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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양면게임의 관점에서 본 남북한 동계올림픽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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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 양면게임의 관점에서 본 남북한 동계올림픽 협력
  • 신희섭
  • 승인 2018.01.19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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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베리타스법학원 전임

역사 속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두 개의 관점은 지속적으로 경쟁해왔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로마시대 전략가인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한 이 말은 너무 유명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이 모순어법은 ‘힘에 의해 평화’라는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사상을 잘 집약해서 보여준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 성경 이사야서 2장 4절. 이 구절은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무기를 내려놓을 때 평화가 만들어진다는 자유주의 사상을 함축하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그래서 어쩌면 진부한 이 구절들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 명료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꼬였을 때.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간의 경쟁을 남북한 관계만큼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의 1월 신년사를 계기로 급물살을 탄 남북 실무급 대화는 2018년 1월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을 하는 방안과 여자아이스 하키팀 남북공동구성 안을 결정하였다. 15일에는 현송월이 이끄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남한에서 공연을 하기로 남북이 결정하기도 하였다. 현재 평창올림픽을 앞둔 한반도는 1990년대 초 스포츠 탈냉전기와 유사하다.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과 1989년 한반도기 제정. 1990년 아시안 게임. 1991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1991년 FIFA 세계 청소년 축구 선수권 대회. 이 시기 남북한은 군사적 냉전 와중에도 스포츠 탈냉전을 이루었다.

1월 북한의 급격한 태도 변화와 남한의 발 빠른 호응은 그간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를 비웃는 듯하다. 열심히 툭탁거리고 싸운 부부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한 이불을 덮는 듯이.

북한의 선제적인 행동은 항상 남한 사회를 복잡하게 만든다.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의 강화. 보수 세력은 현실주의 논리를 가지고 북한의 변하지 않는 태도를 공격한다. 역사적으로 한 번도 변함이 없는 북한 태도, 평화주의 공세 뒤에 항상 뒤통수를 쳤던 한국전쟁 이후의 숱한 경험들, 지도자의 변덕스러움, 미국과의 관계로 뒷전에 밀리는 남북관계. 이런 근거들을 가지고 보수는 현재 상황을 북한의 위장된 기만전술로 규정한다. 반면 진보 세력은 자유주의 논리를 가지고 북한의 미래를 보자고 이야기 한다. 절대적 평화주의, 북한내부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 독일의 동방정책에 의한 평화유지와 통일달성 사례를 논리적 근거로 하여 북한의 태도를 단순한 기만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도돌이표. 북한의 평화주장. 남한정부의 호응. 남한 사회내부의 갈등 강화. 북한의 태도 변화. 남한 내 책임공방과 갈등의 결정화(crystallization).

1990년대 초 냉전붕괴과정에서의 남북관계.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2002년 2차 핵 위기과정. 2012년 2·29 합의이후 한반도 통일논의의 희망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주역들은 바뀌었지만 과정들은 거의 유사했다. 그리고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다시 시작하는 남북한 관계.

남북한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2017년의 극단까지 치달았던 북미 간 대립.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쥐지 못했다는 두려움. 전쟁을 경험한 분단국의 평화주의의 절대성. 민족주의의 통일 절대명제. 국제적 제재와 고립속의 북한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사적 평가에 대한 기대. 이 모든 요인들이 30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도 쉬게 한다는 올림픽 정신과 마주해 현재 남북한 간의 올림픽 평화 특수는 말 그대로 열일중이다.

현재는 정부는 급하다. 남북한 간 대화창구가 막힌 상태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어떠한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과 그렇다면 않아서 미국과 중국이 풀어가는 한반도 질서를 관망만 할 수 있냐는 우려와 그럼 대안이 있는가 하는 반론이 합쳐진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훈련도 안 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을 대회 3주전에 부랴부랴 북한 선수들과 공동 참가하게 만드는 무리수까지 두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명제이다. 다만 평화는 절대명제가 아니다. 전쟁부재의 ‘평화’ 대신 질서를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안정’을 추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평화를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오랜만에 다가온 남북 대화와 평화 분위기를 깨고 싶은 마음은 없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기 때문에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역사 속에서 남북관계를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독재체제를 가업으로 이어온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민주주의를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안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는 사회 내에서 다른 의견이 가능한 다원성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비민주주의 국가가 민주주의국가를 상대할 때, 민주주의국가내의 사회분화를 이용하려면 국내 의견이 하나로 합쳐지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는 내부에서 분열이 가속화된다. 또한 평화주의를 제시해야 한다. 평화주의를 거부하는 보수 집단을 거부할 수 있는 논리를 먼저 꺼내들어야 한다. 정부의 입장과 다른 시민사회의 입장이 있고 이런 의견 불일치는 피아구분을 정확히 해준다. 게다가 먼저 평화주의 공세는 민주주의가 가진 도덕성으로 민주주의국가로 하여금 평화제스처를 규범적으로 거부하기 어렵게도 한다.

북한 지도자들이 국제정치 분야의 정책결정모델인 양면게임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을 것이다. 양면게임을 만든 푸트남이 한가하게 북한에 가서 이론해설을 해주지는 않았을 테니. 하지만 외교라는 것이 정부와 정부 간의 협상 뿐 아니라 정부가 자국 사회내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협상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양면게임의 논리를 김정은은 잘 배웠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 남한을 상대해온 경험을 가훈처럼 배웠을 것이다. 전체주의체제인 북한이 절대로 정부와 사회의견이 갈리는 양면게임에 노출될 일은 없다. 게다가 남북한 간에 신의를 저버린다고 하여 국내적인 비난도 받을 일이 없다. 그러니 북한 정권입장에서 남한을 상대할 때 양면게임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러면 이 도돌이표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의 반복을 피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북한에 대한 남한 내의 합의된 목표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올림픽까지 3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이것은 현재 어렵다. 두 번째는 남북게임의 시계알람을 장기적으로 맞추어야 한다. 우리는 급하지 않다. 급한 것은 북한이다. 10년, 20년 뒤로 시계로 맞추고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북한을 따라오게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국제적인 제재와 명분을 앞장서서 북한의 정치적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이 제재를 받는 것은 북한이 나쁜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평화주의의 도덕성이 얼마나 논리적 모순인지를 가지고 국내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선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대하게 받아주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관대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북한에 그리고 우리 시민들 내부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선수를 치고 남한이 허망해하던 역사를 끊을 수 있다. 자 용기를 가져보자.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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