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 금기어 노무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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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 금기어 노무현의 죽음
  • 오시영
  • 승인 2018.01.19 11:0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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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현재는 날 선 비수이다. 지금만이 영겁의 시간인 과거와 미래를 절단할 수 있는 찰나이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이지만, 현재의 특징은 과거나 미래와 달리 시간의 폭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언제나 찰나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시간의 단위를 찰나, 달찰나, 납박 등의 단위로 나누는데, 약 75분의 1초(약 0.013초)를 찰나라고 한다. 현재는 언제나 찰나이다. 과거와 미래는 영겁의 시간을 갖지만, 현재는 찰나이기 때문에 그 찰나의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을 하기에는 찰나는 너무 짧다. 120찰나가 모인 단위를 1달찰(순간)이라고 하니, 우리가 자주 쓰는 순간이라는 시간의 개념도 120개의 찰나가 모여 이루어지는 개념이니 찰나가 얼마나 짧은 시간의 단위인가? 그런데도 찰나라는 단위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 사이를 비수처럼 비집고 들어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된다. 현재를 어떻게 살면서 미래의 일부를 잘라 내어 과거의 시간으로 보내는 매순간의 과정에서 바닷가에 모래알 쌓이듯 과거라는 시간을 제대로 쌓을 것인가를 고민케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는 결코 내뱉으면 안 되는 금기어를 자신의 입장문에서 첫 일성으로 내뱉고 말았다.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철학 부재의 강한 즉물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심중에 뭉쳐 있던 응어리져 있는 어혈을 각혈하듯 내뱉고 말았다. 지난 17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자신과 다스 및 주변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수 궤멸”과 “정치 보복”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 정의하였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국민의 이름을 차용하였지만 이는 무망한 차용일 뿐, 자신의 뿌리 깊은 생각의 단면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 강 살리기와 자원 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집사라고 불리며 자신의 모든 자금을 관리해 오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별활동비 4억 원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누어 받은 범죄 혐의로 새벽에 구속된 날 오후에 황급하게 입장문을 발표한 것을 놓고 보면 그의 결백 주장에서는 신뢰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린다.”면서 자신을 옥죄어 들어오는 검찰의 수사상황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역사 뒤집기에 저항하며 보복 정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며, 보수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과연 그의 요청대로 보수 세력이 결집하여 그를 위하여 투쟁해 줄 것인가 여부인데, 현재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그와 일심동체가 되어 그의 주장(보수 궤멸, 정치 보복)의 정당성을 같은 목소리로 주장해 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언제부터인지 다스의 실체에 대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잘못했다가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급류에 휩쓸려 들어가고 말겠다는 위험성을 느낀 자유한국당은 입으로는 종종 보수 궤멸이나 정치 보복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사용하면서도 실제로는 발을 빼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사면초가에 빠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오기가 발동한 것이 지난 17일의 입장문 발표가 아닐까 싶다.

