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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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21)
  • 박준연
  • 승인 2018.03.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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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에서 내릴 결정들

로스쿨을 변호사를 양성하는 전문 직업 교육 과정으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결정은 로스쿨 졸업 후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이다.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로펌이나 기업 등 프라이빗 섹터로 진출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나 비영리 단체에서 일할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많은 유학생 출신 졸업생들은 전자를 선택하게 된다. 거기엔 개인의 선호나 선택도 관련이 있겠지만, 유학생의 취업에 따른 제약도 작용한다. 비영리기관에 외국 국적을 갖는 로스쿨 졸업생으로서 취직을 하는 경우, 그 기관이 여러 이유로 근로 비자 발급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또 로 클럭 (law clerk)으로 미국 정부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종류에 따라 외국인의 고용을 아예 금지하기도 한다.

큰 두 갈래의 선택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 후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분야를 전문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졸업 후 취업하는 기업 및 기관의 규모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에 따라 반드시 로스쿨 재학 중에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컨대 다양한 영역의 업무를 하는 로펌에 취직할 경우, 어느 정도 업무 경험을 쌓은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로스쿨 졸업 후의 진로만큼의 무게는 아닐지 몰라도 로스쿨에서 내릴 결정은 그 외에도 많다. 그 중 하나는 1학년 과정을 마치고 로 리뷰 (law review)나 로 저널 (law journal)활동에 참가할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로스쿨별로 학생들이 편집 과정에 참여하는 학술지들이 있는데, 선발 과정을 거쳐 2학년때 1년, 혹은 3학년때까지 2년 참여하고, 졸업시에는 이 활동 내용이 시상 (honors) 내역으로 표시된다. 나는 이 과정에 큰 의심없이, 2학년때 로스쿨 모교 국제법 및 국제 정치 저널 스태프 에디터로 일하기 시작하여 3학년때도 역시 지원하여 시니어 에디터로 일했다. 하지만 주변 동기들 중에서는 일부러 이런 활동에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쁘고 부담이 많은 로스쿨 생활에 부담을 하나 더 늘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2학년때도 1주일 하루 2-3시간은 편집 업무에 참여해야 하고, 3학년때 시니어 에디터로 일하면 그 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편집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는 데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또 마음이 맞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2학년 저널 활동을 마치고 난 이후에도 3학년때도 자원하기로 했다.

또 다른 선택은 로스쿨 3년동안 실무 경험을 쌓을 것인지, 쌓는다면 어떻게 쌓을 것인지 하는 선택이다. 실제로 많은 로펌 또는 로펌의 클라이언트 측에서 로스쿨 졸업생들이 바로 실무에 투입될 정도의 훈련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로스쿨 교육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비판에 응답하여 로스쿨에서는 클리닉(clinic)이라고 불리는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있다. 이 클리닉 프로그램 역시, 지원과 선발 과정을 따로 거쳐 참여하게 된다. 학점 수로는 다른 강의실 수업과는 다르지 않지만, 학교 밖에서 참여하는 활동, 그 준비를 포함하면 강의실 수업보다는 부담이 훨씬 커진다. 클리닉 프로그램 참여도 설명회를 다녀오고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민권 (civil rights) 클리닉에 지원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먼저 로스쿨에 진학한 지인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크고 작은 선택의 과정을 거치고 느낀 점은, 개인적으로 물어볼 데가 없어도 부지런하기만 하면 정보는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에서 설명회나 패널 디스커션 등을 개최하는 한편, 학교를 통해서도 알음알음이나, 모임, 메일링리스트 등을 통해서도 직접 질문에 답해줄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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