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9)-성범죄 피해자인가? 불륜의 가해자인가?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99)-성범죄 피해자인가? 불륜의 가해자인가?
  • 신종범
  • 승인 2018.03.16 11:0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범 변호사
법률사무소 누림
가천대 겸임교수
http://nulimlaw.com/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되기 전에는 배우자와 상간자를 간통죄로 고소하고, 이혼소송과 함께 배우자와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후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은 다음부터는 간통죄의 소추조건이었던 배우자에 대한 이혼소송과 위자료청구소송을 하지 않고 상간자를 상대로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A도 그런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피고였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어머니와 함께 사무실을 찾아 온 그녀의 손에는 법원에서 송달된 소장이 들려 있었다.

소장에서 원고는 원고의 남편과 A가 함께 여행을 가고 모텔에 투숙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질러 혼인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며 A에게 5,000만원을 청구하고 있었다. 소장이 송달된 후 상당기간이 지나 있어 확인해보니 이미 며칠전에 판결이 선고되었었다. 소장 부본을 송달 받고 A가 이사하여 이후 서류는 송달간주 되었고, 의제자백에 따라 원고의 청구 전부가 인용되었다. 우선 항소장을 제출하고, A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A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고, 원고와 그 남편이 운영하는 호프집에 손님으로 자주 다니다 나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원고의 남편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A뿐만 아니라 A의 친구들도 친근하게 대했고,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A는 특히 원고의 남편을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한다. 원고의 남편은 A가 힘들어 할 때마다 A를 다독여주어 A는 원고의 남편을 많이 의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원고 남편은 A에게 전화를 걸어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고, A는 친구들과 관계도 틀어지고 보이싱피싱 사기도 당한 즈음이라 울적한 기분도 달랠겸 원고 남편을 따라 나섰다. 함께 간 곳에서 원고 남편은 A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였고,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이후 A는 원고 남편에게 집에 가자고 했지만, 원고 남편은 술이 깨고 가야한다며 A를 모텔로 이끌었다.

A는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우려는 되었지만, 그동안 자기를 존중해 주었고, 나이 차이도 상당히 나는 원고 남편이었기에 그의 말을 믿고 따라갔다. 그러나, 모텔 안으로 들어온 원고 남편은 처음에는 잠을 자는 것 같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A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자고 있던 A는 깜짝 놀라 원고 남편을 밀쳐냈다. 원고 남편은 사실 A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원고와는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결혼을 했고 곧 이혼할 것이라고 하면서 A에게 다가왔다. A는 자신은 그런 감정이 없다고 하면서 모텔을 나왔다. 그 후에도 원고 남편은 지속적으로 A에게 연락하여 만남을 요구했다. A는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였으나, 다른 사람과 달리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해 주어 많은 의지가 되었던 원고 남편에게 끌리게 되었고, 더욱이 원고와의 혼인생활을 곧 정리할 것이라는 말에 원고 남편과의 만남을 이어오다 성관계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원고 남편의 말과 달리 원고는 이혼을 할 생각이 없었고, 남편이 A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A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 법원은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라고 하여 상간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A의 경우에도 배우자 있는 자임을 알면서 부정한 행위를 하였기에 의제자백에 따른 1심의 배상액보다는 적은 금액이 인정되겠지만, 손해배상책임이 완전히 부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A는 이제 갓 성년이 된 어린 나이이고, 원고 남편은 원고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의 사장으로 나이 차가 나는 A를 딸처럼 대해 주면서 A의 환심을 산 다음 마치 원고와 곧 이혼할 것처럼 A를 기망하여 A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A 또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각각의 사례들이 다르지만, A와 비슷한 사례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경우 피해자로서 미투를 선언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배우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경우, 우리 법체계와 판례를 보았을 때, 성범죄의 피해자로 인정되기는 어려운 반면, 민사상 불법행위의 가해자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투 선언자의 2차 피해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 당하는 것도 있지만, 그 배우자로부터 이처럼 손해배상청구의 민사소송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민사소송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배우자로 또 다른 피해자이다. 지위를 이용해 사람을 성적 욕망의 표출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은 그 상대방 뿐만 아니라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가해자이기도한 것이다. 미투 선언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사회로 성장했으면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당사자 책임 2019-03-03 20:46:51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면
남편만이 책임을 져야지
혼인(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타인 남편의 성적 성실의무 위반에 대해
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후정 2018-03-19 14:06:08
위사항에 비추어볼때.
피고A가 이사후 바로주고변경 신청하지 못한실수.

궁금합니다 2018-03-16 16:19:20
어리다는 이유로,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보고성년인 A씨를 민사상 불법행위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봐야하나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