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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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8)
  • 박준연
  • 승인 2018.02.02 14: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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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거절(rejection)에 대하여

나의 로스쿨 생활을 되돌아보면, 거절(rejection)이라는 표현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쿨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지원서류를 보낸 후 제일 처음 경험한 것이 많은 로스쿨로부터 온 불합격 통보였다. 일반적으로 하듯이 열몇 개의 로스쿨에 지원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껏 경험한 적이 없는 수의 불합격 통보 연락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는 두 번째로 경험한 일련의 거절은 구직활동 기간 중이었다. 평균적으로 학내 인터뷰(OCI)를 몇십 개씩 하는데, OCI 1차 스크리닝 인터뷰를 마치고, 로펌에서 이루어지는 콜백 (call-back)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많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어떤 회사는 이메일로, 어떤 회사는 편지로 연락이 왔고, 드물게는 면접을 한 변호사가 전화를 해서 안타깝지만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을 해준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아예 연락이 없는 회사도 있었다. OCI 없이 바로 서류 지원을 한 회사로부터의 연락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로스쿨 생활에서 그렇게 드물지 않은 경험이다. 그게 낯선 외국 생활인데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구직 활동을 한 것이 처음이라 빨리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는 것이 더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에 몇 통을 받았을 때 그러려니 했던 불합격 통보 편지도 숫자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하루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로 귀가했을 때, 우편함에 이런 편지가 몇 통 들어있었을 때의 무거운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로스쿨 재학생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런 경험은 어느 정도는 모두 다 하는 로스쿨의 통과의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로스쿨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내 로스쿨 모교 같은 경우는 취직이든 성적이든 대놓고 자랑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실제로 학교에서도 로스쿨 동기들을 배려하여 그러한 화제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삼가하라는 내용이 오리엔테이션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 혼자만 수없는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주변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다들 비슷한 경험,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로스쿨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거나 여러 로펌에서 불채용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 싶은, 또 나에게 맞는 로스쿨 한 곳, 내가 취직하고 싶은 로펌 한 곳에서 합격 연락을 받는 것이다.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깨닫지 못했던 평범한 진리를 로스쿨 졸업 후 한참이 지난 지금 다시 되새겨 본다.

서울에도 도쿄에도 몇십 년 만의 한파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도 봄이 멀지 않았다고 느낀 것은 12월, 1월 춥고 건조한 날씨에 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화분에서 싹이 세 개 나온 것을 며칠 전 보고나서였다. 갈색으로 마른 화분을 처분하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따뜻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2주가 지나서야 작은 싹이 돋았다. 아직은 초록도 아니고 연두색인 부드러운 어린 싹을 쓰다듬어 보면서, 정말로 강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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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K 2019-04-06 05:42:03
로스쿨 관련으로 받은 리젝만 몇백건은 될것같습니다 ㅋㅋ but as we all know, you only need one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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