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명박 대통령, 적폐청산이야말로 희망찬 미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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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명박 대통령, 적폐청산이야말로 희망찬 미래 청사진
  • 오시영
  • 승인 2018.03.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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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봄비는 냉정한 철학자이다. 아니, 따뜻한 철학자이다. 봄비는 하늘에서 보낸 가장 철저한 지상의 청소부이다. 봄비는 결코 강하지 않다. 그렇지만 봄비에 저항할 수 있는 강고한 겨울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봄비는 힘없이 힘 있는 자를 쓸어내리고, 봄비는 강하게 힘없는 자를 일으켜 세운다. 겨우내 쓰러져 있던 것들이 일어나고, 겨우내 서있던 것들이 쓰러진다. 봄비는 약하나 강하고, 강하나 약하다. 봄비 내리는 날이다. 겨우내 더럽혀진 세상이 조금씩 깨끗해진다. 여름 폭우처럼 제 힘을 과시하지 않고, 가을비처럼 을씨년스럽지도 않다. 봄비는 차가운 지성으로 따뜻함을 사모케 하고, 감춰져 있던 생명의 뿌리를 흔들어 깨운다. 봄비는 하늘이 보낸 지상의 청소부이다. 악취 나는 쓰레기들이 치워지고, 더러워진 세상이 밝게 빛난다. 봄비는 마음의 따뜻한 후원자이다.

과거 적폐청산은 미래의 첫걸음이자 마지막걸음이다. 더러는 적폐, 적폐 하는 것이 적폐라고, 이제 적폐를 덮자, 아니 적폐청산을 멈추자고 하지만, 적폐청산은 잘못된 과거의 청소를 넘어 미래를 향한 맑은 청사진이고, 미래를 위한 위대한 설계도이다. 악취 나는 쓰레기들이 방안 가득 넘쳐나고, 거실에도 넘쳐나고, 복도에도 넘쳐나고, 계단에도 넘쳐나고, 길거리에도 넘쳐나고, 공원에도 넘쳐나고, 사무실에도 넘쳐나는 세상을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다. 앞으로, 미래로만 나아가면 된다는 감언이설에 세뇌되어 온통 쓰레기장이 되어 있는 세상을 그런 악취 나는 것이 당연한 듯,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이 당연한 듯, 스스로 쓰레기를 양산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며 살아왔다. 모든 쓰레기는 남이 치워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면서 내 주변만, 내 발 딛을 곳만 쓰레기장이 아니면 된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너와 나 사이, 그 작은 경계의 벽에 악취 나는 쓰레기가 높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게 담이 되고, 벽이 되어 우리 스스로를 쓰레기장에 가두는 자기 볼모의 세상에서 사는 우리를 우리 스스로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어디에서 이렇게 악취가 나지 하면서 개처럼 코를 흥흥거리던 우리의 모습이 거울에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악취 나는 냄새를 코로만 맡았던 우리네 삶에 “그 냄새를 눈으로 보는 자각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범죄피의자로 공식 소환되어 수사를 받았다.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여전히 그는 “나는 모른다,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아니다.”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형사 피의자의 경우 아무리 부인을 한들, 증거가 있으면 유죄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세상이치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든 흔적지에 지뢰를 심어 놓고 살아온 그의 삶이 위태롭다. 지뢰라는 것이 땅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라 평소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첫발을 잘못 디디면 지뢰는 연속하여 폭발하게 된다. 지뢰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아, 지뢰를 심은 자를 비켜가지 않는다. 그가 수족처럼 부렸던 심복들이 지뢰의 뇌관이 되고,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보고받은 서류와 계약서가 지뢰의 폭약이 되어 우후죽순처럼 터지고 있다. 자기가 파묻어 놓은 지뢰 사이를 곡예사처럼 비켜가 보려 몸부림치지만, 하도 싸질러 놓은 오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지라 결국은 밟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 선하게 살지 못하고, 재물에 눈이 어두워 탐욕의 촉수를 곳곳에 내뻗은 결과라 하겠다.