그의 입장문 발표장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은 마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9시경 자신의 연희동 사저 골목길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군형법상 반란수괴 혐의 범죄 사실에 대한 수사에 대해 “온 나라가 극도로 혼란과 불안에 사로잡혀 있으며, 전 정권을 타도와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좌파 운동권의 일관된 주장이며, 검찰수사는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기에 수사에 응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후 국립현충원 참배 후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가 버린 사건을 연상케 한다. 결국 전두환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김영삼 정권의 수사에 대해 좌파 운동권의 일관된 주장을 실천하는 것이므로 우파 정권이 궐기해야 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문과 궤를 같이 하며(당시 김영삼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 할 수 없다거나, 문재인 현 정부 역시 좌파 정권이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팩트에서 어긋난 주장이기도 하다),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라는 주장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날 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급파된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되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어 오히려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고, 반란내란죄의 수괴로 인정되어 사형선고를 받았고, 노태우 대통령도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제 며칠 후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똑 같은 절차에 의한 구속 영장의 발부 등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왜 이렇게 동일한 비극적 절차가 우리나라 대통령들에게 차례대로 내려지는 것일까? 그것은 첫 단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독재정치가 낳은 폐단 중의 폐단 때문이다. 그가 무리하게 3선 개헌을 하지 않았거나 영구 독재의 길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4.19의거가 없었을 것이고 헌정 중단사태도 없었을 것인데, 그가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민족적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비극은 계속해서 박정희 대통령의 5.16쿠데타로 이어지고, 전두환의 12.12군사반란으로 이어졌다. 겨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민주적 정권교체 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또 그 사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짧게 보면 그녀의 4년 간의 무능과 불법과 부패 때문이지만, 그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명박 전 정권의 보수와 진보 편가르기, 좌파 궤멸이라는 정치 공학의 작동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절대 본인의 입으로 해서는 안 될 금기어를 쏟아내 놓았다. 더군다나 참모들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고집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문장을 삽입하였다고 한다. 이 문장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즉 가해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고, 자신은 그들에 의해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는 가여운 피해자라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이 프레임이 얼마나 허구인가? 근원은 자신의 재임기간 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무리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는 엄연한 사실에 있다. 결국 자신이 자신의 입으로 주장한 것처럼 자신이 피해자인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되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 몇몇에게는 정치보복이나 보수 궤멸이니 하는 논리가 온통 그들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남북 간의 동시입장 및 단일팀 구성 등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한 방안이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 서해안 육로와 동해안 육로를 통해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및 문화예술단 등이 내려올 모양이다. 남북 간 동시 입장을 놓고, 한반도기를 드는 것은 태극기를 버리는 것이라는 일부 극보수층의 반대 여론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반도기를 그 동안 수차례 들고 입장했던 전례에 비추어 그러한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는 다 알고 있다. 그러한 반대 주장에 식상해 하고 있다. 또한 단일팀 구성에 따른 일부 남한 선수들의 대표팀 제외로 인한 사기 저하나 불이익에 대하여는 응분의 보상책을 마련하여 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문에서 본래의 내용에 없던 평창동계올림픽을 즉석에서 추가하여 발표하였다. 성공적인 개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언급에도 한반도기나 단일팀에서 배제되는 선수들에 대한 불만 여론을 확장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여기저기에서 팥죽 끓듯 불뚝불뚝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그러한 여론에 편승하여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망설이게 만들려는 깊은 책략이 읽힌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적폐청산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듯 적폐청산은 일정 기간 정해 놓고 하는 계획된 사정이 아니다. 임기 내내 적폐가 있는 곳은 어디든 메스를 들이대어 잘못된 것을 시정하겠다는 정부시스템의 개편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의 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함부로 뜯어고칠 수 없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사람에 의해 휘둘리거나 퇴보하는 상황을 아예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겠으나,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간의 긴장 완화와 상시 대화를 통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정책 수립을 완성해야 한다. 이번 행사가 일회적 행사로 그치고, 또 다시 남북이 으르렁거리지 않도록 후속조치들을 전광석화처럼 매듭지어야 한다. 3월로 연기된 한미연합사의 방어용 군사훈련을 가능하다면 몇 달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어야 하고(시간을 벌어 북한과 더 긴밀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인 남북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성공단 재가동문제, 금강산관광재개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강산에서의 우리 국민 피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적절한 유감의 뜻 표명이 선행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남북이산가족상봉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이므로 북한을 설득하여 하루 속히 상봉이 재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지난 2016년 중국에서 집단탈출한 12명의 북한음식점 여종업원 송환문제라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내밀히 조사하여 만일 그들의 탈북이 우리 남한의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면 사과와 함께 그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북한으로 송환하는 용기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고, 그 이외의 다른 조치를 통해 이산가족상봉문제의 실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과부하가 걸려 있다. 보수 언론이 계속하여 강남부동산불패신화를 보도하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실패했다는 프레임을 이어가고 있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자영업자의 폐업 및 아파트 경비원 및 청소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 상실 프레임을 퍼트리고 있다. 거기에 투기성 가상화폐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욱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낭떠러지다. 사방이 낭떠러지다. 정신을 더욱 바짝 차리고, 부동산대책이 실패하지 않았음과 최저임금의 긍정적 측면을 통한 경기활성화에 대한 비전을 더욱 더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사안일한 공무원들이 없도록, 자신의 책무를 더욱 더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공직사회의 기강확립과 각부서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합리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맞모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상화폐에 대한 현실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전 국민을 투기꾼화해서 어느 누군가 상투를 잡는 날 폭망하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리고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참 골치 아프다.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하기야 5천2백만이 넘는 국민의 마음을 어찌 하나로 모을 수 있겠는가? 모두 선량한 도둑군자나 올바른 양심의 소유자들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재미, 그것 또한 사는 재미일 테니, 어디 한 번 풀어보자, 자 이리 오너라,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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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2018-01-22 06:22:57
이명박이 헌법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저지른 범법 탈법 위법한것이 없는데도 억지로
만들어서 신상 털기 하는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치보복인양 끌고가는 보수
언론들 그리고 자한당의 꼴통들은 과연 온나라를 쥐색끼가 시궁창 만든것을 어찌
생각 하는지?
일말의 양심과 정의가 털끝 많큼도 없는 무뇌충들 아닌가?

낙하산 2018-01-20 01:32:49
문재인의 낙하산 적폐가 우선 해결돼야 나라다운 나라가 세워진다. 점령군처럼 굴다간 5년후 나락으로 떨어질거다.좌파들의 전형은 내로남불식 사고다.

금기어 2018-01-19 16:57:30
노무현의 죽음이 왜 금기어인가요? 문재인을 '재앙' '죄인' 정도는 앙반이다. 그들은 전직 대통령을 쥐나 닭으로 표현했다.

공정 2018-01-19 12:29:54
교수 변호사다운 공정한 눈이 필요합니다.

비공감 2018-01-19 12:25:23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적폐부터 먼저 수사하는 게 순서다.교수님 그게 공정한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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