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학교수회·대한법조인협회, 마지막 헌법소원 청구
종전 다뤄지지 않은 내용 포함…청구대상도 대폭 확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헌법재판소를 통해 사법시험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이 나섰다.
대한법조인협회(회장 최건)와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12일 오전 대한법학교수회 소속 교수와 법학과 학생 및 고시생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사법시험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예비시험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취지 등을 담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한법조인협회 소속 변호사 10여 명이 대리인단으로서 참여한다.
로스쿨 제도 도입과 함께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된 후 수차례 사법시험의 존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지만 위헌 결정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사법시험을 폐지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부칙 규정에 대해 9인의 헌법재판관 중 4인이 위헌 의견을 내며 팽팽히 대립했으나 위헌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로스쿨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동법 규정에 대해서는 지난달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최근까지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한 합헌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한법조인협회는 “지금까지 법조인력 선발과 관련된 사건의 청구인은 고시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어 대부분 국선대리인이 대리했고 대부분의 청구에서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소송 수행 역시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이번 청구는 법학교수들과 변호사들이 직접 청구인과 대리인으로 나서 기초적 법리를 구성하고 입증자료를 수집했으며 서면 작성에도 참여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것. 이번 청구를 위해 준비된 청구서는 무려 100여 쪽이 넘고 청구서 작성에 참여한 10여 명의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의 대리인단으로도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기존 헌법소원심판청구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대한법조인협회는 “종전 헌법소원의 경우 대부분 2017년 12월 31일자로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변호사시험법 부칙만을 문제 삼았고 이에 본 청구에서는 기존의 변호사시험법 부칙 외에 같은 법 본문 및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상의 각 판·검사 임용 조항까지 심판대상으로 확장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었던 예비시험과 관련된 내용도 청구취지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 동안 로스쿨을 통해서만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판·검사의 임용 자격을 변호사로 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담임권 침해에도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인 변호사시험법 규정에 의한 제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즉 직접성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려왔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에는 기존의 미비점을 모두 반영하는 등 법조인력 선발과 관련한 헌법적 논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리적 주장을 총망라했다는 것이 대한법조인협회의 설명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또 다른 의미는 향후 헌법재판소를 통해 ‘사법시험 부활’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법조인협회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헌법소원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시험이 폐지된 2017년 12월 31일부터 90일이 도과하는 2018년 4월부터는 더 이상 헌법재판소를 통한 권리구제는 받을 수 없다”며 “이에 그 동안 많은 국민들이 수차례 우리 변호사들에게 마지막 도움을 요청했고 그 뜻을 함께하고자 ‘마지막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대한법조인협회는 “많은 국민들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사법시험의 존치를 바라고 있으며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최소한 변호사 예비시험이라도 도입돼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 채 제대로 된 논의를 전혀 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변호사시험법 등에 여러 위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이를 수정·보완하려는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한법조인협회는 이같은 위헌적 요소들을 공개변론을 요청해 헌법재판소에 분명하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심판의 법리 구성부터 청구인으로도 참여하는 대한법학교수회는 “기존 헌법재판소 결정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 제도 불인정 원칙’을 위반하고 ‘학문의 자유’와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2009년 변호사시험법 제정 당시 부가된 ‘변호사시험법에 예비시험제도를 규정하지 않는 대신 2013년에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상황 등을 고려해 변호사예비시험 제도를 다시 논의한다’는 부대의견을 이행해 입법에 반영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우회적 통로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보완제도 없이 로스쿨의 독점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단지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회로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