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합격수기] “리트형 인간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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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합격수기] “리트형 인간일 필요는 없다”
  • 한상규
  • 승인 2018.02.13 12:13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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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규·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2018학년도 서울대 로스쿨 합격

 

1. 법조인 지망동기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주변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소외된 약자들에 대해서도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자신 만을 위한 삶보다도 주변 사람들을 이롭게 만들어주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공동체에 대한 학문인 정치학 공부 역시도 그 일환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적지향을 바탕으로 공직에 임하고 싶어 행정고시를 쳐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외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내는 데에 법이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을 학부에서의 공부를 통해 깨닫고, 그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에 더욱 능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법조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로스쿨 진학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2. 대학생활

-1~2학년: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로스쿨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강의실을 벗어나 다양한 대학생활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핑계를 대며 학점에 신경 쓰지 않았고, 학과 공부에도 소홀하였습니다. 로스쿨을 도외시하는 이러한 패기는 앞서 언급한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가지고 있던 행정고시에 대한 동경에서 기인하였습니다. 또한 고3까지의 수험생활로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또 다시 학점관리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학교에 오자마자 다시 한 번 사춘기를 겪으며 1학년 1학기 학점이 4.3만점 중 2.9에 수렴하였습니다.

-3~4학년:

제가 품어온 공적 지향이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통해 더욱 잘 실현될 수 있음을 깨달은 후에는 우선 학점을 올리는 데에 집중하였습니다. 이전 4학기 동안 한 번도 높은 학점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과연 4.0이상의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을 지와 관련해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남들과 비교해 1.5배의 시간을 쏟아내며 원했던 학점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했는데, 우선 저와 맞는 수업들을 골라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는 내용의 수업이어야지 더욱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또한 수업의 평가 내지는 진행방식도 제게 맞아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엔, 암기식의 시험보다는 거시적인 생각을 써야 하는 오픈 북 형태의 시험이 더욱 수월했습니다. 또한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으므로 발표와 과제가 많은 수업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3. 입시기간

-1~2월:

겨울방학 때부터 기출문제스터디를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경우 로스쿨을 준비하는 수험생치고 학점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리트에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리트 준비와 관련해서 흔히 기출문제는 ‘총알’이니 아껴두라고들 하지만, 저의 사견으로는 기출문제집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기출문제를 풀어야 실력이 오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허비’하지 않고 적절히 ‘소비’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기출문제를 총 다섯 번 풀 되, 시험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시험문제를 정확한 방법으로 풀어낸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리트시험은 사실상 시간과 긴장감의 싸움이므로, 시험장의 환경과 다르게 넉넉히 시간을 잡고 집과 같은 편안한 환경에서 문제를 푸는 것은 문제를 허비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3~6월:

문제가 최대한 생각나지 않도록 한 달 정도의 텀을 두고, 기출을 최대한 많이 푸는 것이 제 커리큘럼의 핵심이었습니다. 기출 문제를 안 풀 때에는 PSAT, M/DEET이나 강사들의 문제들을 최대한 많이 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리트시험이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공신력 있는 문제의 양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PSAT이나 M/DEET등의 문제들은 매우 좋은 자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M/DEET의 경우에는 리트 언어이해 영역과 문제가 상당히 유사하고 난이도도 있는 편이기에, 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SAT의 경우 자료해석을 제외한 언어논리, 상황판단 영역의 문제를 풀었는데, 상황판단의 문제는 추리영역에 있어서 논리게임, 수리추리 문제를 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7~8월:

시험이 다가올수록 리트에 적합한 컨디션을 미리 만들어놓으려 노력했습니다. 130%의 컨디션을 만들어놔야 실전에 최소 100%의 컨디션으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하에, 극한의 압박감을 평소에 조성하려 했습니다. 일례로, 실제 시험장에서는 80분의 언어이해 시험 이후 40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평소 스터디에서는 더 짧게 20분 정도만 쉬어 추리영역을 풀기 전 최대한 두뇌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언어이해의 경우엔 올림픽 기록 단축 하듯이 한 지문씩 시간을 재면서 풀기도 했습니다.

