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3)-시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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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3)-시와 진실
  • 강신업
  • 승인 2018.03.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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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세상엔 언제나 거짓이 난무한다. 의도된 거짓이 있는가 하면 의도되지 않은 거짓도 많다. 말이 전파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뜻이 왜곡되어 거짓말이 되기도 한다. 우리 대부분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한 번쯤 ‘말 전달 놀이’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 사람 쯤 한 줄로 선 다음 맨 앞 사람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그것을 옆 사람에게 소곤소곤 전해주면 그 사람이 들은 말을 옆 사람에게 전해주고 맨 마지막 사람은 자신이 전해들은 말을 칠판에 쓴다. 이 때 처음 종이에 적혀 있던 말과 칠판에 적힌 말을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말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말 전달 놀이’에서 보듯 인간의 말은 참말을 의도한 경우에도 거짓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인간이 일부러 의도하여 거짓을 말하는 경우 그 끝은 이미 말이 아닌 폭력이다. 누군가 의도를 갖고 추가와 생략 등 각색과 윤색을 한 말은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괴물이 된다. 특히 즉시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마구잡이로 퍼지는 음해성 정보들은 상대방을 할퀴고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린다. 대개 거짓말은 물리적인 폭력보다도 훨씬 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상처에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는 거짓 고소와 거짓 증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그것이 큰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악인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이 거짓을 말한다는 인식도 없이 거짓의 대열에 편승하는 경우다. 사실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편승하여 거짓과 의혹을 확산시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허위와 가학의 속성과 분리되기 어렵다. 거짓의 물결 속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인간생존을 위한 위장술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문과 여론이라는 것에 편승하여 거대한 거짓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거짓은 그것이 개인적인 차원이든, 집단적이 것이든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다. 기독교 율법은 거짓 행위를 삼가도록 규정하고 거짓을 매우 악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나님은 거짓이 없으신 분이기에 거짓을 미워하실 뿐만 아니라 거짓 고소와 거짓 증거, 거짓 맹세, 거짓 예언과 거짓 행위를 반드시 심판하신다고 한다. 불교에서도 ‘함부로 말하지 말 것’과 ‘속여서 이득을 취하지 말 것’이 10계명 중에 들어가 있다.

거짓말은 단순히 도덕적, 종교적 책임에 머물지 않는다. 먼저 다른 사람에 대해 거짓으로 꾸며 말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죄책을 지게 된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거짓으로 고소하면 무고죄가 된다. 거짓 증언은 위증죄가 문제된다. 선거 때 거짓을 말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거짓을 말하는 이유야 여럿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고정관념(固定觀念)이다. 고정관념은 사람을 자기도 모르게 거짓으로 끌어들인다.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매달려 있는 한 대상을 그 고정관념에 맞춰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거짓을 말하게 된다. 사람이 고정관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새끼 코끼리를 말뚝에 매어 놓으면 나중에 풀어놓아도 그 경험 때문에 도망갈 수 없다는 생각을 평생 갖고 산다고 한다. 고정관념이란 새끼 코끼리를 묶어 놓은 말뚝과 같은 것이다. 때문에 거짓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양서(良書)를 읽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책꽂이에 꽂아 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꼭 고정관념이 아니라도 우리가 사는 오늘은 거짓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또 매스컴을 통해 이리 저리 확산되는 거짓은 너무도 현란해서 현기증까지 일으킨다, 이런 땐 대중으로부터 좀 멀어지는 것도 거짓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지러운 시대일수록 시와 진실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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