지난 한 주간은 국내외적으로 격랑의 한 주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가 북한을 전격 방문하여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남북정상회담을 4월말에 개최하기로 합의를 하고, 남북정상 간에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합의하였다. 뿐만 아니라 대북특사는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미북정상회담 의사를 전달하였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월 중에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하였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를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정상들에게도 설명하고 그들의 협조도 구하였다. 이를 두고 어찌 전광석화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 세계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남북화해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그 동안 수없이 오늘의 결과를 기대하며, 우리 모두 협력하여 이러한 결과를 이룩해 내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합리적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잘 되었다.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 개최에 가장 당황하고 있는 이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일 것이다. 그는 남북 간의 긴장 관계를 최대한 악용하여 일본인들을 “전쟁공포상태”로 내몰아 그들의 두려움에 바탕한 지지를 근거로 정권을 연장해 왔다. 가장 극우적 정치인의 표본이었다. 그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는 내무대신을 지냈고, 조부 아베 간(安倍寬)은 중의원 의원을,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제56대 및 제57대 총리를 지냈다. 외종조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제61대에서 제63대 총리를 지냈고, 고조부 오오시마 요시마사는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요시다 쇼인으로부터 정한론(征韓論)을 배워 대한제국 침탈이 정당하다고 교육받았다. 이에 바탕하여 대한제국을 침탈하였고, 오늘의 남북 분단의 원인을 만들었다. 근현대 일본 최대 정치가 집안 출신인 아베 총리야말로 뼛속 깊이 조선,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 침략의 정당성을 당연시하고 실천하며 살아온 정치가라고 할 것이다. 그러기에 그에게 위안부는 한국의 몸 파는 여성들의 자발적 매춘행위였을 뿐이고, 일본이 대한제국에 가한 위해는 대동아공영의 일부로 미개한 조선을 개벽시키고자 하는 일본의 시혜였을 뿐이다.

남북 간 분단과 갈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힘을 약하게 만들어 상대적으로 일본 힘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고하였기에 남북 전쟁 발발 가능성을 끊임없이 유발하여 자신의 정치적 힘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자신들이 신주처럼 모시고 있는 미국마저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하니,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남북 간 화해무드를 그 누구보다 바라지 않은 그가 위와 같이 자신을 지탱해 주던 외교적 벽이 제거되고, 나아가 부인이 관련된 사립학교 부지를 시세보다 열 배나 싸게 불법분양받았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수백 건의 공문서를 위조하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짐에 따라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혀 있다. 그의 정치적 기반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결코 선하지 않는 자는 그 권력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일본에서도 작동 중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무(武)의 나라이다. 조선이 상대적으로 문(文)의 나라였음에 비해 “사무라이”로 상징되는 일본은 여전히 “주군(主君)을 향한 충성심이 지배하는 나라”이다. 그러니 진정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의원인 아버지를 이어 아들이 의원이 되는 확률이 일본만큼 높은 나라가 국제적으로 없다. 아베 총리의 집안을 보아도 고조 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베 총리에 이르기까지 의원직을 계속 이어온 것처럼, 한 번 의원이면 그 자손도 대대로 의원직을 이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버지가 부정부패를 저질러 의원직을 상실해도 금방 이를 잊고 다시 아들이나 딸이 의원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러다 보니 맑고 참신한 생각을 가진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올 사회적 토대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금권이 지배하는 혼탁한 정치가 판을 치고, 이로 인해 민주주의라는 고귀한 가치가 “뜨거운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익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은 아무리 국내정치가 썩어도 우리의 4ㆍ19의거나 6ㆍ10만세 같은, 5ㆍ18민주화운동 같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국민적 열망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의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국민적 열망이 분출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미적지근한 채 현실안주의 몰가치적 삶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로 상징되는 자유한국당 역시 남북정상회담개최에 거의 실신상태이다. 