지금 제가 문제를 풀려고 하면 이전과 같은 점수를 못 받을 정도로, 이 당시 기계적인 반복학습을 했던 것이 저의 리트 실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금요일만 쉬고 일주일에 6일은 9시부터 1시까지 한 세트를 매일 풀어냈는데, 이 생활을 2달 반 동안 했더니 제 자신이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 <법률저널>에서 실시하는 전국모의고사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나름 한 달의 공부를 하고 본 2017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서 기대치 못한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과거 제가 받아놓은 점수가 계속해서 저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전국모의고사에서 어느 정도 원하는 성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9~10월: 서류와 면접준비기간

서류 준비의 경우에는 꼼꼼하게 빠진 것이 없나 미리 챙겨놓으려고 했습니다. 동아리나 세미나 같이 관계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들은 미리 2~3주 전에 챙겨놓으려고 했습니다. 나머지의 시간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는 데에 쏟아 부었습니다. 스터디 구성원들 내지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20번 정도 수정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는 하나의 논증글이므로 여러 활동들이나 생각들이 어떻게 나의 결론에 잘 녹아들어가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후배들이 로스쿨에 가려면 어떤 스펙들이 필요하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아무리 화려한 스펙이라도 법조인으로서의 본인의 결론에 맞지 않는다면 무용합니다. 반대로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본인의 논증에 꼭 필요하다면 훌륭한 근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면접은 리트의 언어이해 영역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제시문에서 핵심을 찾고, 해당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와 지문에서 숨겨진 전제가 무엇인 지를 파악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입 논술 문제들을 가지고 스터디원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면접스터디를 진행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바를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외 면접과 관련한 다른 기본서는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4. 입시에 있어서 중요했던 것

로스쿨 입시 자체가 정량화되는 추세이고, 그 추세의 중심에 리트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결과가 명확히 예측되는 투명한 입시라고 생각됩니다. 무엇에 집중해야 되는 지는 명확한 것이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반면에 리트 시험 자체가 변수가 많은 시험인 만큼 시험 직전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부담감에 시달려야했습니다. 하지만 소위 이야기되는, 리트점수는 신이 내려준다는 “리트신수설”은 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리트 시험이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성적이 오르는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기도 전에 좌절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험에 있어서 리트 시험 역시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접근법의 숙지, 그리고 그 접근법을 기계적으로 체화시킨다면 충분히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언어이해 영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능력은 지문을 구조적으로 독해해내는 것이었습니다. 문장들 간의 중요도를 비교해가며 핵심 주장과 근거, 이를 뒷받침하는 사소한 정보들을 추려내야 유기적으로 지문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기출 문제의 반복을 통해 언어이해 문제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출제되는지 분석했고, 지문에 근거해서 선지를 골라내는 훈련을 했습니다. 추리논증의 경우에 복잡한 지문을 정확히 독해해내되, 사소한 논리관계까지 꼼꼼히 기억하고 분석하는 힘이 중요했습니다. 또한 논증 문제의 경우에는 지문의 주장과 저자가 숨겨놓은 전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반론을 미리 떠올려보며 논증관계를 세세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추리는 모든 것이 잘 설계된 하나의 퍼즐을 풀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리도 역시 시간이 부족한 영역이므로, ‘갑/을/병’의 형태와 같이 비교적 빨리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훈련이 필수적이었습니다.
 

5. 마무리

물론 이 후기는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습니다. 다만 후기를 통해서 수험생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로스쿨을 준비하는 긴 과정 내내 불안하고 막연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을 테지만 단단한 멘탈로 버티며 노력하다보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점도, 리트도, 자소서 역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절대 발목잡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시험 삼아 쳐본 2017년도 리트의 표준점수는 118.9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도 리트에선 138.1의 점수를 얻으며 20점 가량의 점수상승을 이뤄냈습니다. 제 주변에 법조인이 너무 되고 싶으나 본인이 리트형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시고 다시 힘을 얻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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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로스쿨재학생 2018-02-16 20:38:39
이 분 성격 참 괜찮으시던데; 왜 공격받는 지 모르겠네
개인과 그가 속한 집단은 구별합시다~~
개인적으로 저 아래 설로가 명문로가 아니라는 말은 공감되긴하지만ㅋㅋ

변시합격률 높은 로스쿨이 명문로스쿨이죠 ^^

서울대학부가 과거에 고시합격률이 ky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서 명문 학부가 됐듯이~

ㅇㅇ 2018-02-13 13:57:58
어떻게 로스쿨 합격수기가 있지............. 행시1차 합격수기 쓰는거랑 똑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피샛 90인데 리트 150찍고 수기쓰면 되나?

ㅋㅋㅋㅋㅋ 2018-02-16 13:08:48
리트 하나가지고 호들갑은 ;;

상규팟팅 2018-02-14 12:11:50
상규화이팅이다~!

2018-02-14 18:04:21
요즘 법저 수기 올라오는거 보면 하나같이 법저 전모 간접광고함ㅋㅋㅋㅋㅋ 오글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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