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같이 숨 쉬는 나라, 쿠바③
상태바
<제임스리의 여행칼럼> 밖으로 나가면 세계가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같이 숨 쉬는 나라, 쿠바③
  • 제임스 리
  • 승인 2018.02.14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임스 리(Rhee James)
호주 사법연수과정(SAB), 시드니법대 대학원 수료
호주 GIBSONS 법무법인 컨설턴트 역임
전 KOTRA 법률전문위원
전 충남·북도, 대전광역시 외국인 투자유치 위원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고객위원
저서 ‘법을 알면 호주가 보인다’ (KOTRA 발간, 2004)
‘불법체류자’ (꿈과 비전 발간, 2017)
현재 100여개국 해외여행 경험으로 공공기관 및 대학 등에서 강연

전편에 이어...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트리니다드’시내 골목을 지나게 되었는데, 길바닥을 작은 돌로 깔아 비가와도 배수가 잘 되도록 만든 지혜가 돋보였다.

인상적인 것은 골목골목에 자리한 기와도 낡고 허름한 집들이 대부분이지만, 집집마다 벽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원초적인 색깔들이 스페인 식민지시대의 특유한 원색의 향연을 펼치는 듯하였다.

▲ 알록달록한 색깔로 단장한 동네 주택 모습

쿠바는 사회주의국가로서 교육, 의료 등이 무료인데, 골목을 거닐다가 말로만 듣던 학교를 우연히 골목에서 발견하였다.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자유분방한 초등학교 학생들, 수업 모습 등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는데, 골목에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학교가 여러 개 자리하고 있었다.

골목에서 만난 50대의 허름한 러닝셔츠 차림의 현지인 남성은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내 앞에서 포즈를 취한 후 돈을 요구해서 기분이 약간 찜찜했으나, 주머니에서 1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니 아주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더 찍어도 된다”고 하였다.

▲ 현지인 모습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여주인의 딸로 보이는 약간 통통한 모습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있어, 간단한 스페인어로 떠듬떠듬 이야기를 나눈 후 저녁식사를 같이하였다.

한국에서는 비싼 “바다가재요리를 오늘 저녁 특별히 준비를 했다”고 여주인이 엄청 생색을 내는 바람에, 나는 여주인 딸에게 “학용품을 사서 쓰라”고 미화로 $10을 주었더니 여주인의 얼굴이 함박꽃같이 활짝 펴졌다.

▲ 교실 내에서의 수업 모습

오늘 저녁에도 숙소 근처 ‘음악 광장’을 찾았다. 조그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정통 라틴음악 및 현란한 춤이 이곳을 찾은 수백 명의 외국관광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았다. ‘트리니다드’의 밤은 이곳에서 울려 펴지는 쿠바음악과 함께 깊어만 갔다.

여행 셋째 날

‘까사(민박)’에서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서 어제 입수한 기차 시간표를 들고 ‘트리니다드’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여 거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잉헤니오스 계곡’을 갔다 오기위해 이 증기기관차가 출발하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조금 걸으니 날이 벌써 더워져서 할 수 없이 지나가던 인력거를 잡아타고 역으로 향했다.

▲ 음악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현지 쿠바인 밴드 모습

“‘잉헤니오스 계곡’ 근처에는 19세기 당시에 약 50개의 농장이 있었는데 현재는 다 사라져버리고, 현재 이곳은 1988년도에 ‘트리니다드’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각국에서 이곳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역무원이 설명을 했다.

‘잉헤니오스 계곡’ 탐방코스는 아침 9시30분에 출발하여 오후 2시정도 다시 되돌아오는 추억의 증기기관차 코스이다. 열대 야자수, 사탕수수나무 등의 숲으로 가득한 초록의 향연을 듬뿍 만끽하며, 시속 20킬로미터의 증기 기관차로 느릿느릿하게 여행하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프로그램에 대해 기차에 탄 외국인관광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들 들떠 있었다.

▲ 녹색의 향연을 향해 질주하는 기관차 모습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내다본 거리풍경은 시간이 1960년대에 딱 멈춘 느낌을 받았는데, 기차 객실은 창문이 없는 오픈구조로 설계해서 그런지 바깥풍경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기차가 잠시 달리니 야자수 숲이 나에게 광활한 초록의 빛깔로 마음을 달래주었다. 객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악사의 라틴음악과 더불어 그 분위기는 정점을 향해 달리는 듯 했다.

기차는 한 시간을 달려 ‘마나까이스나가 역’에 도착하였다. 근처에 육안으로 보이는 1830년대에 세워진 ‘노예감시탑’에 올랐는데, 나무계단이 너무 가팔라 조금 애를 먹었다. 당시 사탕수수밭을 경작하기 위해 많은 노예들을 부렸는데, 그 노예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워진 44미터 높이의 감시탑이라고 한다.

따가운 햇살을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이 탑 꼭대기에 오르니 드넓은 농장이 눈 아래로 활짝 펼쳐졌다. ‘당시 노예들이 감시망을 피하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 먼저 와 닿았다.

1795년에 쿠바에서 손꼽히던 부자인 ‘페드로 이스나가’가 지은 집이 아직도 남아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을 살펴보니 당시 그의 재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규모가 웅장하였다.

휴식시간에 이 식당에서 마주친 보헤미안 같은 추억을 나에게 던져준 4인조 현지 쿠바인 밴드의 감미로운 순수 쿠바음악과 귀에 익은 라틴음악을 라이브로 즐겼다. 내가 아는 스페인 노래 몇 곡을 신청했더니 “어떻게 그 노래를 알고 있느냐?”며 한 악사가 물어보며 아주 반색을 하였다.

▲ 노예 감시탑 모습

‘잉헤니오스’ 계곡에서 ‘트리니다드’로 오는 때가 묻지 않은 기차여행은 초등학교 때의 소풍 같은 진한 여운을 가슴에 남겼다. 때로는 굽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곧바로 펼쳐진 철로를 바라보면서, ‘인생도 저렇게 굽었다가 펴지다가 하면서 흘러가겠지’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농장에서 우연히 20대 중반의 일본인 청년을 만났다. 나는 기차여행을 마치고 역에서 택시를 타고 어제 갔었던 ‘앙콘 비치’를 그 청년과 같이 가서 수영도 같이 하면서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기고는 다시 시내로 들어와 그 청년과 헤어졌다.

밤에는 ‘까사’에서 식사를 한 후, ‘까사 데 무지카’라는 오픈 음악 바에 가서 수많은 외국인들의 살사 춤과 쿠바음악을 눈으로 보면서 즐겼다. 오전에 기차여행에서 만났던 터키에서 온 20대 여성을 이곳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 서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모히토’ 몇 잔을 같이 홀짝였다.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는 터키에 있는 한 교향악단에서 단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그녀가 말했다. “나 역시 어머니처럼 바이올린 연주를 할 줄은 알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먼 NGO 단체에서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휴가를 얻어 과테말라, 니카라구아, 콜롬비아 등을 여행한 후 이곳 쿠바에 왔다”고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이윽고 그 여성은 먼저 자리를 일어나 숙소로 떠났지만, 나는 좀 더 음악을 즐기기 위해 자리를 계속해서 지켰다.

다음 편에 계속...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