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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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3)
  • 박준연
  • 승인 2018.03.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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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변호사 선서의 기억

얼마 전 이곳 일본의 "외국법 사무변호사"의 등록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마치고, 관보에 이름이 게재되고 변호사 뱃지를 받았다. 이 절차에는 회사 동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서류를 준비하고, 간략하게나마 선서를 하는 절차를 거치다 보니 로스쿨 졸업 후 바 시험 준비를 마치고 뉴욕 변호사 등록(admission)을 준비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5월 초에 로스쿨 졸업식을 마치고, 7월 말에 바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마치고 나서는 로스쿨 3년과 바 시험 준비를 무사히 마쳤다는 짧은 해방감을 맛보았다. 동기들 중에서는 바 트립 (bar trip)이라고 부르는 바 시험 종료 축하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들 시험 결과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합격률이라는 숫자로만 생각하면 뉴욕주 바 시험은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합격률이 높다고 해서 내가 꼭 합격한다는 보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추수감사절 휴일이 다가오는 어느 쌀쌀한 평일 아침에 예정보다 빨리 합격자 발표가 났다. 내 이름을 확인하고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험을 합격한다고 해서 바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 합격 이외에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심사를 하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지만, 로스쿨을 졸업하고 바 시험까지 합격했으니 이제 변호사가 된다는 기대에 부푼 로스쿨 졸업생에게는 길고 복잡한 절차이기도 하다.

변호사 지원 서류(application package)의 내용은 인적사항, 경력, 로스쿨 수학 내용,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에 적합한 인성(moral character)의 증명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경력과 인성 부분에 대해서는 경력을 증명하는 서한과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서류를 준비하고 송부한 후에는 뉴욕주 법원의 담당 부서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확인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비한 서류에 대해 추가 질문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 역시 추가 서류 제출을 하고 나서야 서류가 완비되었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 다음 과정은 면접이다. 늘 면접 일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서류 확인 후 다음 면접일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면접은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간략한 면접인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랬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서류 기재 사항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면접을 통과하게 되면 오리엔테이션과 선서(swearing-in) 만이 남는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선서 날짜를 따로 잡아 형식을 갖춘 선서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약식 절차를 선택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바로 법원으로 이동하여 선서를 하는 절차를 요청하였다.

2월, 아직 눈이 쌓인 법원 계단을 올라서 넓은 법정 좌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아도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었다. 가족을 불러 선서를 하고, 꽃을 받고 사진을 찍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러기엔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졸업 직전에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어 로펌에도 큰 영향이 있었던 시기였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는데, 이게 잘한 선택인지 하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던 때였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투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매디슨 애버뉴의 추운 법정은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경험은 없지만, 의욕만은 넘치던 새내기 변호사 시절로부터 세월은 꽤 흘렀다. 그때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는지 하는,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때로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능력이 허락하는 한, 변호사로서의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그때의 선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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