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장판사 출신 대표적 법학자,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
상태바
[인터뷰] 부장판사 출신 대표적 법학자,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8.01.18 14:09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야 불문, 탁월한 연구성과 “공부・연구 좋아해”
재조 14년 반, 학계 20년...학부 때부터 학자 지망
‘한국 가족법의 변환’ 주제로 거시적 연구 진행 중
“사시 대신 도입된 로스쿨, 문제 많지만 우선 개선”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5,300여명의 교원이 재직하고 있는 상아탑의 최고봉 서울대학교는 2008년부터 매 학기마다 우수연구자를 선정해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을 시상한다. 서울대학교의 법학자 중에는 로마법의 최병조 교수, 국제법의 정인섭 교수 등이 이 상을 수상한바 있다.

윤진수 교수 또한 지난해 2학기에 선정된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서울대에 부임한 지 꼭 20년 만이다.

“저 말고도 법대에 이 상을 받으실 분이 상당히 많은데, 먼저 받게 되어 처음엔 의아한 기분이었죠”라며 소감을 전한 윤진수 교수는, 그의 겸손한 말과는 달리 학계에선 분야를 불문하고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학자로 명성이 높다.

그런 그는 14년 6개월의 기간 동안 법원에서 근무한 재조 출신이다. 더욱이 수원지방법원의 부장판사로 근무하다가 학계로 왔기에 당시에는 이례적인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윤진수 교수 이전에 부장판사를 지낸 사람이 학계로 온 경우란 청주지방법원장을 하다가 고려대로 간 오석락 교수 정도만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다.

부장판사의 직급에서는 그 다음 승진을 기대하거나 변호사로 개업해 고수익을 올리는 경우 등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재판연구관 시절에도 그의 탁월함은 두루 인정을 받았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대법관이던 시절, 일반조에 속하여 원칙적으로 행정사건을 다루지 않던 윤진수 당시 재판연구관을 특별히 지목하면서 그에게 행정사건을 맡기라고 특별히 지시하는 일도 있었다.

활발한 연구활동을 해 온 그는 한국법경제학회 회장, 한국비교사법학회 회장, 한국가족법학회 회장, 한국민사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민사판례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몇 차례에 걸쳐 법무부 가족법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도 있다.

시종 넉넉한 미소를 띄우며 인터뷰에 임한 윤진수 교수로부터 법률저널이 많은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학문에 대한 개인적 생각에서부터 사안에 대한 전문적 견해까지, 그는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 20여년 전, 재조 생활을 뒤로 하고 학계로 오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1997년에 서울대에 첫 부임했지만, 사실은 그 이전인 1991년에도 교수직에 지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기 전인데, 그때는 떨어졌어요. ‘(교수가) 내 길이 아닌가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학계에 갈 것을 많이 권유해 주었죠. 또 은사이신 박병호 교수님께서 정년퇴직하실 때 다른 분들이 다시 한번 권고를 하시길래 지원했다가 학교로 왔습니다.

법대에 진학하고 2학년 때쯤이었나, 독일법을 강의하신 당시 한양대에 계시던 배준상 교수님께서 ‘독일에서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 교수를 하고, 그 다음 학생들이 실무가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만 그때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을 제가 좋아하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2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3년 4개월 했습니다. 즉, 법원에 있으면서도 재판만 한 경우는 아니었고, 연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판사 시절 민사실무연구회를 시작으로 교수가 된 이후에도 민사판례연구회, 비교사법학회, 가족법학회, 민사법학회, 법경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 속하여 연구활동을 하게 됐지요.

- 당초 법조인이 되고자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그때는 학생이 성적이 좋으면 다 법대를 보냈어요. 저는 수학 과목을 좋아했고, 대학을 진학할 때 쯤에는 정치학을 해 볼까란 생각도 했습니다만, 주변의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 법대에 진학했죠. 또 법대에 왔으면 다들 사법시험을 치는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어떤 뚜렷한 포부를 안고 법조인이 된 건 아닙니다. 제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때는 판사든 검사든 본인이 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었어요. 검사에는 뜻이 없었기에 판사가 되었죠.

