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9)- 금주법과 ‘법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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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9)- 금주법과 ‘법의 실패’
  • 강신업
  • 승인 2018.02.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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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목표와 현실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입법 목적은 그만큼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법이 정당성이 없어 불법행위가 잘못으로 인식되지 않는 곳에서는 법을 어기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이 경우 법을 만들 때는 예상하지 못한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데, 이를 가리켜 ‘법의 실패’라고 부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두드러진 법의 실패는 미국의 금주법이다. 1920년부터 시행된 금주법은 엄청난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금주법은 1933년 완전히 폐지되었지만 부정적 효과는 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금주법 실험은 사실 매우 고상한 실험이었지만 현실을 간과한 것 때문에 미국 사회에 엄청난 생채기만 남기고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입법자들은 금주법을 통해 술에 의한 타락을 막고 사회를 보다 경건하게 하길 바랐지만, 이 법은 오히려 미국 사회를 갖가지 부패와 범죄로 얼룩지게 만들었다.

금주법은 초기에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족한 곡물의 전용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일단 금주운동이 시작되자 점차 사회·문화적 움직임에 편승해 운동의 목적이 방향을 다른 곳으로 틀었다. 술에 근본적 거부감을 갖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급격한 도시화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농민들이 금주법을 지지하고 나섰고, 나중에는 반이민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들까지 가세했다. 결국에는 경건한 삶과 사회정화가 금주법의 입법목적이 된 가운데 1919년 10월 28일 볼스테드 법으로 알려진 전국금주법(National Prohibition Act)이 제정되고 이듬해 발효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음주는 불법이 되었다.

금주법이 시행되는 동안 미국에선 폭력과 범죄가 대폭 늘어났다. 살인은 78%까지 늘어났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구속도 81%까지 증가했다. 음주 자체를 전면 금지한 까닭에 주류의 생산, 유통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없었고, 이 틈을 타 불법 주류 제조업자들이 독성이 강한 불순물을 첨가하면서 술이 전에 비해 50%나 독해졌다. 알코올 중독 비율이 4배 증가했고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는 개인의 평균나이도 6개월이나 빨라졌다. 사람들이 마약을 알코올 대체제로 사용하면서 대마초, 아편, 코카인 등의 사용량도 늘어났다. 술의 가격이 급등했고 저질 술이나 가짜 술을 만들어 파는 일이 횡행하면서 서민들이 술을 마시다가 건강을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속출했다. 술을 불법으로 제조하고 유통시키는 것이 큰 돈벌이가 되자 범죄조직들은 주류를 불법으로 유통시키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알 카포네(1899~1947)라는 전설적인 이름의 갱단이 이 무렵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금주법 때문이었다. 범죄 조직들이 주류의 불법 제조와 유통을 통해 규모와 영향력을 키우면서 스무 살에 불과한 알 카포네가 시카고 갱단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는 매춘과 밀주, 도박장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1927년경 무려 1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다.

금주법은 법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또 금주법은 법의 실패가 사회에 얼마나 오랫동안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입법자는 입법을 추진함에 있어 법의 실패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법의 취지가 좋다고 해서 그 법의 시행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금주법이 발효되고 미국인들은 경건한 삶을 강요당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범죄 발생과 공무원 등의 부패였다. 세상 일이 법으로 다 해결될 수만 있다면 도대체 사회 문제가 왜 일어나겠는가? 대중의 일시적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입법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도덕에 맡겨야 할 것까지 법으로 통제하려 할 경우 그 부작용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법을 통해 민간 부문에 적극 개입하고 이를 통해 문화·복지사회를 이루려 할 경우 생각지 못한 내외부의 장애요인을 만나 당초 기대했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상황만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은 그래서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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