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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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18.03.22 11: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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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얼마 전 만원 전철 안 노약자전용좌석 쪽에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20대 초중반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이 시비가 붙었다. 기자가 처음부터 그 광경을 지켜본 게 아니기 때문에 시비의 원인이 뭔지, 무슨 일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으나 시비 중 오가는 말을 들어보니 무엇 때문인지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짐작한 상황은 이러했다. 아주머니와 학생이 같은 승강장에서 전철을 탔는데 전철 안 사람이 만원인지라 둘 다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들어간 곳이 둘 다 노약전용좌석 쪽이었는데 학생이 먼저 비집고 들어가 서있었고, 뒤에 바로 그 아주머니가 들어갔던 것이었다.

비집고 들어가야 하다 보니 그 와중에 아주머니는 먼저 자리 잡고 서있던 학생을 밀게 됐고 그때 학생이 약간 짜증을 냈던 모양이었다. 이 때부터 언쟁이 펼쳐진 듯 싶다. 그들의 언쟁은 이러했다. 아주머니가 짜증을 낸 학생에게 한 마디를 했다. “전철에 사람이 많고 그러다보면 좀 밀수도 있지. 그걸 그렇게 짜증내고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냐. 그럴 거면 대중교통 말고 차를 타고 다녀야지!”

학생은 “제가 언제요. 안 그랬는데요”라며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아주머니도 어이없다는 듯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학생은 “아니라고. 그건 너 생각이지”라며 짧아진 말을 내뱉었다. 그의 반말에 아주머니는 기가 찬 듯 “너 부모는 있니? 너네 부모도 밖에 나가서 이렇게 당한다고 생각해봐라. 내가 일부러 그랬어? 아니 어떻게 이래. 야 니 미래도 뻔하다. 뻔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노약좌석에 앉아있던 할머니들도 “학생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반말을 하면 안되지”라고 다그쳤다.

어른들의 공세에 학생은 삐죽삐죽하면서도 그 후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하여 시비는 일단락이 됐다. 기자가 짐작한 상황은 여기까지다. 전철 안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가 기자는 전철에서 내리려 문 앞으로 이동했고 그때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기자와 같은 곳에서 내렸다.

솔직히 남 싸움구경하는 것은 재밌기도 하다. 하지만 기자는 내심 씁쓸하기도 했다. 그냥 한 마디 하고 끝내면 될 것을 굳이 전철 안 그 많은 사람들 있는데서 서로 잘못했네 안했네 따지는 게 능사였을까 싶었다. 기분이 나빴어도 전철 몇 정거장이 지나갈 때까지 계속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었던 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왜 저렇게 싸워...” 했지만 사실은 기자도 살면서 본의 아니게 시비에 말린 적인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저러면 안 되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기자는 전철 안에서 벌어진 시비를 보면서 수험생들이 저런 시비에 휘말린 적은 없는지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 임박해올수록 수험생들이 예민해져서 사소한 것에도 열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학원에서도 예민해진 수험생끼리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시비를 따진다거나, 괜히 상대방을 의식해서 은근 자존심 싸움도 벌인다는 것이다. 치고받고 싸우는 것은 아니나, 옆에서 보면 수험생 간 전운이 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철 안 시비도 그렇고 수험생들이 각을 세우는 모습도 그렇고 시비 자체가 사실은 별 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하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에서 커지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근저는 예민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수험전문가는 “수험생들은 경쟁자지만 나중에 동료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시험에 가까워오면 스치기만 해도 불꽃이 튀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다. 서로 도와가면서 합격하도록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큰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나, 그것을 굳이 안 좋게 표현할 이유는 없다. 물리적, 신체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은 한, 예민하게 굴기보다 모두가 조금 더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게 어떨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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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츄 2018-05-12 00:12:40
그래서 수험생들한테 예민해지지 말자 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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