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헛소리, 미투운동과 영미, 사법부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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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헛소리, 미투운동과 영미, 사법부의 잘못
  • 오시영
  • 승인 2018.03.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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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헛소리는 스스로를 증명한다. 왜냐하면 헛소리는 헛소리일 뿐이기에 실재로 실체화하지 못함을 통해 스스로 헛소리임을 증명하는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헛소리가 허용되는 세상은 자유가 침해된다. 자유는 아무 것이나 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스스로의 절제를 통해서만 가능한, 철저한 절제여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의 헛소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 헛소리를 금과옥조인양 떠받들며 부화뇌동하는 이들 역시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인간의 지성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면 이미 그 지성은 지성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두고, 평양올림픽이니 북한의 선전장이니 하는 말들은 아름다운 폐막식을 통해 헛소리임이 증명되고 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언론, 참가선수들이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고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음이 그 반증이다. 옛말에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지혜에 한계가 있어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리 전체를 보여주며 옳고 그름을 보여주어도, 어두운 곳, 일그러진 곳만을 향하는 묘한 집착을 보이는 편집증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헛소리가 헛소리라고 스스로 증명된 뒤에도 여전히 헛소리의 그늘에 갇혀 밝음을 보지 못함은 결국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이 문화계, 예술계, 학계, 공직사회를 가리지 않고 전개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미투 운동의 본질은 결국 갑질이다. 쥐꼬리만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 골방 속, 빛이 들지 않은 어둠 속에서 자행한 범죄행위에 대한 폭로이다. 이러한 미투 운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촛불정신이 작동하고 있어서이다. 이러한 미투 운동은 촛불정신이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거대권력의 부당함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침묵이 강요되던 구각에서 벗어나 피해약자들이 촛불을 켜고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이 어둠을 몰아내고, 세상을 밝게 하는 광명운동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투 운동이 왜 오늘에야 가능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성추행이나 성폭행범죄를 친고죄라는 남성 중심의 법률체계에 가둔 채 그 법률체계 속에서 가해범죄자들을 가볍게 처벌해 온 미온적인 사법부, 즉 판사들의 잘못된 인식이 주범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야 여성 판사들이 많아졌지만, 그동안 사법부는 남성 중심의 엘리트 공조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한 남성들의 인식 속에 은연중에 내재된 남성우월주의사상을 체화한 채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남성이라면 그럴 수 있지.”라거나 “여성의 NO는 YES를 의미한다.”는 잘못된 인식적 지배를 받아 온 법관들이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가벼운 형벌권을 행사해 온 죄가 크다. 이런 비판 앞에 법관들은 “아니 우리를 어떻게 보고”라거나 “우리는 이성적으로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재판했을 뿐”이며 변명하지 않았으면 한다. 형벌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위하적 효력이고 다른 하나는 교화적 효력이다. 즉 형벌을 통해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범죄 행위로 인해 형사적 처벌을 받을 것을 두렵게 만드는 위하적 효력이 그 첫째요, 범죄 후 형벌의 집행으로 인한 고통을 통해 다시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되는 교화적 효력을 달성코자 형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험적으로 놓고 볼 때 도둑을 맞았을 때와 성폭행 등을 당했을 때의 후유증이나 지속성을 비교해 보면 후자가 훨씬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당기간,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동안 타인을 기피하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그런데 지난 세기에는 남성 중심의 법관사회이다 보니 남성의 여성에 대한 가벼움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법관들이 성추행범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해왔던 것이다. 이제 성추행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되었다. 고소없는 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행위를 반면교사로 삼는다. 만일 법원에서 성추행범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중형으로 다스렸다면 이는 사회전반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인식시킴으로써 형벌의 위하적 효력 및 형집행을 통한 교화적 효력을 상당 부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함으로써 성폭행 행위를 범람하게 만든 요인이 대단히 크다고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법원은 성폭행이나 성추행범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형벌권 행사를 단행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가 서구화되고 성문화 역시 상당 부분 개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및 전자화를 통해 섹스와 관련된 문화적 접촉이 그 어느 때보다 용이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여성의 성에 대한 인식 또한 놀라울 정도로 변화되고 있다. 여성 스스로 성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각이 이루어졌고, 더 이상 남성 중심의 일방적 강요된 성문화에 수동적으로 응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공감대 또한 이루어졌다. 여성 스스로 성의 주체로 나서는 개방된 사회가 되었고, 이혼 및 남성에 대한 경험 등이 흠이 되거나 수치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문제는 성결정권의 자치적 행사주체가 여성인 변화된 사회에서 남성들의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자발적 성적 결정권의 행사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타율적 강제적 성 피해는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결단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모든 남성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 감정의 깊이를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은 경험한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은 쌍방의 감정이 일치되고, 쌍방의 동의하에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 강요에 의하거나, 권력자의 협박과 겁박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고 만다. 