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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9)
박준연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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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9  14: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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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예전 회사에서 나와 입사 동기인 B가 함께 쓰던 오피스는 동기들의 아지트였다. 동기 둘이 같이 쓰는 오피스가 출입문 근처에 위치하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와 B의 오피스가 종종 이런저런 잡담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는 도중이라도 본의 아니게 동기들이 선배나 후배 변호사들에 대해 잡담을 하는 것을 엿들은 적이 있다. 그런 잡담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2-3년 후배 변호사 중 한 명에게는 일을 맡기기가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얘기인즉슨 일을 부탁하며 언제까지 필요하다는 기일을 정해주었는데, 그 기일이 되어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물어보니, 다른 파트너변호사가 이후에 맡긴 일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옆자리에서 듣고 생각한 것은 혹시 나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로펌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서열이 명확하고 보수적인 조직인 경우가 많다. 일이 바빠지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업무를 맡긴 사람의 서열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높은 사람이 부탁한 일이라고 해서 보다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은 예전 회사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이미 들었다. 지금 하는 일이 바쁜데 새로운 일을 부탁 받는다면, 혼자서 고민하거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 아니라 관련된 팀 선배 변호사들에게 상황을 되도록이면 빨리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정하라는 것이다. 이때 주니어 변호사가 하게 되는 가장 큰 걱정은, 다들 일도 바쁜데 이런 얘기까지 꺼내어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도 어느덧 선배의 입장이 되고 보니,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 걱정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설령 지나친 걱정이라도 연락을 받고 귀찮게 느끼는 적은 없다.

이것은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지만, 주니어 변호사로 로펌 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답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의 조직이라고 해서 특별한 암묵적인 규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회사가 미국에서 하는 최초의 직장생활이기도 해서, 무슨 일이 있으면 1, 2년 위의 선배들에게 물어보거나 동기들에게 물어본 적이 많았다. 블로그나 기타 인터넷 상의 Q&A를 참고하기도 했다.

그때보다는 연차가 쌓인 지금, 막 로펌 근무를 시작하는 신입 변호사에게 주제넘게도 딱 한 가지만 조언을 해준다면, 아무도 신입 변호사에게 위대한 법률가가 되기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는 성실함이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내가 고작 이런 일 하려고 변호사가 되었는가 하는 신입 변호사의 한탄을 듣고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로스쿨 교수님이 수업 중에 우리가 학자가 되지 않고 로스쿨에 온 것은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자질구레한 현실에 직면하고 싶어서가 아니니, 하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이야기도 종종 돌이켜보곤 한다. 물론 법리에 바탕을 한 좋은 의견을 내면 다들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견도 관련 문서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사실 관계를 마스터하고, 필요한 경우 팀에 사실 관계를 공유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때로는 늦은 시간이니 주말에도 팀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도움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내 경험상 팀의 막내 변호사로서 가장 힘든 부분은, 아무리 같은 팀의 선배들이 정보를 공유하려고 노력해도 직접 클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한 안건의 중요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업무 및 업무 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 역할이 필요한 타이밍 직전까지는 안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들 주니어 변호사 시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주니어 변호사에 대한 기대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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