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연구원, ‘대륙법의 전통과 한국 민사법의 원리’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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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대륙법의 전통과 한국 민사법의 원리’ 포럼 개최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01.27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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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사법연수원 대강의실서
호문혁 연구원장 퇴임 고별 강연으로
“제도 도입 시 법체계 특징 고려돼야”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24일 일산 사법연수원 대강의실서 제4차 사법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강연자는 사법정책연구원의 호문혁 원장으로, 이번 포럼은 특별히 임기 만료를 앞둔 호 원장의 고별 강연의 의미로써 진행됐다. 주제는 ‘대륙법의 전통과 한국 민사법의 원리’다.

이날 포럼에는 사법연수원 김기동 부원장, 강영수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법원공무원교육원 임용모 원장, 고양지원 고영구 지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법 근원은 이천년 전 로마법에서”

오늘날 법체계는 보통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그리고 이슬람법계와 사회주의 법체계로 대별된다. 한국은 이 중 대륙법계에 속하는바, 한국 법체계에 영향을 미친 일본이 독일법 바탕에 프랑스법을 가미한 법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문혁 원장이 되짚어 본 한국법 역사 개관에 따르면 고려, 조선 시대에는 중국의 당, 송, 명의 법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나 별도의 소송법은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재판이 이뤄졌다.

고려 때부터 시행한 과거시험 급제자는 각 고을의 수령이 되어 재판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개별적인 법률지식은 귀족 계급인 양반이 아니라 중인의 소관이었다.

이후 19세기 말 태동하기 시작한 근대화 움직임에 의해 1895년, 재판소구성법과 법관양성소법이 반포되어 법관양성소가 구성되고 헌법‧민법‧형법‧민사소송법‧형사소송법 등을 교육하기에 이른다. 유럽 근대법을 접목한 법 개념의 혁신이 일어났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의 법 발전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일제 침략 및 강제합병에 의해 한국은 일본법의 적용 아래 놓인다.
 

▲ 사진 김주미 기자

그 후 1945년 해방을 지나 남한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독자적인 법전 편찬 작업이 시작됐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 국가의 조직법을 제외한 주요 법률들에 대한 편찬 작업이었는데, 법학자와 법률가들이 태부족인데다 6‧25 전쟁까지 겹쳐 1960년경이 돼서야 편찬이 완료됐다.

호 원장은 당시의 법전편찬작업이 “세밀하게, 천천히 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또 필요하면 (외국법을) 번역이라도 해서 진행해야겠다는 방침 아래 진행됐다는 것이 당시 자료에 나타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호 원장은 독일법과 프랑스법은 로마법에 기원을 두고 있기에 우리 법체계의 근원 역시 이천년 전의 로마법에서 찾아진다고 설명했다.

호 원장에 따르면 로마법의 발전은 크게 ‘로마 최전성기인 고전시대의 학설법, 6세기 유스티아누스 황제의 로마법대전(Corpus Iuris Civills, 'CIC'), 십자군 전쟁으로 활발해진 동서 교역으로 발달하게 된 상업, 공업 및 국제거래로 인해 함께 발전한 (국제)거래법’ 등으로 이어진다.

당시 로마법은 시간적으로는 천 년 전 과거의 법이었으나 내용적으로는 합리적인 거래법으로 미래의 법이었으며, 이것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 새로운 합리적 사고체계 확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8, 19세기에 이르러 유럽에서 계수된 로마법을 개인의 권리 위주로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학문적 작업이 이뤄지고, 프랑스에서는 로마법을 바탕으로 나폴레옹 법전 편찬이 이루어지는 한편 독일에서는 로마의 학설법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판덱텐 체계가 확립된다.

이러한 권리 위주 법체계는 권리를 ‘의사의 힘’이라고 정의한 사비니(Savigny)의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법적 효과를 그 의사대로 최대한 실현시키는 것을 국가의 임무로 보는 개인주의 및 자유주의 바탕의 완전히 새로운 법체계다.

이같은 로마법의 바탕 위에 기틀을 세운 독일법과 프랑스법은 결국 로마 학자들의 정의‧신의‧성실의 정신에 입각, 해답을 구체화하고 조문화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대륙법의 특징은 각종 법규범들을 하나의 전체적인 체계로 수립하여 어떠한 문제도 그 체계 안에서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외국제도라도 우리 법체계와 맞아야”
 

▲ 강연 중인 호문혁 원장 / 사진 김주미 기자

호문혁 원장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한국법이 갖는 이러한 법체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대륙법 체계와 뚜렷이 구별되는 영미법 체계의 제도를 도입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 원장에 따르면 전체 법이 유기적인 시스템을 이루면서 사변적‧철학적 특성을 지닌 대륙법계와 달리 영미법계는 실용주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경험적으로 법 제도를 운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영미법 국가에서 아무리 잘 운용되는 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을 대륙법계 국가의 법제도 안에 들여오려면 호환성을 따져 적합한 위치에 들여놓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 원장은 이어 “그렇게 갈 것도 없이, 들여오고자 하는 제도와 같은 기능을 하는 규정 또는 제도가 이미 우리 법 시스템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활용을 못 하고 있다가 외국의 어느 제도가 좋아 보이면 무턱대고 들여오려는 것”이라면서 “특히 소송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 소송법 전문가를 참여시키면 사전에 충분히 검토가 될 텐데, (외국법 제도 도입 논의 시) 소송법 전문가를 참여시키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선정당사자 제도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집단소송법’과 ‘집단소송법 내의 소송허가 규정’, ‘공법과 사법, 형사법이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우리 제도와의 호환성을 무시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언급했다.

이 제도들이 다른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여도 상황과 체계가 다른 한국에서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게 호 원장의 시각이다.

호문혁 원장은 “우리 법이 형성된 근원을 통해 민사법을 관통하고 있는 법 정신을 바로 알고, 그에 입각하여 제도 도입과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강연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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