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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
김종민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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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9  15: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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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한) 동인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의 재정이 투입되었지만 2002년 49만명이던 출생아가 오히려 2017년 35만 명으로 격감하여 장래 심각한 위기가 우려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정책이 실패하거나 효과가 없었던 사례는 적지 않다. 학교폭력 문제만 해도 1990년대부터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같은 범사회적인 캠페인과 수많은 정부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성폭력이나 강력범죄의 재범 문제도 관련 법률 강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이 확실히 개선되었는지 의문이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고강도의 부동산투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었지만 강남불패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문제는 왜 반복되는가. 그 이유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분석 없이 정치권과 정부가 성급하게 대책만 쏟아내기 때문이다.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하지만 주무 부처 관계자들이 며칠새 급조한 몇장 짜리 보고서가 전부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의 면밀한 실태조사와 분석이 없다보니 정부정책이 현실과 겉돌고 탁상공론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질병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으면 어떤 처방도 소용없는 것처럼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문제의 근본원인을 파악해 제거하지 않으면 문제는 재발된다.

프랑스 근무 시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부정책이나 제도가 바뀔 때 발표되는 정부와 의회의 보고서와 정책평가시스템이었다. 보고서는 200~3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되는데 70~80%가 현상분석에 관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표면화 하여 관련 실태가 어떠하며 왜 문제가 발생하는지 집요할 정도로 깊게 파고 들어가 근본원인을 파악한다. 이후 문제의 근본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된다. 정교하고 과학적이다. 그렇다 보니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국민에 대한 설득 과정도 합리적이다.

정책평가시스템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정책이 시행되면 반드시 그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이어지고 그 결과는 보고서를 통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시행 과정에 문제점이 확인되면 바로 보완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도 원활히 작동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 이유와 전임자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꺼려하는 조직문화 때문인지 정책평가와 피드백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은 넘쳐나고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판친다. 제도의 유기적 연관성과 범정부적 협력이 중요한데도 부처 간 장벽이 너무 높고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목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국가의 제도와 법률은 중요한 국가 인프라이자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잘 만들어진 제도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꽃필 수 있었던 것도 1688년 명예혁명 이후 독점권을 철폐하고 사유재산권을 기반으로 혁신가들과 기업인들에게 유리하도록 제도를 만든 덕분이었고 빈곤과 무질서로 가득했던 싱가포르가 선진국으로 도약한 비결도 국가지도자의 탁월한 리더십과 더불어 뛰어난 정책역량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분야의 개혁 논의와 정책 추진이 활발하다. 굳이 적폐청산이 아니더라도 정책과 제도는 그 사회와 환경을 반영해 적절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와 산업화 시대의 낡은 유산은 시급히 바뀌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현상 분석과 연구 없이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개혁과 정책은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이어야 한다. 100조원을 투입하고도 대실패로 끝난 저출산 대책 같은 잘못이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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