학생 때 좋아했던 수학을 더 공부하였더라도 ‘내 자신이 수학자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쉽게 자신할 수가 없죠(웃음). 법조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제 성격이 지금 하고 있는 것에 크게 불만을 갖거나 다른 어떤 것에 아쉬움을 갖거나 하지를 않습니다.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내 할 일이겠거니’ 생각하죠.

- 학문을 함에 있어 개인적으로 갖고 계신 사명감이랄까, 신념 등이 있다면.
 

 

사실 남다른 신조같은 것도 특별히 품고 있는 바는 없습니다. 제 성향이 공부와 연구를 좋아하죠. 하지만 최근 연구 경향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있는데, 조금 더 거시적인 큰 흐름을 짚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에는 판사 출신이다 보니 실무적인 연구, 즉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연구를 많이 해 왔어요. 적어도 실제에서 무용한 연구는 하지 않으려 했죠. 그런 연구를 미시적이었다고 말한다면, 요즘은 거시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요즘 제가 구상하고 있는 ‘한국 가족법의 변환’ 주제가 그런 겁니다. 단순히 법의 변화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변환을 야기한 기본적 법 이념의 변화까지 아울러 짚어 보죠. 가족법은 우리 사회의 전통을 가장 강하게 반영하는 법입니다. 가족주의가 중요하던 시기의 가족법과 요즘처럼 가족주의가 해체・약화되는 과정에 있는 가족법은 차이가 분명합니다. 변화의 포인트를 크게 두 가지로 살펴 본다면 남녀평등과 개인행복추구 등 헌법 정신의 반영이 그 첫째이고, 가족 내 약자에게 국가가 직접 후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법 이면의 이념 변화와 법 변화의 흐름을 함께 연구한 결과물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가족법에서 중요한 화두로는 동성혼 허용 문제가 있는데요.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

2016년 서부지법에서 나온 판례도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허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인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다만 현행 민법이나 헌법의 해석론상으로는 어려운 것이 맞습니다. ‘동성혼을 금지하는 것이 위헌이다’라는 주장이 현행법상으로 옳지 않죠. 헌법 제정권자가 동성혼 허용 의도를 가졌다고는 볼 수가 없거든요. 다만 반대로 ‘동성혼 허용이 위헌이다’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개헌까지 갈 것 없이 민법 규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동성혼을 허용할 수는 있습니다.

동성혼에 대해 많은 반대 논리가 있지만 하버드대의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같은 분은 과거에는 인구 문제 때문에 동성애를 금지하였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성혼 성향을 가진 사람은 동성혼이 금지된다고 해서 이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출산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죠. 즉 동성혼 금지가 인구 절벽 문제의 한 대안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가치적으로도 ‘인구수를 위해 동성혼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 법원에 계셨을 때 맡았던 사건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재판연구관이던 때 맡은 사건으로 1994년 전원합의체로 선고된 93도2080 판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장물취득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을 다시 강도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인데, 아주 유명한 판례죠. 평석도 많이 나왔습니다.

장물취득죄로 기소된 피고인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중에 검사가 강도상해의 공범이라고 다시 기소를 했어요. 그러자 피고인이 항소를 취하하고 장물취득죄로만 처벌받겠다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불구속 피고인이 됐는데 대법원에서도 불구속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주심 대법관은 “장물취득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동일한 사실로 강도상해를 인정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반한다”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다른 대법관들의 반대가 거셌던 탓에 사건을 보류해 놓고 있었죠. 그러다 피고인에 대한 형이 만료되어 교도소에서 영장을 발부하겠냐는 통지가 왔고, 그제서야 이 사건을 처리하라고 저한테 왔어요.

그 사건이 제게 맡겨진 때가 12월 마지막 주 경이었는데 원래 시한이 1월 3일까지였으나 종무식 등으로 인해 보고서를 안 받겠다며 29일까지 내라고 하는 것이에요. 저는 그 전날 손님을 불러놨는데, 또 그날따라 손님들이 집에를 안 가는 것입니다(웃음). 결국 열두시쯤 손님이 다 돌아가고 난 후부터 시작해서 새벽 네시 반에야 보고서를 마무리해서 넘긴 기억이 납니다. 힘들게 넘긴 보고서이죠.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장물취득죄의 장물이 이 사건 강도상해죄의 목적물 중 일부이기는 하나 그 범행의 일시, 장소가 서로 다르고 ....그 수단, 방법, 상대방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이 장물취득죄로 받은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거나 피고인을 강도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어요. 하지만 대법관들이 7:6의 의견대립을 보였으니, 격론이 벌어졌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가 있죠.

