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들, 청와대 향해 “우린 예비 변시낭인...자격시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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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들, 청와대 향해 “우린 예비 변시낭인...자격시험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3.18 20:48
  • 댓글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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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로스쿨원우회, 변시 자격시험화 청와대 앞 집회 가져
“사법시험과 뭐가 다른가...합격률 구조적 문제 외면 말라”
“신규법조 대량배출, 없어지는 법조 귀족=국민 권익 향상”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720점은 7년차 변호사님. 888점은 5년차 변시낭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재학생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단상에 오른 최상원 씨. 어려운 환경에도 멋진 법조인을 꿈꾸며 6년전 로스쿨에 입학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에게 로스쿨은 녹록지 않았다. 입학 2개월 후 치러진 민법채권 주관식 시험은 충격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의 경력을 가진 법학 베테랑들이 많았고 이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잠시 휴학을 하고 고시촌 학원에서 칠판닦이를 하면서 법학기초를 보강, 복학 후 우여곡절 끝에 졸업했다. 첫 번째 변호사시험은 낙방했고 ‘내가 준비를 덜 됐구나’라며 자조하며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하던 지난해 6월, 아버지의 췌장암 4기 진단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버티고 버텨 지난 1월 제7회 시험에 응시했다.

 
 

30대 중반의 그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고 빚도 수천만원을 떠안은 소위 ‘변시 낭인’이 됐다. 이번 시험에서 마저 탈락하면 공부를 접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

2012년 로스쿨 1기 출신들의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25%(합격자 1,451명/응시자 1,663명)이었지만 합격률은 매년 급락, 지난해 제6회는 51.45%(1,600명/3,110명)로까지 하락했다. 올해 제7회시험에는 역대 최다 3,240명이 응시했고 오는 4월말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최씨는 “해마다 합격선은 올라가고 응시자는 증가하는데 합격자는 거의 고정돼 있다. 그리고 졸업 후 5년 내에 5번의 응시기회만 주어진다”며 “공부를 한 번 떠나게 되면 사실상 변호사가 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는 이미 오탈자, 변시 낭인인지도 모른다”고 강변했다.

그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국가 우수인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자 했던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라는 데에 주목했다.

“과연 이에 부합하는 법조인들이 배출되고 있는지, 사법시험보다 더한 변호사시험 낭인이 발생하고 있다. 개인 부채만 쌓여간다”며 “로스쿨 취지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고 했다.

“이전 기수들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더라도 불합격하게 되는 합격자 정원제 선발이 그 원인”이라며 현 로스쿨제도의 근본문제를 변호사시험에 뒀다. 그러면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주장했다.

합격선 720점의 1기 출신 선배 변호사들이 법조시장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듯이 법률에 대한 논리적 사고방식을 갖추고 법조시장에서 활동할 정도면 충분히 자격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실력이 담보돼야 국민에게 피해가 없다’는 것에 대해 “실력이라는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1기 선배들이 720점으로 합격해 지금 잘 활동하게 있음에도 그 당시보다 더 꼼꼼히 공부하고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합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력을 운운한다면 기존 변호사들은 자격증을 반납해야 하고 심지어 정기적인 자격재인증시험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시장의 인력수급도 핑계라는 반박이다. “법조시장이 어려운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은 곳이 어디가 있고 경쟁이 없는 곳이 어디가 있겠는가”라며 “변호사단체 등에서 스스로 개척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지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수험생들을 볼모로 이용하는 것은 악질적”이라고 했다.

“지난 10년간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는 오로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되어 왔고 그 피해는 우리 학생들만 고스란히 받고 있다. 갈기갈기 찢어진 로스쿨제도를 보고만 계실 것인가”라며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가 청와대 앞에서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주말 나들이객으로 경복궁을 향하는 대중교통은 북적했고 청와대 일대에도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청와대를 바라보며 대로변에 집회장이 꾸려졌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로스쿨 재학, 졸업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경복궁역 앞에서부터 청와대 앞까지 곳곳에는 ‘서민을 위한 변호사 대량 배출’ ‘문재인 대통령님 로스쿨 도입취지 살려주세요’ ‘청년실업 양산하는 법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 이제는 그만’ 등을 알리는 어깨띠와 피켓을 든 학생들이 이정표 역할을 했다.