이러한 강제적 성추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어떠한 명목으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미투 운동이 전사회적으로, 다방면으로 전개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살아가면서 모든 이들은 일시적 감정에 휘둘리거나 순간적인 생각 잘못으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특히 이성에 대한 감정의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잘못했음을 깨달았을 때는 즉시 사과하고 잘못함에 대한 용서를 빌어야 한다.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했거나 기분 나쁘게 한 것에 대해 즉시 반성하고 응분의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이러한 미투 운동의 근원은 결국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병폐가 똬리를 틀고 있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이렇게 피해자들이 연대하여 강력한 괴물들에 저항하고 그들을 단죄하고 침몰시킬 수 있는 여건은 결국 더 이상 적폐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이다. 이는 지난 해 촛불혁명을 통해 한 사람이 든 촛불은 바람에 꺼지지만, 연대된 촛불은 어떠한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더욱 활활 타오른다는,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밝히는 힘이 있음을 우리 모두가 경험하여서 가능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폐막되었다. 이번 올림픽은 여러 면에서 칭찬할 만하지만, 국민의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것은 컬링경기였다. 동계올림픽 수많은 경기 종목 중 어찌 보면 우리 국민에게 가장 잘 맞는 종목은 컬링종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되었다. 다른 경기 종목은 불과 1분 이내, 길어야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승패가 결정되지만, 컬링 종목만은 거의 두 시간 반 정도의 경기시간을 요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들은 신체적 조건이나 훈련 정도에 의해 순식간에 결정되지만, 컬링 종목만은 상대방의 패를 읽어야만 가능한 정신운동으로 마치 바둑이나 장기, 혹은 전국민들이 즐겨 하는 놀이인 고스톱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나의 스톤이 어디에 놓여야 하며, 상대방의 다음 스톤이 들고 나올 작전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며 스스로 자기 스톤을 아웃시키거나 상대방 스톤을 최대한 존속시키는 등 작전의 다양성을 선보인다. 컬링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든 국민들이 예측하며 스스로 선수가 되고 감독이나 코치가 되어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에서 국민 일체감을 가져왔다. 머리 쓰기를 좋아하는 우리 국민성에도 적합하다.

거기에 “영미”로 상징되는 게임지배력 또한 우리의 흥미를 돋우었다. 네 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영미”라는 단 한 단어로 밀고 당기고 끌고 멈추고를 자유자재로 전개하는 팀웍을 통해 일체됨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출전한 다섯 명의 선수들이 모두 인구 5만 명 남짓의 경북 의성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었음 또한 흥미롭다. 의성마늘로 상징되는 특화작물을 생산해 내었던 것처럼 의성여고 출신 선수들이 컬링경기를 특화하여 발전시켜 왔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과 영미 호칭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투 운동은 더 이상 이 사회에서 부당한 갑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여권신장운동이고, 남성권력사회에 대한 강력한 경종이다. 영미호칭은 하나의 호칭인 듯 하지만 억양과 장단 고저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하므로 이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식별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영미에 골몰했던 경직된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다양한 영미의 사회로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영미는 언제나 필요에 따라 하우스 한 가운데에 스톤을 던져 넣을 수도 있고, 필요 없거나 제거되어야 할 상대방의 스톤을 과감하게 걷어낼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앞세운 가드 뒤에 은밀히 숨을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는 인정해야 한다.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김영남, 김여정 일행에 대해서도 평양올림픽이라거나 종북좌파들의 올림픽 가져다 바치기 등의 헛소리들이 난무하였으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세계인의 칭찬을 받는 훌륭한 올림픽이 되었다. 폐막식 행사에 참석한 김영철 통전부장 일행에 대해서도 사살해야 한다거나 방남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통일대교를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중심의 야당의 헛소리가 있었으나,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왔다 갔다. 결정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미국과의 대화의지가 명시적으로 표명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선제적 비핵화 또는 조건부 비핵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되는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 북미대화를 위한 마중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다고 평가될 것이다.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는 남북통일의 그 한 꼭지점을 향해 흘러가고 있음은 감사할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의회 등 지방선거철이 도래하고 있다. 국민들은 현재의 여당과 야당 중 지방분권에 충실한 정당을 지지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청렴결백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이 당적 여부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선출되어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일꾼들이 뽑혔으면 한다. 그러한 일꾼은 그 인물이 일생 동안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 왔으며 그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 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두려운 것은 그들이 미투 운동이 전개되기 전까지 성인군자처럼 가식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다. 그들의 가면을 걷어내고 진면목이 드러날 수 있도록 이번 선거에서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가 모두 정확하게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투 운동은 성추행범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 이외에도 부패행위, 부정행위, 국고횡령행위, 직무유기행위, 그 외 각종 범죄행위 등에서도 공직을 맡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확장되어져야 한다. 사적인 영역에 머물 때는 어찌할 수 없더라도 공적 직위를 맡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미투 운동은 그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사법부는, 법관은 향후 성범죄자들에 대해 범죄행위에 상응한 형벌권을 엄격하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 일벌백계를 통해 미투 운동으로 전개된 사회정화운동에 법적 종결을 완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영미”의 다양한 의미를 음미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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