안보팔이를 최고의 방패막이로 너무 많이 이용해 왔기에, 종북좌파라는 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남북정상회담개최, 미북정상회담개최로 인해 보호막이, 기댈 담이 무너져 내려 버린 형국이다. 세상 변화를 읽어야 할 텐데, 지금도 하는 행태를 보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니 한심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다. 어쩌면 아베 일본 총리보다 더 남북정상회담 등이 실패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조차 하다. 제발 그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헤겔의 “합(合)의 시대”이다. 정반(正反)의 질곡 끝에 합을 향한 운명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봄비는 힘이 세다. 겨우내 쌓였던 더러운 것들을 모두 씻겨간다. 봄비는 생명이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보이던 식물들에 생명수를 제공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벌써 남녘에서는 꽃소식이다. 꽃은 향기로 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참으로 긴 일주일이 진행될 것이다. 어제 아침 그는 21시간의 긴 수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였다. 중앙지방검찰청 특수수사팀은 그의 피의사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그가 인정한 사실과 부인한 사실을 구별하고, 부인한 사실에 대해서는 그 동안 수집된 증거들을 꿰맞춰볼 것이다. 그리하여 범죄혐의가 인정되면 범죄사실을 부인한 그를, 증거인멸을 시도한 그를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는 법원의 포토라인에 설 것이고, 구속영장심사판사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변명이 초라할 것임은,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탐욕은 그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을 수갑채우고, 수감시켰다. 더불어 악한 짓을 저지르도록 한 것이다. 한 때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은 그가 떡을 먹을 때 떡고물을 얻어먹었을 것이고, 그가 건더기를 먹을 때 국물을 얻어먹었을 것이다. 그때야 자신들이 그의 범죄행위에 대한 공범이나 종범이었음에 대한 자각이 없었겠지만, 아니 있으면서도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안심했겠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들통 나고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사라진 자리에 초라한 한 늙은이만 홀로 서 있게 된 순간 그들 역시 발가벗기우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우산도 없고 그늘도 없다. 내리는 봄비를 맞아야 한다. 자신이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았음을 자각하는 순간 봄비에 씻김당하는 겨울때에 불과하였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탐욕의 지뢰밭이 너무 넓다. 아내가 관련되고, 아들이 관련되고, 사위가 관련되고, 형이 관련되고, 조카가 관련되고, 처남댁이 관련되고, 집사가 관련되고, 관리인이 관련되고, 이렇게 관련되고, 저렇게 관련되고, 요렇게 관련되었다. 자신의 범죄에 오리발을 내밀지만 범죄혐의는 문어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상 주어진 대통령헌법발의권을 3월 21일까지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헌법개정에 관한 절차에 의해 대통령의 발의권 제한기간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한 국회의 헌법개정을 촉구 또는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국회가 자율적으로 국회 합의 개헌안을 제출하면 헌법발의권의 행사를 자제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헌법발의권을 행사하겠다며 국회의 분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급해진 국회가 국회 헌법개정안 마련을 위해 분주히 뛴다. 제발 국회가 합리적으로, 여야 간 합의 하에 국민이 원하는 헌법개정안을 도출해 내기를 희망한다. 봄비 내리면 머잖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윤중로에 벚꽃이 만개할 것이다. 그 꽃길을 모든 국민이 꽃향기에 취해 평화롭게 걷고 걸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헌법의 완성을 통해 적폐청산은 종결될 것이다.

적폐청산은 더욱 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적폐청산은 과거의 청소를 위한 뒷걸음질이 아니라, 깨끗한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자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을 그만 두자는 것은 화장실에서 뒤를 본 후 이를 닦지 않고 미기적거리며 걷자는 꼴이다. 닦이지 않은 뒤끝으로 엉덩이를 쭉 빼고 미기적거리며 걷고 싶은가? 계속해서 냄새를 풍기고 싶은가? 그러고 싶다고? 그러면 그대만 그리 걸으라, 그리 걷겠다는 그대를 누가 말리겠는가? 계속 그리 걸어라. 우리는 차가운 봄비에 거짓과 더러움을 씻고, 따뜻한 봄비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생명을 맞이하련다. 봄비야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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