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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누군가 세탁기를 돌린다면
신희섭  |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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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9  14: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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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베리타스법학원 전임

날씨가 너무 춥다.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얼어 죽은 듯 하다. 영하 10도 미만인 날이 오래 되다 보니 여러 가지 사고들도 많다. 특히 큰 화재가 유독 많다.

개인적으로 이번 추위에 사고를 하나 경험했다. 지난 토요일 가족모임을 하고 오후에 돌아와서 문을 여는 순간, 마루에 물이 한 가득 차 있었다. 부랴부랴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로 가보았다. 베란다는 그야말로 홍수였다. 베란다 물이 넘쳐서 마루까지 뒤덮은 것이었다. 추운 겨울날 수재민이 된 것이다.

우리 아파트는 어찌 이 모양이 된 것일까? 우선 강추위로 베란다 배수관이 얼어버렸기 때문이다. 추위에 아파트 내 세대들이 계속 빨래를 할 수 없고 관리사무소에서도 빨래를 자제해줄 것을 거의 매일 안내방송을 해왔다. 그런데 토요일 날이 잠깐 온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때다 하고 위층의 어느 세대에서인가 빨래를 돌린 것이다. 그러자 얼어버린 배수관으로 인해 내려오던 물이 나가지 못하고 우리 집 베란다를 덮친 것이다. 빨래를 세탁한 물은 베란다를 다 채우고 헹군 물이 가세하여 마루를 공격한 것이다.

화가 났다. 위층의 누군가가 아래층을 생각안하고 마음 편하게 빨래를 돌려 규칙을 깬 것이다. 열이 치밀어 올랐다. 공동주택 필요한 배려와 자제를 무시한 무관심과 이기심. 한편으론 전기 차단기가 하나 나가는 정도에 그쳤기에 다행이지 합선이라도 되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이정도가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딸아이들과 쓰레받이를 이용해 두 시간동안 마루의 물을 펐다. 베란다는 바가지와 대야를 이용해 물을 퍼 날랐다. 딸아이들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며 꼼꼼히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아이들은 이런 이벤트가 없었던 지라 엄청 신이 나 물을 퍼날랐고 끈끈한 가족애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요즘 용어로 “웃펐다.”

갑작스러운 수재는 범인이 어느 집인지 알아내지는 못하고 그저 방송으로 빨래를 자제해 줄 것을 다시 요구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주변에 빈번하다. 주차 문제와 같은 일상적 사소한 일들에서 경험할 수도 있다. 눈높이를 높여서 보면 국제정치에도 이런 일은 빈번하다. 환경문제에서 기후변화가 대표적이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UN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한 기후변화 협약은 1997년 교토회의에서 구체적인 약속을 이행하는 교토의정서 체결로 이어졌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약속이다. 하지만 과거의 산업화로 환경오염을 만들어낸 선진국들과 이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덜 받고자 하는 개도국들은 2018년 현재까지도 갈등하고 있다.

조직 경제학자인 만수르 올슨은 이런 현상을 ‘집합행동’으로 분석했다. 집합적으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기적인 인간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바빠서 결국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될 수 있는 공동체의 이익은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들의 이기심이 공동체가 더 좋아질 수 있는 것을 막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차 대전 중 연합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독일의 산업지대를 폭격해야 했다. 그런데 연합국의 비행사들은 촘촘하게 무장되어 있는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서 폭격을 하는 것이 두려웠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비행기가 폭격을 하니 자신의 비행기 한 대가 폭격에 불참한다고 해서 티가 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모든 비행사들이 자기 혼자 살아보겠다고 다른 지역에 폭탄을 퍼 붇고 돌아오게 되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평화’라는 공공재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한 사회의 행위자가 많아질수록 공동체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행위자의 수가 많아지면 누가 이런 이기적 행동을 하는지 검증하고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넘쳐날수록 한 사회 전체의 경쟁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2월 9일. 평창올림픽이 시작된다. 2월 8일. 북한은 건군절 열병식을 진행한다. 2월 7일. 북한 응원단 229명이 붉은 색 유니폼에 털모자를 쓰고 방한했다. 2월 7일 같은 날, 북한은 갑작스럽게 올림픽에 참석하는 고위급 방문단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북한의 행보.