집회장에는 그 외 ‘법조카르텔 적폐청산’ ‘신규변호사 배출 정상화’ ‘청년실업 해소, 신규변호사 대량배출’ ‘학원 강의 그만 듣고 학교 수업 듣고 싶다’ ‘로스쿨 교육 정상화하라’ ‘신규법조 대량배출, 낮아지는 법조 문턱, 없어지는 법조 귀족, 보장되는 국민 권익’ ‘법률서비스를 국민 곁에, 낮아진 수임료는 국민에게’ ‘720점은 7년차 변호사님, 889점은 기약없는 백수’ ‘이명박근혜 9년 합격률 적폐청산, 김기춘 우병우 법조귀족 이제 그만’ ‘사시낭인 가고 변시낭인 왔다, 최악의 청년실업 해결하라’ 등의 구호와 피켓들이 등장했다.

 
 

집회는 학우들의 사연 소개, 연사 초청 발언, 자유발언대 등의 순서로 진행됐고 중간중간에는 청와대를 향한 구호와 함성도 있었다.

로스쿨, 변호사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연들이 소개됐다. 8기 재학생이라는 한모씨는 로스쿨의 구조적 문제에 눈감는 교수들을 성토했다.

그는 “일부 교수님들은 공부가 조금 벅차다 싶으면 휴학하라느니, 변시는 중간만큼만 해도 합격한다느니 등과 같은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정작 중간 밑 절반이상은 무조건 불합격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하신다”며 “특히 이번 기수는 전원 합격하거나 또는 전설적인 합격률을 기록했으면 한다 등과 같은 말씀도 하시는데 이건 학생들을 기만하는 꼴”이라며 격앙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합격자 수가 고정돼 있는 상대평가에서 전원합격이 불가능할뿐더러 어느 학교가 전원합격하면 다른 학교는 완전 바닥을 칠 것은 뻔하다”며 “교수님들이 구조적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학생들보고 열심히 노력만 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우린 ‘아프니깐 청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법시험에서의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 로스쿨제도다. 변호사시험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였는지를 확인하는데 그쳐야 하며 합격자 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일반시민들은 여전히 높은 수임료로 인해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고 로스쿨은 시험준비기관, 변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은 획일화된 주입식 수험법학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듯 획일적인 법조인으로 양성되고 있고 제도의 피해자인 수험생들은 변시낭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는 것.

그는 “상황이 이런데도 기존법조인들은 후배 변호사 양성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변호사 수를 통제하려하고 있다”며 “과락점수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변시낭인으로 내몰리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자격시험화하지 못한 정책결정자들의 잘못이며 시험제도의 탓”이라고 했다.

‘각 과목 중 어느 하나라도 합격최저점수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불합격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2항 단서를 자격시험화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합격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화 돼 로스쿨이 진정 법조인을 양성해내는 교육기관이 되고 이를 통해 온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아르바이트 등으로 근근이 변호사시험을 준비 해 왔다는 로스쿨 4기 출신 A씨. 매년 조금씩 성적이 올랐지만 합격선 상승으로 매번 아쉬운 점수로 합격할 수 없었다.

A씨는 “갈수록 올라가는 합격률.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흙수저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5년 내 5회 응시제한이 없다면 취업을 해 돈을 벌고 다시 준비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며 “현재 같은 파행적 변호사시험으로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절대 실현될 수 없다. 수많은 학생들이 시간낭비, 돈낭비를 하며 학교 수업 대신 학원 수업을 듣고 암기 공부에 파묻혀 있다. 5탈제도는 흙수저에게 공부할 기간 선택의 자유, 응시시점의 자유까지 박탈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은 마치 로스쿨과 사법시험의 단점만 모아놓은 것 같다”며 “제도개선을 통해 공익에 헌신하고자 하는 인재, 흙수저 인재, 다양한 전공의 인재를 법조인으로 대량배출해서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변호사시험을 4번 치른 후 더 이상 입대를 연기할 수 없어 현재 군 복무 중이라는 한 졸업생은 “진정한 자격시험은 합격률이 요동치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의 변시는 제2의 사법시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복무자들의 5탈 제도 문제점 개선도 주문했다.

그 외 급격히 하락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탓에 출산, 육아 등의 휴학도 할 수 없다는 고통들도 소개됐다.

