을 판매하여 중동과 서아시아를 이 북한판 호러 무대에 초청하였다.

그런데 국가만이 국제정치 게임의 주연은 아니다. 그 국가를 운영하는 실체인 인간들도 게임의 판을 바꾼다.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었던 제도들을 눈 깜박할 사이에 붕괴시킨 것을 보라. 북한은 어떤가? 김정은이 지도자가 되어 고모부를 무자비하게 처형하더니 자신의 형을 세계인들에게 보란 듯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했다. 호러 무대에서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인정투쟁 욕구!

피가 끓고 펄펄 뛰는 심장을 가진 인간들과 이들로 만들어진 공동체라는 국가는 우리의 예상 범위 밖에서 역사를 만든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3월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를 마치면서 헌법에 명시된 국가 주석직 임기제한 조항을 삭제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당서기직이나 군사위 주석직에는 임기제한이 없었다. 이번 개헌을 통해 시진핑은 3가지 권력 모두에서 종신직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제정치 무대의 두 번째 주인공인 중국이라는 국가의 내부체제가 달라졌다. 마오쩌둥 이후 집권한 덩샤오핑은 장기집권의 폐해를 고치고자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석직의 연임제한이다. 그간 장쩌민이나 후진타오가 주석직의 5년 임기를 두 번씩 만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유이다. 이것을 시진핑이 폐기한 것이다. 게다가 이 참에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리도 깨버렸다. 이번 중국의 양회(兩會)동안 시진핑은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차차기 지도자도 선정하지 않음으로서 현재 지도자가 다음 지도자 이후 지도자를 선택해둔다는 격대지정 원칙도 붕괴시켰다. 한 걸음 더 나가 시진핑이 국가 부주석직에 자신의 측근인 48년생 71세인 왕치산을 등용하면서 상무위원의 나이제한 원칙인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에는 기용되지만 68세에는 퇴직한다는 의미)'도 무력화시켰다.

시진핑이 이렇게 덩샤오핑 시기부터 만들어둔 제도들을 가차 없이 붕괴시키자 크게 위기에 처한 것이 있다.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 계파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중국 정치의 독특한 특성이다. 13억 인구의 일당독재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중국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내전상태와 같은 유혈사태로 가지 않게 하고 있는 장치들. 이것들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은 우리에게 좋은 것인가? 시진핑 일인 지배체제는 중국 대외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지도자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국가 간의 약속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상대 국가들의 대응방안도 단순해질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질을 진지하게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양회에서 실권을 빼앗긴 리커창 총리는 8700만의 당원을 가진 공산주의청년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임 주석인 후진타오 역시 공천당으로 리커창의 후견인이다. 그런데 시진핑이 제도를 갈기갈기 찢으면서 시진핑의 측근인 시자쥔(習家軍)을 권력중심부에 두고 리커창을 대표로 하는 공천당과 함께 상하이방도 권력중심부에서 몰아냈다. 그나마 공천당의 가장 유망주인 후춘화(胡春華)만이 부총리직을 받았을 뿐이다.

정치. 치열한 권력의 투쟁의 이 세계에서 권력 상실. 그리고 이것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의 영구적 제거. 이런 상황은 아귀처럼 권력을 쫓는 이들의 눈을 멀게 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인은 복수심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은 2050년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 미국을 상대해야 할 뿐 아니라 “나 아니면 안된다”는 이번 선전포고로 공천당과 상하이 방을 적으로 돌려세웠다.

국제정치 무대는 살아 움직인다. 다양한 연기자들이 실시간으로 호흡을 맞춰가면서 진행하는 대서사극의 무대처럼 이것은 장중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서는 이 서사극이 다음 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예견되는 중국의 투쟁. 내부 투쟁과 그 다음 예상되는 다민족들의 분열. ‘또 다른 무대’에서 한반도 통일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자 ‘또 다른 무대’가 한국을 기다린다. 설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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