현송월이 왔을 때 과도한 경호문제와 집중된 여론의 조명으로 시끄러웠던 것을 감안하면 김여정의 갑작스런 방문은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남한과의 관계에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가 내세운 평화를 위한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가 방한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들로 벌써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올림픽이 가지는 평화주의의 메시지와 지난해 길게 끌었던 미국과 북한의 대치상황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남과 북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와 평화절대주의의 도덕성이 함께 끓어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다시 한국 사회를 분열시킨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행동 하나 하나에 남한은 호들갑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올림픽의 열기 속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고 중간 지점이 없이 충돌하고 있는 국내정치는 진보와 보수로 더욱 갈리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 동정론으로 돌아서서 북한에 대한 작은 보상을 시작하면 한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세계적인 제재국면을 스스로 걷어 차버리는 꼴이 된다. 만에 하나 북한에 가장 위협을 받는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북한이라는 위협과 손을 잡게 된다면 김정은은 다시 한 번 국제사회를 조롱할 것이다. 북한은 장마당중심으로 자본주의가 퍼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하여 북한 시장경제의 목줄을 움켜쥐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정론에 입각하여 남한이 경제적 지원을 제공되면 북한 핵을 다루기 위한 국제공조는 실질적으로 무력해질 수도 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보여줄 북한의 최대한의 성의는 분명 양날의 칼이다. 평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한 편 북한이 남한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다. 여동생까지 보낸 마당에 어느 정도까지 보상해주지 않는다면 북한은 남한을 가족애도 모르는 파렴치범으로 비난할 것이다. 북한이 먼저 내민 평화의 제스처는 남한이 미국과의 군사훈련을 종결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잘 해볼 수 있을 것인데 외세의 간섭이 문제라며 민족주의 고리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동정론에 입각한 지원이 대한민국 내 국내정치의 반발로 불발이 된다 해도 북한은 이미 충분히 남한을 흔들었으니 잃어버릴 것도 없다.

추운 날씨에 올림픽이 시작된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해빙무드 스위치도 올라갔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과 위협을 아직 과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올림픽 참가가 얼어있는 배수관에도 불구하고 세탁기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세탁기의 물이 넘치면 퍼내면 되지만 북한이 던져줄지 모르는 폐수는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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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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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p 2018-02-10 14:57:38

    베란다에서 물들어올때는 밖으로 물퍼내는것보다는 일단 보일러온수온도최고로 올리고서 그 즉시 세탁기에 연결된 온수호수만 따로 분리하여 배수구에다 꽂아 연결관을 녹이거나 뜨거운물 여러차례 부어주는게 젤빠른데ㅋㅋㅋㅋㅋㅋ신고 | 삭제

    • 공동주택판례찾아보셈 2018-02-10 14:37:36

      공동주택은 아랫집에서 물세면 윗집책임이에요. 여러층이라 특정이 안되면 윗집세대가 공동책임으로 돈물어준 경우도 있었어요. 다행이도 배수관이 여러개이고 세대별로 다른배수관에 연결되어 물이 갈라져서 내려오는 방식이면, 윗층수가 많은거랑은 상관없이,배수관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해세대특정하여 손해배상책임 묻기가 쉽다는 의미겠죠.그런점에선 우수관,배수관이 분리설치되고 배수관 숫자가 많은 아파트일수록 좋은아파트겠네요ㅋㅋ신고 | 삭제

      • 손해배상받으세요 2018-02-10 14:20:27

        세탁쪽으로 배수관이 여러개잖아요?각세대별로 연결된 배수관이 다르고 물이 나눠져서 내려오는데 어느배수관에서 물이 내려왔는지만 확인하면 가해세대를 특정할 수 있어요.특히 역류아닌이상 중간층에서 그런일이 있었다면 경우의 수는 확줄어들게되서 가해자세대특정은 일도 아니겠네요. 거실마루 심하게 상하셨다면 1차적으로 관리실에 관리소홀책임 물으시고, 관리실더러 가해세대에게 구상하라 하세요. 관리실에선 배관도면보면 금방 알수있거든요.게다가 대개 베란다쪽 수도는 분리설계된 경우가 많아서 그쪽만 단수조치 취하는 경우도 많은데 고작 안내방송이라니ㅋㅋ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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