 
 

한편 단상에 오른 응원자도 있었다. 2기 출신 유모 변호사는 “일반인들은 합격률 75%를 정원 대비가 아닌 응시자 대비로 오해하고 있다. 모순적으로 지금은 정원 대비 75%가 불합격하고 있다. 5탈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정무적 판단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듯하지만 언젠가는 위헌 판단할 것”이라며 “고시낭인 해결, 법률서비스 향상, 연수원 기수문화 척결 등의 목적으로 로스쿨이 출범했지만 그 취지는 몰각됐고 변시 합격률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로스쿨 3년에 변시 3시를 하면 1억, 변시 5시를 하면 2억을 소요하게 된다. 이렇게 나이를 먹으면 결국 취업도 못한다”며 “1,500명보다 더 많은 변호사를 선발하도록 자격시험으로 바꿔야한다. 자격시험화가 불가능하다면 합격률 적정화라도 해야만 로스쿨이 정상화되고 사법개혁도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라는 한 외국인은 “한국은 지난 40여년간 급성장했다”며 “여러분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앞으로 법조인이 되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크게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오는 25일(일)에도 집회를 연다. 동아면세점에서 출발해 청와대 앞까지 도보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제1회(2012년) 87.25%(1,451명/1,663명), 제2회(2013년) 75.17%(1,538명/2,046명), 제3회(2014년) 67.63%(1,550명2,292명), 제4회(2015년) 61.11%(1,565명/2,561명), 제5회(2016년) 55.2%(1,581명/2,864명), 제6회(2017년) 51.45%(1,600명/3,110명)였다. 제7회 변호사시험은 3,240명이 응시한 가운데 합격자는 4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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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8 2018-05-18 21:00:14
막상 또 본인이 붙고나면 합격자수 줄여야한다는둥, 변호사를 7급대우하지말라는둥 이익챙기겠지.

ccccc 2018-04-09 01:55:44
학원수업 그만듣고, 학교 수업 듣고 싶다. -> 그만큼 변시수준도 학교 3년간 커버 못한다는 이야기. 학부 법대 수업을 그대로 옮겨놓은 로스쿨 수업에 교수들이 자기가 연구한 분야를 그냥 가르치고, 내신처럼 시험보고, 학생들은 녹음해서 줄줄이 암기해 답안 작성하고 끝. 그러니 학원수업 엄청 듣게 됨. 둘째로 그렇게 수준 낮은 학교 교육을 듣고 싶다는 뜻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시 자격시험화 되게 해서 어짜피 변호사 쉽게 되니, 낮은 학교 교육만 받고 학원수업 듣지 않고 변호사 되고 싶다는 뜻.

bbbbb 2018-04-09 01:49:04
초시합격률은 아직도 70%가 웃도는데, 나가리들까지 다 합쳐서 50%대만 강조하는 이유가 뭐냐. 리트, 학점, 토익만 가지고 꼴랑 3년공부해서 초시 70%를 합격시키는 수준의 커트라인 시험이 세상 말이 되는 시험이냐.

aaaaa 2018-04-09 01:47:14
어처구니가 없고만 ㅋㅋㅋㅋ 로스쿨 1,2기 합격자 하위권 점수가 법조인으로 자격이 있는 점수라고 생각하나?사시에 비해 훨씬 법조인 쉽게 되면서, 왜이리 징징대는지 모르겠네. 지금 법조인이 모자라서 나라가 잘 안돌아 가는 것도 아니고, 공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뭐 어쩌고 어째?? 어처구니가 없네. 재경직 행시는 80명 뽑는데, 그 뒤에 3배수인 떨어진 240명은 5급 사무관 일 수행 못하겠냐?

몰랐어요? 2018-04-03 00:49:36
A씨는“갈수록 올라가는 합격률.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흙수저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5년 내 5회 응시제한이 없다면 취업을 해 돈을 벌고 다시 준비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다”
A씨 죄송한데요, 이거 모르고 입학한겁니까?.. 이건 1회때부터 규칙이었습니다.
갑자기 바뀐게 아닙니다. 로스쿨 재학중에도 다 알려주는 사항인데.. 차라리 휴학을 하지그러셨어요.. 휴학하면서 일하고 그러면서 돈좀 벌어놓으시지.. 그런거는 안 알아보시면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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