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이상과 현실,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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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이상과 현실, 평창동계올림픽
  • 오시영
  • 승인 2018.02.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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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이상(理想)은 언제나 현실을 속인다. 왜냐하면 이상은 다가올 미래에다가 싹을 틔우는 현실 속의 허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상에게 지는 것 같지만, 실재로 현실은 언제나 이상을 이긴다. 왜냐하면 현실은 지금 이 순간의 승패이기 때문이다. 까닭에 이상과 현실이 맞붙으면 이상이 이길 것이라는 희망이나 환상과 달리 언제나 현실이 이기게 된다. 이상주의자들은 이길 수 없는 미래의 청사진에 온갖 희망을 걸고 온갖 속임수(?)를 총동원해보지만 결국 현실이라는 기득권에 강고하게 갇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만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있냐며 이상주의자들은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해댄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한 두 개의 나무가 넘어가면 그것으로 산속의 모든 나무를 넘어뜨린 것처럼 환호하기도 하지만, 넘어뜨려야 할 나무, 쓰러뜨려야 할 나무는 도처에 산재해 있기에 결국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슬프지만, 인류 역사는 그렇게 점철되어 왔다. 정치권에서도, 사법부에서도, 재계를 둘러싼 자본의 시장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평창올림픽을 놓고 평화올림픽이라느니 평양올림픽이라느니 말들이 많다. 평화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그 동안 핵무기를 둘러싼 남북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킴으로써 세계인들에게 한반도에도 평화가 안착할 수 있음을 홍보하려고 한다. 반면에 평양올림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자신들 체제를 선전하는 선전장으로 활용하려 하는데 왜 남한이 무대를 만들어주느냐고 비판한다. 전자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통해 대한민국의 평화 지향성을 강조하려는 입장이고, 후자는 평창올림픽의 실패를 통해 남북 간의 대결구도를 더욱 첨예하게 과장함으로써 남북 간의 긴장완화는 불가능한 영역임을 강조하려는 입장으로 보인다. 어느 쪽 이상이 현실을 이길지 알 수 없지만, 평창올림픽의 개최는 먼 미래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현실이 이길 것이기에 엿새 후에 열리게 될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다. 막상 평창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북한이 참가하게 되는 종목은 여자 하키 등 극소수에 머물 것이고, 거대한 세계인들의 동계스포츠축제 속에 평양이라는 북한의 체제선전은 묻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면서도 송곳처럼 평양의 참가는 모두의 가슴에 하나의 감동으로 새겨질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세계 곳곳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 깊은 곳에는 이념이 이상처럼 내세워져 있지만 결국은 “먹는 문제의 해결”을 누가 해 줄 것이냐의 문제로 집약된다 하겠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풍족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해한다. 거기에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면서 배부르고, 등 따뜻하고, 좋은 옷 입고 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만이다. 그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만의 열외가 아닌 모든 이의 열외를 통해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로부터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른 이들은 괴롭힘을 당하는데, 나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면서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경우라면 이 역시 부당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많은 문제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불공평이고, 불공평의 문제가 해결되면 대부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려 한다. 노동의 가치는 곧 사람의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일면 타당한 면이 있지만, 2년 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부당한 자본 가치의 축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의 지나친 팽창으로 인한 압력이 커져 노동의 가치를 초토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온 것이 한국의 현재의 불공평, 불평등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부당한 자본 가치 중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부분은 많이 축소되었다. 1970년대 은행 등 금융권 금리가 연 12%를 넘어섰던 것들이, IMF외환위기체제에서 25%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이제는 5% 근처에서 결정되고 있다. 대부업체를 최초 인가할 당시 초기 금리가 79%였으나 이제는 그것도 25% 이하로 최고금리가 급격히 인하되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금융가치의 하락과 반대로 부동산가치의 상승은 가난한 서민을 옥죄는 국가 최대의 공적이 되어 있다. 의식 있는 이들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야단이지만, 가진 이들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 부동산 투기를 통한 재산증식에 혈안이 되어 있고,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의 여유자금만 있으면 부동산시장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거기에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전자시대의 투기시장이 열리고,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전자화폐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는 대박이라고 하지만, 언제 그 대박이 쪽박이 될지 여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동산시장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을 끊임없이 세워 추진하지만,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본색을 드러낸다. 정부는 어떠한 정책을 쓰더라도 강남4구로 대표되는 부동산시장을 잠재울 수 없다. 왜냐하면 가진 자들의 욕심과 자본의 뒷 배경을 정책만으로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자본을 무슨 수단으로 이긴단 말인가?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자본 없는 이들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부동산을 공급하는 방법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의 공공임대정책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택지공급인데, 이러한 택지공급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서울시 인근의 산지를 과감하게 택지화하는 그린벨트 해제정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적은 평수의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택지가격이 배제된 아파트건설단가 상당액(정주영 전 현대건설 명예회장이 주장했던 것처럼 반값 아파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건설회사를 분양주체가 되지 못하게 하고, 국가나 시가 직접 분양주체가 되어 건설회사를 경쟁시켜 건물을 짓는, 말 그대로 건설업체로서의 역할만을 맡기면 건설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체의 의견을 들어보면 평당 350만 원 정도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으로 분양하면 된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자본의 부당한 가치의 축소를 위한 정책을 총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청년실업문제, 노인인구 팽창에 따른 노후복지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자본은 절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 자본의 본성은 탐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이 제대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세금문제, 적정한 수익 한계를 일탈한 투기수익의 환수 등 적절한 근절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번 헌법 개정 과정에서는 이러한 자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헌법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 제119조의 경제민주화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음을 우리 모두는 경험으로 배워 알고 있다. 그러기에 보다 더 확실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평창올림픽을 즐기자. 평창이면 어떻고 평양이면 어떠냐? 한반도가 평화스럽고, 북한의 도발이 멈춰지고, 서로 죽이고 죽이겠다는 폭언이 없는 일시적 기간이면 어떠냐? 그런 여유마저 없었던 때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 아닌가? 그러니 그냥 즐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은 3번 도전 끝에 얻어낸 성과이지 않은가? 오늘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경기장을 짓고, 관련 부대시설을 건축하지 않았는가? 여야 간에 정쟁을 잠시 멈추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으자. 물론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개최되면 누군가 이익을 보고 누군가 피해를 본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단세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이번만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쳐 보자.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선수들과 관람객들에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따뜻하고 훈훈한 한국인의 인심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자.

