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1)- 관계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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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51)- 관계변증법
  • 강신업
  • 승인 2018.03.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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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오늘날 사람 대 사람의 관계는 너무도 찰나적이고 1회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들은 넘쳐나는 관계 속에서 오히려 철저히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다. SNS를 통한 관계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빈 강정처럼 알맹이가 없다. 온라인 인간관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들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것은 착각이다. 화려한 온라인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막상 면 대 면 인간관계가 필요할 때 전화 한 번 편하게 걸 수 있는 상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점점 온라인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가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간단치 않은 현실 세계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런 저런 종류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품이 많이 들고 때로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특히 공적으로 맺는 면 대 면 인간관계는 늘 고도의 긴장을 요구한다. 이런 형태의 만남은 얼굴빛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어서 언제든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실패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깊은 내상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관계가 서툰 현대인들이 오프라인 인간관계를 꺼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본래 사람 대 사람 관계는 세상 만물의 토대이고 역사상 모든 문화와 문명은 사람 간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과의 만남은 기쁨이었다. 공자는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는 것은 인생삼락중의 하나라고까지 했다. 친구와의 만남이 무언가 생산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인간관계가 생산의 토대가 되고 기쁨이 되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문명이 급격히 발전하고 급기야 인공지능 시대가 가속화 되면서 많은 일에서 협업이나 공동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인생사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인간관계는 생산의 토대가 아닌 그저 하나의 소비 방식일 뿐이다.

물론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삶은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사회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오프라인 인간관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동적 인간관계가 종말을 고하고 개별주의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생존법으로 자리를 굳힌 결과물이다. 혼자 사는 것은 물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먹고 혼자 여행하는 삶 속에서 오히려 위로와 평안을 얻는 개별주의자들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한편,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계가 단절된 삶을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일정한 정도의 관계를 맺되 서로 간섭이 없는 인간관계를 원한다. 고립과 단절을 해소할 수 있지만 상호 채권 채무가 없는 관계를 찾는다. 그들은 관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생각도 갖지 않는다. 그저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정도의 가벼운 위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 현대인들이 매스컴을 통한 간접체험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직접체험의 대상이던 등산이나 낚시와 같은 스포츠나 레저 활동조차도 오늘날은 매스컴을 통한 간접체험이 대세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지인들과 나눠먹는 것조차 직접체험이 아닌 간접체험의 대상이 되었다. 매스컴 인간관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바야흐로 인간관계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혼자 밥 먹기, 혼자 영화보기 등 소위 혼족이 늘어나는 것도 시대상의 반영이다. 면 대 면 인간관계가 점점 사회적 스펙과 정중한 예의를 요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방안의 커튼 뒤로 숨고 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오프라인 인간관계나 매스컴 인간관계에 경도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SNS나 매스컴은 인간 대 인간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보조 수단일 뿐 인간의 면 대 면 관계를 대체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좀 번잡스럽고 힘들어도 면 대 면으로 만나야 한다. 다만 이 때 명심할 것은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렇듯 인간관계의 승패 역시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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