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8)- 연기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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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 (48)- 연기된 비극
  • 강신업
  • 승인 2018.02.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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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기본적으로 선거는 국민이 헌법과 법에 따른 권력을 행사할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 지를 정하는 행사이고, 이 행사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자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에게 일시 고용된 머슴일 뿐이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왕이 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성실하게 일해야 할 의무를 진 공복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에서 승리한 자들은 자신이 국민으로부터 일정기간 권력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망각하고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정복자라도 된 양 착각을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선거에서 이긴 자들이 그나마 국민 편 가르기를 시도하며 자기편만 챙긴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기를 지지한 사람들을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는 한편’이라는 메시지를 주며 관리를 한다. 물론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철저히 무시한다. 자기편에 우호적인 언론에는 특종거리를 던져주며 특별 관리를 하는 방법으로 언론과 결탁하여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같은 방법은 물론 효과가 있다. 특히 정권 초기에는 으레 있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과 어울려 상당한 정도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지지와 환호는 마치 마약과 같아서 오래가지 못한다. 약효가 다하는 순간 극심한 고통이 찾아온다. 때문에 국민을 편 가르기 하면서 내 편만의 지지를 동력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손쉬운 국정운영 방법이긴 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방법이다. 어떤 이유로든 내 편이 돌아서버리면 정권은 그 때부터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다. 때문에 지도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이다.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에 대해선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 미국의 16대 대통령)에게 배울 점이 많다. 링컨은 사실 하찮은 사건만 맡으며 수입도 변변치 않은, 속칭 별 볼일 없는 시골뜨기 변호사였다. 가령 링컨은 1855년 6월 특허권 분쟁에 관한 중요한 소송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하였는데, 그 때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인 조지 하딩은 링컨을 “허름한 행색에 발목까지 내려오지도 않는 바지를 입고, 손잡이 끝에 동그란 공이 달린 파란색 목면 우산을 든 볼품없고 깡마른 꺽다리 촌놈”이라며 비하했다. 변호인단의 또 다른 일원인 에드윈 M. 스탠턴도 “왜 저 긴팔원숭이를 끌어들였느냐”라며 링컨을 공공연히 무시했다. 그러나 링컨은 1861년 대통령 당선 후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을 무시해온 정적 스탠턴을 공화당 인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시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링컨은 스탠턴이 정직하고 엄격하며 원칙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탠턴은 링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와 권력운용의 방식은 승자 독식의 게임이다. 때문에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 모든 권력을 움켜쥐고 현대판 아부꾼들을 먼저 내각과 청와대에 기용하게 된다. 소신 있고 강직한 지사형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된다. 대통령에게 먼저 발탁되는 인사들은 대개의 경우 권력 냄새를 잘 맡고 적당한 처신으로 대통령 후보의 눈에 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 자기에게 바른 소리, 쓴 소리 한 번 하지 않는 참모에 둘러싸인 대통령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내부 견제가 없다는 것, 대통령이 하는 일에 태클을 걸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된 비극’을 잉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국민불평등감정과 국론분열은 사실 선거에서 시작된다. 때문에 선거후에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과감하게 발휘해야 한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론분열이 심각하다. 정부 정책을 두고 이런 저런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자신에게 과감히 쓴 소리 바른 소리 할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정적을 기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비극이 그만큼 더 잉태된다는 것은 이미 우리 현대사가 충분히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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