수많은 스포츠영웅들이 나타날 것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할 것이다. 이념과 가치를 떠나, 정정당당한 스포츠정신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2018 호주오픈테니스대회에서 우리나라 정현 선수가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면서까지 투혼을 불태웠던 것처럼, 정정당당한 스포츠세계에서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정당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스포츠의 정정당당함이 바로 촛불정신 아니겠는가? 그러한 정신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배우고 또 배우자.

하지만 현실은 참 비극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합당을 결정하고 추진 중에 있다. 국회의원 열 명의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위해 현재까지 열여섯 명의 자당 의원들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 그것은 블랙코미디다. 열여섯 명을 버리고 열 명을 얻는 것이 확장이고 승리일까? 그게 새정치이고 새로운 정치지형의 판짜기일까? 도무지 정치판에서는 정정당당함을 찾아보기 힘드니,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방법은 국민이 지혜로워야 하는 것인데,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인 중우정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정말 한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2천여 년 전 지혜자들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지,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새삼 느낄 뿐이다. 합당은 몸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인데, 열여섯 명의 의원이 빠져나가도록 하면서 열 명의 바른정당 의원과 합당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넌센스다. 합당 후에도 보나마나 서로 노선경쟁을 하면서 삐걱거릴 것이다. 정치철학의 부재 속에서 공허한 새정치라는 구호의 허구가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건전한 야당의 몰락이 될까 두렵다.

하지만 정치가 개판이든 정치인들이 개판이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은 참여하였고, 평화올림픽으로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고, 수준이 미달해서 메달을 획득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들 하지만 여자 하키 남북 단일팀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동메달이라도 따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땀 흘리며 노력해온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우리 국민은 감동하고 흥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기뻐하고 환호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는 순간,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안보가 위태롭지 않도록 경계근무태세를 강화하고, 오고가는 교통, 숙박, 음식 준비 등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외국선수들과 관광객이 대한민국의 높은 문화를 체험하고 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을 치루는 위대한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경기를 통해 국가발전의 원심력을 확보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화합이라는, 남북평화체제안착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확립해야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은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국익을 위해 여야정쟁의 잠정중단을 합의하고, 모두 스포츠를 즐기는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바보는 잔치상 차려놓고 쌈박질하는 사람들 아닐까? 제발 이번 기간 동안은 정치 싸움을 멈추고 좀 조용하고 맑은 정신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자. 함께 손잡고 소주도 한 잔 나누면서 말이다.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참사 같은 슬픈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언제 진정 안전한 국가, 행복한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아, 인간의 어리석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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