당시 법원 내에 민사실무연구회는 존재했는데 형사실무연구회는 아직 결성되지 않은 때였어요. 제가 형사실무연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여 형사실무연구회가 만들어졌는데, 제1회 모임 때 제가 이 사례를 가지고 발표를 했고, 그 자리에는 이 사건의 1심을 맡았던 법관이 직접 참석해서 입장을 설명했죠. 또 형법학의 대가이신 이재상 형법 교수님도 오셔서 의견을 말씀하셨는데, 이재상 교수님은 이 판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셨습니다.
 

▲ 윤진수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다.

- 로스쿨 제도에 대해 견해를 언론에 발표하신 바 있습니다. 현재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하여 갖고 계신 의견을 말씀해 주신다면.

몇 년 전 로스쿨 도입 때 정부에서 관여하셨던 분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한국 사회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 그렇다. 완벽히 준비한 이후에 제도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작해 놓고 그때부터 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이 말씀은 로스쿨제도가 치밀한 준비없이 성급히 도입됐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인할 수 없죠. 로스쿨제도는 아무도 도입을 예상하지 못한 순간, 눈 깜짝할 순간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만 확실히 할 것은 당시 ‘사법시험이 운명을 다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사법시험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지요. 로스쿨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지금 다시 사법시험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 로스쿨제도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것에 제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특히 예비시험의 경우 아무리 적은 수의 인원이라도 일단 문을 열어놓으면 우수한 학생들은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 예비시험을 보려고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지요. 로스쿨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 뻔합니다. 지금은 로스쿨 자체를 바로 세울 수 있게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초 로스쿨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실무가 수준의 실무교육, 그리고 특성화교육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였던 것은 맞습니다. 3년 내 실무교육이 그 정도로 이루어질 수가 없고, 변호사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특성화교육도 내실 있게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로스쿨에서는 법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변호사 실무연수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사법연수원에서 일률적으로 실무를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주미 기자, 사진 조병희 기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대단하다 2018-01-20 14:04:11
대단하다

고형 2018-01-20 12:17:04
경고하세요 무섭습니다!초딩처럼 잘한다 잘한다해줘야기분좋은데 안해줘서 심통납니까!로스쿨악플 본적없나요?악플이란건 로스쿨악플만한게없지요 사회간판있으면 알아서기고 벌벌떨어주고 잘못된권위에 엎드리고 예의어쩌구하는게 노예근성입니다!

경고해라 2018-01-20 11:00:37
명예훼손 구성요건은 아는지? 설마 구성요건이라는개념자체도 모르는건 아닌지 의심이 감
경고하는 당신이 내리는 악플의 정의는 무엇인지?
상주하는 저질 악플러들중 절반은 로스쿨쪽 같은데?
훌륭하신 교수님이니 교수님의 의견에 대한 비판은악플에 불과한건가? 이런 사고방식을 가졌다는거
자체가 너무 저질적으로 보임
->국가에서 집단교육을 하는건 구시대적이고 큰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문적인" 로스쿨에서 연수원1년차 실력이되도록 "양성"하겠다고 해서 로스쿨이도입되었는데 연수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런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경고 2018-01-20 03:36:56
이런 훌륭한 교수님의 글에 악플을 남기는 법률저널 상주 악플러들(사사존치 운운하던 애들)을 보니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음. 마음대로 악플다는 것은 자유이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길.

팍스(프랑스가족제도) 2018-01-19 09:29:38
동성혼만 연구하지 마시고
팍스제도 도입도 연구해주세요~
세대간의 문화차이와 사회적상황(경제여건,고용환경으로 인한 개인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해
가정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전통시대의 가족형태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가치관의 변화와 세대별의 생활양식에 따른
새로운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을 부탁드려요~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