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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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 (117)
  • 박준연
  • 승인 2018.01.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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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자랑을 잘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로스쿨 재학중에 학교 커리어 서비스(Office of Career Services)와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실제 로펌 면접 후에 면접 스킬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변호사 프랙티스 경험이 있는 OCS 교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때 제일 처음 들은 이야기가, 결코 면접에서 겸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내게 충격이었다. 나의 경험과 자격에 대해 의도적으로 겸손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내 잠재의식 어딘가에, 자랑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식이 있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면접이 단순히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몇 년이 지나 내가 면접관의 역할을 하는 자리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즉, 나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되 그 장점이 내가 취직하고자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잠재적인 클라이언트과의 미팅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속한 로펌, 안건을 담당할 팀, 그리고 내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그런 훌륭한 로펌, 팀, 변호사 각자가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소송의 피고가 된 회사의 중역, 법무팀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미팅은 팀을 소개하고 미국 소송 전반 뿐 아니라 그 특정 소송의 진행에 대해서 설명한 후, 왜 우리 회사와 이 소송 담당 팀이 다른 회사의 다른 소송 담당 팀에 비해 나은지, 왜 우리 팀이 소송을 담당하는 것이 이런 종류의 소송을 처음 경험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자리였다. 결국 총 세 번의 회의를 거친 후 그 회사는 우리 회사에게 이 안건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회의에 참여하며 같은 팀의 선배 변호사들이 우리 회사와 팀의 경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보고 듣는 것은 큰 공부가 되었다. 게다가 나 역시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팀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사한 업종의 유사한 안건을 대리한 경험을 구체적인 사례로서 다른 회사와는 어떻게 차별적으로 대리를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이런 설명은 당연히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하지만 그 외에도 기존 클라이언트와 관련한 비밀 유지 의무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 우리 회사, 우리 팀의 차별화가 자칫 다른 회사의 업무 방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

일련의 회의를 마치고 생각한 것은, 단순하게 자기 PR과 만족을 위한 설명과는 달리, 잠재적 클라이언트의 필요에 맞추어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은 면접 기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능력은 금방 바꿀 수 없지만, 잠재적 클라이언트나 면접관이 중시하는 경험과 능력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데에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가끔씩 상기하는 것은

"착한 여자아이들은 출세 못해 (Nice Girls Don't Get the Corner Office)"라는 책이다. 자신이 성실하게 일하면 주변 사람들은 그걸 알고 평가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업무 역량 뿐 아니라 사내, 사외에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것도 능력의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 변호사에게 홍보의 기술이란 필수적인 덕목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본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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